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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몰카의 유혹

“이젠 몰카 찍나 하늘도 쳐다봐야 할 판”

드론 이용 몰카 등 신종 수법 쏟아져…“몰카 기기 구매 제한해야” 지적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젠 몰카 찍나 하늘도 쳐다봐야 할 판”

“이젠 몰카 찍나 하늘도 쳐다봐야 할 판”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몰래카메라 범죄까지 일어나고 있다. [뉴스1]

“예산이 어느 정도 되세요?”

8월 7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의 한 카메라 매장을 찾아 ‘몰래카메라(몰카)용’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하느냐고 하자 점원이 되물어온 말이다.

기술 발달로 초소형 카메라가 쏟아져 나오면서 몰카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제한하는 법 규정이 없는 탓에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몰카가 더욱 성행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해 몰카를 찍는 사건도 일어나 몰카 관련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젠 몰카 찍나 하늘도 쳐다봐야 할 판”

2015년 불법수입으로 적발된 위장카메라. 대부분 몰래카메라 촬영 용도로 사용된다.[뉴스1

“안경이나 모자형 대신 라이터, 펜, 지갑형 인기”

7월 21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몰카 범죄는 5185건이나 발생했다. 10년 전인 2006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몰카 범죄가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6%에서 24.9%로 증가했다. 특히 동영상 관련 범죄가 크게 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 유출 신고 건수는 2012년 1818건에서 2015년 6856건으로 3.8배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총 신고 건수는 1만8809건에 달한다. 범죄 피해자의 98%는 여성이었다.



이처럼 몰카 범죄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대형 전자상가에서는 버젓이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었다. 8월 7일 용산전자상가 한 카메라 매장의 점원은 일정 금액을 제시하자 매장 내부로 안내했다. 점원은 20만~30만 원대 제품이라며 초소형 카메라들을 늘어놓았다. 언뜻 봐서는 카메라로 인식하기 어려운 물건들이었다. 점원은 “모자나 안경형처럼 몸에 착용하는 제품은 요즘 잘 안 나간다. 정면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들키기도 쉽고, 최근 아이돌그룹 사인회에서 한 명이 걸리기도 했다. 담배를 피운다면 라이터형도 괜찮다. 라이터로도 사용할 수 있어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고 말했다.

라이터형 외에도 펜, 지갑, 차열쇠형 카메라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날 찾은 매장 3곳 모두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었다. 일부 매장은 현금으로 구매하면 인터넷 쇼핑몰보다 싸게 주겠다고도 했다.

매장 직원의 말처럼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초소형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몰카’ ‘몰래카메라’로 검색하면 판매 사이트를 찾을 수 없지만 초소형 카메라, 위장카메라로 검색하면 판매 사이트가 여럿 나온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매장보다 훨씬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었다. 한 사이트에서는 보온병형도 판매 중이었다. 보온병 뚜껑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고 실제 보온병으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고정된 장소에 설치해 폐쇄회로(CC)TV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액자, 탁상시계형 카메라도 30만~40만 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몰카에 쓰이는 카메라의 위장술은 해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전파인증을 받은 변형 카메라는 총 163종. 매년 30~40개가 새롭게 목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몰카에 쓰이는 초소형 카메라나 위장카메라의 판매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다. 2015년 여름 국내 유명 워터파크 여자탈의실에서 촬영한 몰카 사진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일반 카메라의 형체가 아닌, 변형 카메라의 생산 및 소지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해당 법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초소형 카메라 판매자와 소지자 모두 관할 지방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러라고 만든 드론이 아닐 텐데

최근에는 드론까지 몰카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7월 제주 곽지해수욕장에서 30대 남성 A씨가 드론을 띄워 노천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여성들을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드론은 노천탕 경계인 돌담에서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떠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노천탕 인근에서 드론을 조종하던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8월 6일에는 광주 한 원룸 밀집촌 2층 창문 앞에 드론이 한참 떠 있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드론을 이용한 몰카 범죄는 피서객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제주의 경우 지난해까지 드론 관련 몰카 신고 및 민원이 한 건도 없었지만, 올여름에만 9건이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대부분 ‘풀빌라에 드론이 떠 있는데 촬영하는 것 같다’ ‘해수욕장 탈의실 위에 카메라가 달린 드론이 떠 있다’는 내용이었다.  

드론으로 몰카를 촬영하려면 드론을 원하는 위치에 날려 보낸 뒤 한동안 같은 자리에 떠 있게 해야 한다. 서울 광진구의 한 드론 전문매장 관계자는 “요즘은 40만~50만 원대 드론도 한두 시간 연습하면 간단한 영상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조작이 쉽다. 한자리에 멈춰 고도를 유지하는 ‘호버링’을 자동 지원하는 제품이 많아 드론 몰카 촬영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서지 등에 드론을 이용한 몰카 촬영을 예방하는 홍보 현수막을 걸고 무선전파탐지장비 등 전문 장비를 동원해 몰카 범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주간동아 2017.08.16 1101호 (p56~57)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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