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이 끝났습니다. 대선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모두 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했는데요. 당선한 이재명 대통령은 향후 자신의 공약을 추진하려 할 테고, 선거에는 졌지만 김문수 후보 공약도 추후 논의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사람의 동물 공약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문제는 이 공약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표준수가제는 정부가 동물진료비 수가를 정해놓는다는 뜻입니다. ‘10㎏ 암컷 반려견의 중성화수술은 ◯◯원’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동물병원 진료 서비스는 공적 영역이 아닌 민간 영역입니다. 동물병원마다 수의사의 실력과 수준이 다르고, 사용하는 장비와 시설도 다릅니다. 같은 진료를 보더라도 처방 약물과 수술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시로 든 암컷 중성화수술의 경우 대부분 개복으로 진행하지만 최근에는 복강경(내시경)으로 수술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이렇게 병원별로, 상황별로 다를 수 있는 진료비를 정부가 일괄로 정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규제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 진료비의 경우 표준수가가 정해진 항목들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입니다. 수가가 있고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결정돼야 국민건강보험 재정, 즉 세금을 얼마나 투입할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동물의료비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려면 사람 의료비의 급여 항목처럼 건강보험 혹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전제돼야 합니다. 세금이 사용되는 영역이어야 하는 거죠.
그러나 동물은 건강보험 제도가 없습니다. 보호자가 동물진료비를 100% 부담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동물진료 항목은 전부 ‘비급여’인 셈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수가를 정한다니,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동물진료에 표준수가제를 적용하려면 정부가 동물의료에 어떤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지원할 것인지부터 논의돼야 합니다.
낙선한 김문수 후보의 공약(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 발표)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 후보는 “더는 동물병원에서 마음 졸이며 영수증을 받아보지 않도록 부담을 확 덜겠다”면서 “동물병원이 제공하는 모든 의료서비스 항목을 표준화하고, 비용을 온라인에 게시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진료비 게시가 의무화돼 있는 20개 항목 이외에 모든 진료비를 공개하겠다는 거죠. 그러나 전문화된 사람 병의원과 달리 동물병원은 대부분 종합동물병원입니다. 수의사가 원장 1명인 동물병원에서 내과 진료, 외과 수술, 영상 검사, 혈액 검사를 모두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검사, 진료 방법이 계속 생겨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동물병원이시행하는 ‘모든’ 의료서비스 가격을 게시하는 게 가능할까요. 특정 진료 항목의 경우 상황에 따라 진료비가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를 게시하는 게 오히려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때도 있습니다.
현재 진료비 게시 의무 항목 중 하나인 ‘심장사상충 예방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원하는 건 심장사상충 예방비 ‘◯◯원’ ‘XX원’ 이런 형태일 겁니다. 그러면 진료비 비교가 매우 쉽겠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먹이는 약도 있고, 바르는 약도 있으며, 한 번 주사하면 6~12개월 약효가 지속되는 약도 있습니다. 또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오리지널 제품이 있고, 제네릭(카피약)이 있습니다. 당연히 원가가 다릅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회사의 같은 약이라 해도 동물 체중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항목은 ‘심장사상충 예방비’ 1개지만 그 안에 굉장히 다양한 가격이 형성돼 있는 거죠.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지금도 “보호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고자 동물진료비 게시를 의무화했지만, 오히려 보호자에게 혼란만 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동물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 상황과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럴싸해 보이는 공약을 발표하는 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현장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선거철마다 비현실적인 동물 공약이 반복적으로 남발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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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료 ‘비급여’인데 수가 책정?
이재명 대통령은 ①동물복지 중심 체계로 정책 패러다임 변환 ②반려동물 양육비 부담 완화 ③학대 및 유기 방지,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 ④농장 동물, 동물원·실험·봉사·레저 동물 복지 개선 등 크게 4가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 완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동물 병원비가 월평균 양육비의 40%에 이른다”면서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고, 표준진료 절차를 마련해 진료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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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진료비의 경우 표준수가가 정해진 항목들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입니다. 수가가 있고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결정돼야 국민건강보험 재정, 즉 세금을 얼마나 투입할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동물의료비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려면 사람 의료비의 급여 항목처럼 건강보험 혹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전제돼야 합니다. 세금이 사용되는 영역이어야 하는 거죠.
그러나 동물은 건강보험 제도가 없습니다. 보호자가 동물진료비를 100% 부담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동물진료 항목은 전부 ‘비급여’인 셈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수가를 정한다니,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동물진료에 표준수가제를 적용하려면 정부가 동물의료에 어떤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지원할 것인지부터 논의돼야 합니다.
낙선한 김문수 후보의 공약(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 발표)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 후보는 “더는 동물병원에서 마음 졸이며 영수증을 받아보지 않도록 부담을 확 덜겠다”면서 “동물병원이 제공하는 모든 의료서비스 항목을 표준화하고, 비용을 온라인에 게시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진료비 게시가 의무화돼 있는 20개 항목 이외에 모든 진료비를 공개하겠다는 거죠. 그러나 전문화된 사람 병의원과 달리 동물병원은 대부분 종합동물병원입니다. 수의사가 원장 1명인 동물병원에서 내과 진료, 외과 수술, 영상 검사, 혈액 검사를 모두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검사, 진료 방법이 계속 생겨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동물병원이시행하는 ‘모든’ 의료서비스 가격을 게시하는 게 가능할까요. 특정 진료 항목의 경우 상황에 따라 진료비가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를 게시하는 게 오히려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때도 있습니다.
동물진료비 모두 공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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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호자가 동물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 상황과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럴싸해 보이는 공약을 발표하는 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현장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선거철마다 비현실적인 동물 공약이 반복적으로 남발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