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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주인공

‘내가 시간을 지배한다’

손목시계에 담긴 스트롱맨의 권력 의지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내가 시간을 지배한다’

[롤렉스 홈페이지]

[롤렉스 홈페이지]

트럼프, 푸틴, 그리고 김정은. 세 사람을 가리켜 내외신은 ‘스트롱맨’이라 부른다. 스트롱맨이라는 표현은 그들이 가진 권력의 크기나 캐릭터에서 나온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인 만큼 스트롱맨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다. 그는 호텔과 고급 콘도미니엄, 부동산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트럼프 기업의 회장도 역임해 재력까지 갖췄다. 리얼리티 TV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를 진행한 이색 경력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67) 러시아 대통령은 레닌그라드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판이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총 19년에 달하는 장기집권 중이다. 2008년 미국 ‘타임’이 그를 ‘새로운 러시아의 차르(Tsar of The New Russia)’라고 칭했을 정도다. 그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3, 4대 대통령을 지내고 물러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정권 하에서 총리직을 역임했고, 2012년 3월 다시 대선에서 3선에 성공해 네 번째(7대)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임기는 2024년까지다. 

김정은(35)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에겐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핵 개발, 트럼프 대통령과 맞짱, 공포정치…. 그를 내외신이 스트롱맨이라 부르는 이유다. 

사실 정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명품업계에 종사한 까닭인지 그들이 전면에 등장한 무대에서 늘 명품 시계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정치 지도자는 공식 석상에서 소매가 긴 슈트를 주로 입기 때문에 시계 전체가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사진을 유심히 판독해보니 몇몇 자리에서 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많은 명품 시계 브랜드 중 그들이 착용한 손목시계는 어떤 브랜드와 디자인이며,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살펴봤다. 단, 손목시계는 실물이 아닌 사진으로 확인한 것으로 브랜드, 모델명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시계 자체가 아주 작아 이것 또한 오차의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트럼프의 ‘롤렉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이 착용한 파텍 필립의 골든 엘립스. 롤렉스의 ‘데이 데이트’ 컬렉션을 차고 골프장에서 카트를 운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왼쪽부터) [구글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이 착용한 파텍 필립의 골든 엘립스. 롤렉스의 ‘데이 데이트’ 컬렉션을 차고 골프장에서 카트를 운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왼쪽부터) [구글이미지]

트럼프가 골프장에서 카트를 운전할 때 포착된 모습. 그가 찬 시계는 롤렉스의 ‘데이 데이트(Day-Date)’ 컬렉션이다. 롤렉스는 1908년 설립된 스위스 시계 브랜드로, 데이 데이트 컬렉션은 1956년 탄생했다. 다이얼에 날짜뿐 아니라 요일까지 순간적으로 바뀌는 현대식 캘린더 기능을 장착한 최초의 방수 오토매틱 크로노미터 손목시계다. 



롤렉스 데이 데이트는 그 어떤 시계보다 ‘명사의 시계’로 알려져 있다. 상징적인 ‘프레지던트 브레이슬릿’(전체가 골드 소재로 된 특정 디자인의 시곗줄) 역시 프레지던트라는 암시적인 이름을 통해 데이 데이트가 명성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착용한 시계와 유사한 모델은 4200만 원 선이다.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당선 일에 착용한 시계는 달랐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히스토릭 울트라 파인 1968’로, 스위스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설립된 264년 전통의 브랜드다. 정교한 기술력과 대담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의 대표 상품인 ‘울트라 파인’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것이 ‘히스토릭 울트라 파인 1968’이다. 가격은 약 3000만 원. 

트럼프는 그 외에도 파텍 필립 시계 ‘골든 엘립스’를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있을 때 착용하기도 했다. 파텍 필립은 1851년 설립된 스위스 시계 제조사로, 적은 수량의 시계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시계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바쉐론 콘스탄틴, 스위스 브랜드 오데마 피게와 함께 3대 명품 시계로 꼽히곤 한다. 특히 파텍 필립은 최저가 제품이 수천만 원대에 이를 정도며 대부분 배터리가 없는 수동식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 자신이 2005년 ‘Trump’라는 시계 브랜드를 직접 론칭해 미국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을 통해 판매한 적이 있다는 사실. 하지만 시계 사업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2006년 중단했다. 

트럼프가 착용한 시계의 공통점은 옐로/핑크 골드 소재에 클래식한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가 착용했던 바쉐론 콘스탄틴과 파텍 필립 시계는 아주 얇은 초박형이다. 두꺼운 모델의 시계는 중후함은 있지만 무겁게 느껴지거나 움직일 때 부딪쳐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시계를 헐겁게 차면 손목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2017년에는 트럼프가 시계를 너무 꽉 죄게 착용한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트럼프가 아주 얇은 시계를 착용하거나 시계를 꽉 죄게 차는 것은 실용성과 활동성을 중시해서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푸틴의 랑에 운트 죄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즐겨 차는 독일 명품 시계 브랜드 ‘랑에 운트 죄네’. [랑에 운트 죄네 홈페이지, gettyimages]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즐겨 차는 독일 명품 시계 브랜드 ‘랑에 운트 죄네’. [랑에 운트 죄네 홈페이지, gettyimages]

푸틴은 공식 석상에서는 물론, 상의를 벗은 채 말을 탄 사진에서도 시계를 차고 있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오른쪽 손목에 찬다는 점이다. 

다양한 명품 시계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외신에서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는 ‘랑에 운트 죄네’(랑에). 랑에는 1845년 설립된 독일 시계 브랜드로, 시계를 움직이는 기계인 무브먼트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해 생산, 조립한다. 스위스 무브먼트는 주로 도금된 동(銅)을 쓰지만 랑에는 ‘저먼 실버(German Silver)’라 부르는, 도금 처리하지 않은 동이나 아연, 니켈 합금을 사용한다. 스위스 무브먼트와 차별화되는 점으로 독일 브랜드의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푸틴이 착용한 제품은 ‘투르보그라프 퍼페추얼 푸르 르 메리트’. 손목시계의 콤팩트한 케이스에 ‘투르비옹’(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상쇄하는 장치로 최고급 시계 제조 기술), 크로노그래프(시계 안에 있는 별도로 들어 있는 계기판), 퍼페추얼 캘린더(일/월/요일/연도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가 결합된 고기능의 매커니컬 시계다. 한정판으로 50개만 만들어졌다고 한다. 가격은 6억4000만 원 상당. 국내에도 공식 판매처가 있다. 

그 외에 푸틴이 다른 장소에서 착용한 시계 라인업은 스위스 브랜드 블랑팡, 브레게, IWC, 그리고 트럼프도 착용했던 파텍 필립 등이다. 명품 시계 중에서도 그는 최고 제품만 선별했다. 트럼프는 비교적 단순한 기능의 시계를 착용한 반면, 푸틴은 고기능 시계가 많았다. 브랜드와 모델명만 봐도 시계에 푹 빠진 ‘워치 컬렉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은둔형 지도자였던 김정은이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였다. 그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 그가 어떤 시계를 차고 나왔는지 또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시계는 ‘모바도’였다. 모바도는 뮤지엄 시계로 잘 알려진 미국 시계 제조사다. 1960년 시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뉴욕 예술박물관(Museum of Art)에 소장돼 뮤지엄 시계로 불리게 됐다. 1881년 스위스에서 설립됐지만 1983년 미국 NAWC(North American Watch Corp)가 인수했다.


김정은의 모바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즐겨 착용하는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의 ‘모바도’ 시계.
7월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참관할 때 김 위원장이 스위스 시계 브랜드 IWC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왼쪽부터).  [모바도 홈페이지, 네이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즐겨 착용하는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의 ‘모바도’ 시계. 7월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참관할 때 김 위원장이 스위스 시계 브랜드 IWC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왼쪽부터). [모바도 홈페이지, 네이버]

뮤지엄 시계는 12시 방향의 큰 도트(dot) 장식과 간결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주얼리 및 시계 제조업체 ㈜로만손이 2011년 로만손 시계와 모바도를 포함한 해외 시계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 부티크를 연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착용한 시계는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이다. 그가 스위스 유학 시절 즐겨 착용한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남북정상회담 때뿐 아니라 부인 이설주와 커플로 모바도 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여러 차례 공개되기도 했다. 가죽 줄, 금속 줄 등 최소 2가지 이상 모바도 시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가격은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지만, 디자인과 기능에 따라 70만~240만 원 선. 모바도는 고급 시계라기보다 20, 30대가 선호하는 패션시계라 더욱 눈길이 갔다. 

그러나 김정은의 시계는 모바도에 머물지 않는다. 7월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참관할 때 그가 쌍안경을 들어 올리는 장면에서 왼쪽 손목에 골드 소재의 손목시계가 드러났다. 스위스 브랜드 IWC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과 거의 흡사했다. 간결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가격은 1420만 원. 

그 외에도 가죽 줄에 흰색 다이얼 또는 짙은 색 다이얼의 시계 등 다양한 시계를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확한 모델명은 알기 어렵지만, IWC를 포함해 파텍 필립, 브레게 등 고가 시계들로 보였다. 패션시계부터 클래식한 명품 시계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소장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빌 클린턴(Timex·10만 원 선), 버락 오바마(Jorg Gray·20만 원 선) 등 미국 전직 대통령들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라도 재임 기간 공식 석상에서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브랜드의 시계를 착용했다. 하지만 스트롱맨 3명은 달랐다. 트럼프와 푸틴, 김정은은 마치 시계를 통해서도 ‘내가 스트롱맨이다’ 혹은 ‘내가 시간을 지배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과연 시간까지 지배할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19.11.01 1212호 (p38~41)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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