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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경항모, 전략 무기보다 전술용 제해함에 가깝다”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한국형 경항모, 전략 무기보다 전술용 제해함에 가깝다” [웨펀]

한국형 경항공모함. [동아db]

한국형 경항공모함. [동아db]

지난해 12월 30일 군은 원인철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주관으로 열린 합동참모회의에서 해군이 요구한 한국형 경항공모함(경항모) 소요를 확정하고 이를 중기계획에 반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해군은 2030년까지 4만t급 규모의 경항모를 확보해 2030년대 초반까지 전력화하게 됐다.

전술 용도의 제해함에 뿌리를 둔 무기체계

합참의 이번 결정에 따라 해군은 새해 벽두부터 경항모에 대한 홍보 총력전에 나섰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경항모 등 미래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경항모와 함께 미래 해군력 건설을 위한 다양한 전력들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경항모와 함께 항모 전단을 구성할 보조 전력들의 전력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1월 3일 ‘국방일보’ 특집 기사를 통해 한국형 경항모를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소개하며 홍보전을 시작했다. 군 당국이 제시한 경항모 소요의 근거는 크게 △대북 군사 억제 및 격퇴 △주변국 항모 전력 대응 △유사시 해상교통로 보호 등 세 가지다. 해군 측은 F-35B 전투기 10여 대를 탑재하는 4만t급 경항모가 있으면 이 같은 전략적 임무 소요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4만t급 경항모는 3가지 기능 중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능력 부족’ 때문이다. 대북 군사 억제 및 격퇴, 주변국 항모 전력 대응, 유사시 해상교통로 보호 등은 F-35B 전투기 10여 대를 탑재하는 경항모가 수행하기 어려운 임무다. 전략적 목표는 대함·대공·대지 작전이 동시에 가능한 정규 항모로만 달성할 수 있다. 제해함(Sea control ship) 개념에 기반을 둔 수직이착륙기 탑재 경항모를 가지고는 어렵다. 

‘경항공모함(Light Aircraft Carrier)’이라는 물건은 애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호위 항공모함(Escort Aircraft Carrier) 개념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제해함에 뿌리를 둔 무기체계다. 이 제해함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엘모 줌월트(Elmo Zumwalt) 미 해군참모총장이 소련 잠수함과 수상함으로부터 GIUK(Greenland-Iceland-United Kingdom) 갭(Gap) 일대의 해상교통로를 방어하기 위해 제안한 개념이다. 단거리 함대 방공을 담당할 수직이착륙 전투기와 대잠작전용 헬기 10~20여 대를 싣고 적 잠수함, 수상함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전술적 용도의 해상 전투함이 바로 제해함이다.

탑재 전투기의 성능 부족

F-35B. [동아db]

F-35B. [동아db]

당시 미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대형 정규 항모와 제해함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고성능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정규 항모는 대규모 해상전투는 물론 상륙전, 육상 표적 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지만, 수직이착륙 항공기와 헬기만 탑재하는 제해함은 그 역할이 대단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당시 함재기로 사용되던 헤리어(Harrier)보다 성능 면에서 일대 혁신을 이룬 F-35B가 등장해 제해함의 작전 능력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하지만 F-35B는 여전히 F-35C나 F/A-18E/F 같은 정규 항모용 함재기보다 항속 거리와 탑재 능력 등 전반적인 작전 능력이 떨어져 주력 함재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도 2015년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검토 연구’라는 사업을 통해 경항모가 한반도 안보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에서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현재 및 미래 군사력, 한반도 주변 군사력 배치와 전력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한반도 주변 작전 환경에서 항모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연구는 군에서 요구했던 경항모는 물론, 4만t급 정규 항모(CATOBAR: 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와 7만t급 정규 항모 등 여러 대안을 북한 및 주변국 위협 데이터를 대입해 비교 검토했다. 그 결과 7만t급 항모를 제외한 나머지 안(案)은 한반도 작전 환경에서 생존성이 극히 취약하며, 주변국은 고사하고 북한을 상대로도 제대로 된 억제 및 격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 같은 능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탑재 전투기의 성능 부족이다.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모의 함재기는 단거리 수직이착륙(STOVL: 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 기능을 가진 F-35B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F-35B는 시리즈 가운데 구조가 가장 복잡하고 획득·유지비 역시 가장 비싼 데 반해 성능은 가장 떨어진다. 항속 거리와 무장 탑재량이 F-35 시리즈 가운데 가장 떨어지며, STOVL 방식의 항모는 조기경보기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경보기와 연계한 장거리 함대 방공 임무 수행도 어렵다. 

군 당국이 밝힌 함재기 탑재 수도 10여 대에 불과한데, 작전·정비·보급·휴식 등 전투기 운용 주기를 고려한다면 이 항모가 상시 띄울 수 있는 전투기 수는 크게 줄어든다. 이런 항모로 주변국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해상교통로 보호’도 어렵다. 해적 같은 비전통적 위협을 제외하고, 유사시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해상교통로를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은 중국과 일본 정도인데, 한국형 경항모로 구성된 항모 전단은 이들 국가의 위협에 맞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군이 이번 항모 보유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며 첫 번째로 꺼내 든 위협이 바로 일본의 항모 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동맹관계이고, 일본 역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 양국이 미국과 동맹을 통해 간접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한, 미국의 압력과 중재 때문에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해상 봉쇄나 군사적 압박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동북아시아 전략 환경이다.

현재의 동북아시아 전략 환경

한국형 경항모는 중국을 상대로 남중국해에서 해상교통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 남중국해는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수백 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세계에서 미사일 위협 밀도가 가장 높은 해역이다. 한국형 항모가 이 해역에 투입된다면 F-35B보다 작전 반경이 훨씬 긴 젠(殲·J)-15나 지상 발진 J-16 같은 대형 전투기, 그것도 조기경보기와 전자전기의 지원을 받는 대량의 전투기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해역에 작전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미 해군은 10만t급 정규 항모는 물론, 20여 대의 F-35B를 얹고 제해함 위성과 장거리 해상초계기, 육상 발진 대형 조기경보기의 지원을 받는 강습상륙함을, 일본은 20여 대의 F-35B와 오키나와 발진 E-2D 조기경보기의 지원을 받는 항모를 준비하고 있다. 

남중국해 지역에 항모 전단 투입을 선언한 영국은 주일미군과 연합 항모 전단을 구성할 예정이고, F-35B를 탑재하는 또 다른 항모 전단을 준비 중인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종심이 아닌 말라카 해협 일대에서 근해 방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숱한 전문가들은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는 경항모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수년 전부터 경고해왔다. 항공모함이라는 무기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안보 포퓰리즘’에 빠져들지는 말아야 한다.





주간동아 1273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