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에 등장한 어린 사모예드 2마리의 생김새다. 이들 강아지는 이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2022년 사고로 잃은 반려견 ‘티코’의 모습을 꼭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바로 티코의 ‘복제견’이기 때문이다. 한 유튜버가 고액을 들여 죽은 티코의 체세포 복제를 의뢰해 티코와 똑같이 생긴 새 반려견 2마리를 얻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업적 동물 복제의 비윤리성과 법체계 미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유튜버가 죽은 반려견 ‘티’(오른쪽)의 체세포를 복제해 얻은 2마리의 어린 사모예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5/a0/a0/ba/65a0a0ba1c54d2738250.jpg)
한 유튜버가 죽은 반려견 ‘티’(오른쪽)의 체세포를 복제해 얻은 2마리의 어린 사모예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 캡처]
난자공여·대리모견 희생 기반
1월 1일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엔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5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엔 2022년 반려견 티코를 먼저 보낸 이 유튜버가 ‘펫로스 증후군’으로 얼마나 괴로웠는지, 체세포 복제를 결정한 이유가 뭔지, 2마리 복제 티코의 생김새와 근황은 어떤지 등 내용이 담겼다. 이 유튜버는 영상 자막을 통해 “반려견 복제는 아직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저로 인해 누군가가 복제를 알게 되고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복제엔 평균 8000만~1억2000만 원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히기도 했다.문제는 반려견 복제 과정이 여러 윤리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난자공여견과 대리모견 등 다른 개의 희생 및 고통을 수반한다는 게 그중 하나다. 반려견 복제를 위해선 다른 개로부터 채취한 난자(핵을 제거한)에 반려견의 체세포를 이식해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대리모견의 자궁에 착상해야 한다. 사람의 시험관 시술처럼 착상이 성공할 때까지 수차례 반복해야 해 난자공여견과 대리모견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복제견 탄생 후 생기는 문제도 있다. 티코의 복제를 맡은 국내 한 반려견 복제 업체는 “복제로 태어난 개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으면 회수하고 재복제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때 업체가 회수한 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알 수 없다. 안락사 등 학대 개연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복제 소식을 담은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 온라인상에선 복제 과정의 비윤리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영상 댓글난에는 “내 반려견을 복제하기 위해 다른 강아지가 희생돼야 한다니 비윤리적인 것 같다” “복제기술이 개발된 지는 오래됐지만 윤리 문제로 상용화되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것을 추천하는 건 섣부르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학범 수의사 겸 데일리벳 대표는 1월 9일 전화 통화에서 “2005년 황우석 박사가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고 현재 황 박사 본인(수암바이오텍·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그 제자들이 반려견 복제 업체를 몇 곳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이번에 화제가 됐지만 한국이 이(복제) 분야 기술력이 뛰어나다 보니 해외에선 이미 한 해에도 수백 건씩 국내 업체에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선택이긴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복제 개가 태어나는지 알면 선뜻 (복제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법 적용에도 한계
![](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5/a0/c1/7a/65a0c17a0ab2d2738276.jpg)
조찬형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는 1월 10일 전화 통화에서 “현재로선 상업적 동물 복제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생명윤리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은 모두 사람에 한해 적용되는 법이고 동물보호법 내 동물 생산·판매 허가, 동물실험 관리, 동물학대 금지 등 조항을 적용하려 해도 복제는 각 조항의 개념 정의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표 참조). 조 변호사는 “상업적 동물 복제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부터 규제할지 법체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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