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튀는 행보는 당권 잡기?](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4/09/15/201409150500001_1.jpg)
추석 귀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 5일 부산역 광장에서 문재인, 배재정 의원(앞줄 오른쪽 첫 번째)과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관계자들이 귀성객을 상대로 인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틈을 타 당내에선 대여 강경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있다.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 씨와의 동조 단식을 통해 지도부의 장외투쟁을 이끌어냈다.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선거(대선) 패배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숨죽여 있던 문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이런저런 비판도 많았지만 문 의원 개인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의원들과 접촉면 넓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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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이 열린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오른쪽)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문 의원은 단식을 그만둔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문 의원이 팽목항을 찾고 얼마 되지 않아 박 위원장이 팽목항을 찾기도 했다. 문 의원은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며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9월 2일에는 시민통합당 출신인 문성근 ‘국민의 명령’ 상임운영위원장과 최민희 의원 등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네트워크 정당’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문 의원의 최근 행보를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쥐기 위한 수순으로 본다. 문 의원 측은 “당권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이미 친노 진영에선 문 의원이 당권을 잡고 2016년 총선을 진두지휘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에 재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최대한 등판을 늦춘 뒤 대선에 직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측에선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정도로 당이 망가진 상황에서 문 의원처럼 대중성과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직접 당을 운영해야 그나마 당의 재정비가 가능하다고 본다. 친노계 한 의원은 “문 의원은 이미 대선에서 평가를 받은 사람”이라며 “총선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해야 당은 물론 외부에서도 다시 한 번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2011년 한나라당이 난파 위기에 처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당을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고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 승리한 점을 강조한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파문으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지자 5년 만에 당권을 잡으며 정치 전면에 나섰다. 당시 친박계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조기 등판을 만류하는 의견이 적잖았으나 박 대통령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로고와 상징색을 바꾸는 등 쇄신 작업에 착수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들은 또 다른 친노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문 의원의 당권 도전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고 자기 능력을 보여주면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친노 잠룡인 안 지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당내 상황이 다르다며 만류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은 당권을 잡은 쪽으로 힘이 급격히 쏠리면서 당권을 잡은 이가 다양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반면, 다양한 계파가 존재하는 새정치연합에선 계파 간 갈등으로 상처만 입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문 의원의 조기 등판에 반대하는 한 의원은 “현안에 대해 한마디씩 던지며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단언했다.
“새 정치를 내세우며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의원도 당대표를 맡고 정치 전면에 나선 순간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고 물러났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는 순간 비노(비노무현)계는 물론, 2017년 대선을 두고 경쟁하는 다양한 세력이 문 의원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 내공을 쌓으며 기다릴 때다.”
지역에선 총선 불출마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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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 씨(왼쪽)가 46일 만에 단식 중단을 선언한 8월 2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 동부병원 병실에서 병문안을 온 문재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의원이 지나치게 서울 중앙 정치에 몰두하다 보니 지역구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지역구인 사상에서조차 박 대통령에게 득표율이 밀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구청장을 비롯해 시·구의원이 전패했다. 20대 총선 승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다음 총선에서는 무조건 문 의원을 낙선시키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선 전체 구도상 손수조 후보를 공천했지만 그 당시에도 권철현 전 주일대사나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 같은 중량급 있는 인사를 내세웠으면 문 의원을 이길 수 있었다”고 호언했다.
지역 정가에선 문 의원이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를 맡아 전체 총선을 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각각 비례대표를 맡은 바 있다. 부산 출신의 친노 배재정 의원의 최근 행보도 이런 소문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배 의원은 올해 부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그 장소가 문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이었다. 최근 폭우로 부산이 물난리가 났을 때도 서둘러 부산에 내려가 현장을 챙겼다.
‘총선 불출마론’에 문 의원 측은 “총선이 1년 반도 더 남았는데 너무 성급한 얘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친노계 한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도 ‘부산벨트’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문 의원이 빠진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며 “설령 지더라도 부산에서 싸워야 문 의원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있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20대 총선이 끝난 후 1년 8개월 이후에야 19대 대선이 있다는 점이 변수다. 원내 진입에 실패할 경우 대선 가도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실리와 명분을 놓고 문 의원 측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