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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장실 휴지까지 강요 도 넘은 가맹 본사 갑질

본사 지정 물품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공급…“장사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배짱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화장실 휴지까지 강요 도 넘은 가맹 본사 갑질

화장실 휴지까지 강요 도 넘은 가맹 본사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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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외식업 가맹점을 계약한 A(39)씨는 최근 가맹본부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매장 청소에 쓰는 빗자루, 쓰레받기는 물론 행주, 화장실 휴지까지 본사가 지정한 물품을 쓰라는 것이었다. 가맹계약서에는 이와 관련한 사항이 없었다. 본사 측은 구두로 “매장의 청결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본사가 지정한 용품을 써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가맹점을 열 수 없다”고 통보했다. 청소 및 위생도구와 관련된 물품비는 6개월에 약 80만 원. 이것도 6개월이 지나면 본사의 요구에 따라 새것을 재구매해야 한다. A씨는 “청소도구나 휴지 종류는 음식점 서비스와 관련이 없는데 이것까지 강제로 사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 사면 ‘영업점 폐쇄’ 보복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기본적으로 갑을관계다. 가맹점은 본사가 작성한 계약서 내용에 따라 매장을 개설, 운영하고 수익의 일부 또는 로열티(브랜드 상표권 사용료)를 본사에 지급한다. 외식업은 식재료나 조리법, 위생공정도 본사가 통일한 기준에 따른다. 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을 각 매장에서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비스와 관련 없는 물품까지 구매를 의무화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불만이 높다.
이전에는 식자재 구매를 둘러싸고 음식점 본사와 가맹점의 갈등이 종종 불거졌다. 특히 고깃집, 죽집 등 외식 프랜차이즈는 메인 메뉴 외 김치, 장조림 같은 반찬까지 본사가 공급하는 경우가 흔했지만 결국은 ‘반찬도 전체적인 음식 품질 유지에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갈등이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이젠 음식의 맛, 품질과는 관련 없는 물품까지 강제 구매해야 하는 사안을 두고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것은 조리도구 및 집기를 본사가 지정한 대로 써야 한다는 의무다. 분식업 가맹점을 운영하는 B(47)씨는 “칼은 물론 도마, 국자, 뒤집개까지 본사가 제공한 물품을 써야 했다. 가격이 비싸 인터넷으로 실제 가격을 찾아보니 시중 가격보다 20% 부풀려 있었다”며 “본사 측에 항의하니 ‘장사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계속 이의를 제기하면 영업점 폐쇄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경우는 본사가 가맹점에 물품 구매를 종용하면서 일정 수익을 챙기는 행위로 풀이된다.
배선경 법무법인 호율 변호사는 “본사는 ‘묻지 마’ 식으로 가맹점에 빨대, 나무젓가락 등 소소한 물품 구매를 종용하고 수수료를 붙여 비싸게 판다. 특히 냅킨의 경우 프랜차이즈 로고를 인쇄해 실제 원가보다 20~30% 비싸게 파는 사례가 많다”며 “가맹점이 본사가 지정한 물품을 사지 않거나 다른 물품을 사용하다 본사와 마찰을 빚는 일이 종종 있다. 만약 물품 구매를 거부하면 ‘본사가 통일한 영업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쇄 조치 등 보복을 당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가맹점주들은 왜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 못하고 본사와 계약하는 걸까. 실제 계약서에는 물품 구매에 대한 설명이 세세하게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품질관리’ ‘청결유지’ 등의 항목에 포함된 상태로 총액만 나와 있고, 각 조리도구나 청소도구 금액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이다. 각 금액을 표시하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거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전 ‘필수공급품목’ 확인해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본사가 가맹점에게 서비스와 관련 없는 물품 구매를 강요하면 가맹사업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시정 또는 과징금 납부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가맹점주가 긴 분량의 계약서를 충분히 읽거나 검토하지 못한 채 계약을 하고, 매장 개설 후에야 이 같은 부당함을 경험하고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맹점주 대부분이 부당한 물품 공급 계약에 대해 항의하지 않는다. 4년째 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는 C(42)씨는 “개업할 때부터 매장 집기 비용으로 연 300만~400만 원이 들어갔다. 멀쩡한 집기도 1년이 지나면 본사 요구에 따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점을 항의하자니 본사의 대응이 두렵고 가맹점주협의회에서 함께 나설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배선경 변호사는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갑질에 대해 불만을 공유할 뿐 외부에 알리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 계약서에 ‘가맹본부의 명예를 실추하는 행위를 하면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라며 “불공정 거래를 신고하면 가맹점주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본사 명령에 따라 영업을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 또한 본사가 사업을 접고 비슷한 브랜드를 다시 개설하는 경우 가맹점주들은 ‘불공정 거래를 신고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돼 신고를 포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애당초 이 같은 일로 분쟁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 전 계약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이준영 법무법인 청목 가맹거래자문팀 변호사는 “가맹사업 내용이 기재된 정보공개서를 요청해 ‘필수공급품목’ 규정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맹계약서에도 필수공급물품 항목을 별지로 기재하도록 요구해 계약 전 해당 내용을 숙지하고, 물품이 가맹사업의 동일성 유지와 관련 있는지 여부를 따져가며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이준영 변호사는 “상표권 사용 및 지적재산권과 관련 없는 거래 강제행위는 부당하다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며 “가맹사업 계약을 섣불리 진행하기에 앞서 이 같은 조항이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실 휴지까지 강요 도 넘은 가맹 본사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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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6.03.23 1030호 (p50~51)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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