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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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반려견이 촉발한 상업적 동물 복제 논란

비윤리적 복제 과정에 규제할 법적 근거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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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1-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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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에 등장한 어린 사모예드 2마리의 생김새다. 이들 강아지는 이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2022년 사고로 잃은 반려견 ‘티코’의 모습을 꼭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바로 티코의 ‘복제견’이기 때문이다. 한 유튜버가 고액을 들여 죽은 티코의 체세포 복제를 의뢰해 티코와 똑같이 생긴 새 반려견 2마리를 얻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업적 동물 복제의 비윤리성과 법체계 미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유튜버가 죽은 반려견 ‘티’(오른쪽)의 체세포를 복제해 얻은 2마리의 어린 사모예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 캡처]

    한 유튜버가 죽은 반려견 ‘티’(오른쪽)의 체세포를 복제해 얻은 2마리의 어린 사모예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 캡처]

    난자공여·대리모견 희생 기반

    1월 1일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엔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5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엔 2022년 반려견 티코를 먼저 보낸 이 유튜버가 ‘펫로스 증후군’으로 얼마나 괴로웠는지, 체세포 복제를 결정한 이유가 뭔지, 2마리 복제 티코의 생김새와 근황은 어떤지 등 내용이 담겼다. 이 유튜버는 영상 자막을 통해 “반려견 복제는 아직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저로 인해 누군가가 복제를 알게 되고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복제엔 평균 8000만~1억2000만 원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반려견 복제 과정이 여러 윤리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난자공여견과 대리모견 등 다른 개의 희생 및 고통을 수반한다는 게 그중 하나다. 반려견 복제를 위해선 다른 개로부터 채취한 난자(핵을 제거한)에 반려견의 체세포를 이식해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대리모견의 자궁에 착상해야 한다. 사람의 시험관 시술처럼 착상이 성공할 때까지 수차례 반복해야 해 난자공여견과 대리모견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복제견 탄생 후 생기는 문제도 있다. 티코의 복제를 맡은 국내 한 반려견 복제 업체는 “복제로 태어난 개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으면 회수하고 재복제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때 업체가 회수한 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알 수 없다. 안락사 등 학대 개연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복제 소식을 담은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 온라인상에선 복제 과정의 비윤리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영상 댓글난에는 “내 반려견을 복제하기 위해 다른 강아지가 희생돼야 한다니 비윤리적인 것 같다” “복제기술이 개발된 지는 오래됐지만 윤리 문제로 상용화되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것을 추천하는 건 섣부르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학범 수의사 겸 데일리벳 대표는 1월 9일 전화 통화에서 “2005년 황우석 박사가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고 현재 황 박사 본인(수암바이오텍·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그 제자들이 반려견 복제 업체를 몇 곳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이번에 화제가 됐지만 한국이 이(복제) 분야 기술력이 뛰어나다 보니 해외에선 이미 한 해에도 수백 건씩 국내 업체에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선택이긴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복제 개가 태어나는지 알면 선뜻 (복제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법 적용에도 한계

    상업적 동물 복제는 현재 법 테두리 밖에 있다. 그간 동물 복제는 주로 실험·연구 영역에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상업적 복제에 관한 법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합법도, 불법도 아닌 ‘법적 공백’ 속에서 사실상 상업적 복제가 묵인되고 있는 것이다. 티코를 복제한 반려견 복제 업체가 “복제에 법적 이슈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1월 5일 해당 업체를 고발하면서 복제 행위 자체를 문제 삼지 못하고 “허가 없이 반려견을 생산·판매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도 그래서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비아젠 펫츠, 중국 시노진 등 해외 유명 반려견 복제 업체가 존재하지만 관련법은 따로 없다.

    조찬형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는 1월 10일 전화 통화에서 “현재로선 상업적 동물 복제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생명윤리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은 모두 사람에 한해 적용되는 법이고 동물보호법 내 동물 생산·판매 허가, 동물실험 관리, 동물학대 금지 등 조항을 적용하려 해도 복제는 각 조항의 개념 정의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표 참조). 조 변호사는 “상업적 동물 복제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부터 규제할지 법체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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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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