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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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예루살렘에 핏빛 전운이 감돈다

트럼프의 ‘이스라엘 수도 선언’ 이후 하마스 무장봉기 앞장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7-12-26 16: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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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지도. 하마스 대원들이 완전무장한 채 가자지구를 행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출처 · 시사상식사전, MEE]

    가자지구 지도. 하마스 대원들이 완전무장한 채 가자지구를 행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출처 · 시사상식사전, MEE]

    팔레스타인족은 쿠르드족, 티베트족과 함께 대표적인 ‘국가 없는 민족’이다. 팔레스타인족의 원 명칭은 필리스틴(Philistines)이다. 필리스틴은 에게해 근처에서 살다 기원전 13세기 무렵 요르단강과 주변 지역으로 옮겨왔다. 팔레스타인은 ‘필리스틴이 살던 땅’을 의미한다. 구약성서에선 이 민족을 블레셋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기원전 11세기 무렵 유대인 조상인 히브리족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했다. 이후 이 지역은 로마제국의 지배를 거쳐 1917년까지 오스만튀르크의 영토였으며,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통치했다. 유대인은 고향을 떠나 3000여 년간 유랑해야 했고, 1948년에야 국가를 세웠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민족은 지금까지 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기독교 · 유대교 · 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의 모습으로 노란색 돔은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알아크사 사원의 바위돔 모스크. [위키미디아]

    예루살렘의 모습으로 노란색 돔은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알아크사 사원의 바위돔 모스크. [위키미디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1964년 국가 건설을 목표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결성했다. 당시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끌던 PLO는 이스라엘은 물론, 서방 각국에서도 테러를 자행하는 등 무력투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선 중동 평화를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치정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PLO는 미국과 노르웨이의 중재로 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평화협정을 맺고 94년 자치정부를 세웠다. 자치정부의 관할지역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이고 헌법상 수도는 예루살렘, 행정 수도는 라말라다. 이스라엘과 PLO는 5년간 자치 기간을 거쳐 99년 5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우기로 합의했지만, 그동안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해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인정하자 팔레스타인은 물론이고 이슬람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성지다. 현재 예루살렘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하지만 예루살렘은 국제법적으로 이스라엘 땅이 아니다. 유엔은 1947년 11월 29일 총회를 열고 팔레스타인 영토의 56%를 유대인에게 주고 나머지 43%를 아랍 민족에게 배분하는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당시 예루살렘에 대해선 어느 쪽의 영토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뜻의 ‘특별한 국제체제’ 지위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예루살렘은 현재까지 국제법적으로 국제도시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예루살렘 서쪽을 차지한 데 이어 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예루살렘 전체를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을 대부분 반환했지만 예루살렘만은 그대로 차지했다. 예루살렘에는 국방부를 제외한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입법·사법·행정기관이 있다. 이스라엘 의회는 1980년 7월 30일 예루살렘을 수도로 규정한 법률까지 통과시켰다. 그러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같은 해 8월 20일 이스라엘 법률이 무효라는 결의안 478호를 통과시켰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해온 이스라엘은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인정하자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경만 읽어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현실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발언에 더욱 분개하고 있다.

    지구상 가장 거대한 감옥

    그런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요르단강 서안보다 가자기구에서 훨씬 폭력적으로 시위를 벌인다. 그 이유를 알려면 이스라엘 지도를 보면 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은 ‘육지의 섬’이나 마찬가지다, 가자지구에는 180만 명, 요르단강 서안에는 290만 명이 각각 거주하고 있지만 양쪽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다. 이스라엘 영토가 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면적은 360㎢, 길이는 40km, 너비는 8km로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가자지구의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8m 높이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남쪽은 이집트 국경, 서쪽은 지중해와 면해 있다(지도 참조). 사실상 사방이 모두 막혀 가자지구 주민은 영토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는 ‘지구상 가장 거대한 감옥’ ‘천장 없는 교도소’로 불려왔다.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장벽을 세워놓은 이스라엘을 타도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슬람저항운동을 뜻하는 아랍어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용기’를 의미한다. 하마스는 무장단체이자 정당이다. 하마스는 정치위원회와 군사위원회로 구성됐다. 특히 군사기구인 ‘에즈 에딘 알카삼 여단’을 보유하고 있다. 대원은 4만5000~5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하마스는 1987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제1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저항운동)를 주도하면서 창설됐다. 하마스는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한 갈래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슬람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마스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력투쟁을 계속해왔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이슬람국가도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해왔다. 하마스는 그동안 정치 참여를 거부해오다 2006년 1월 총선에서 팔레스타인 온건파이자 집권 여당인 파타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2007년 6월 권력투쟁을 벌인 끝에 하마스는 가자지구, 파타당은 요르단강 서안을 각각 통치하게 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2008년, 2014년 두 차례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하마스는 최근 들어 파타당과 화해하는가 하면, 1967년 이스라엘 점령 이전을 경계로 한 독립국가 창설 방안을 인정하는 등 온건 노선을 보여왔다. 

    그랬던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으로 강경투쟁에 다시 앞장서고 있다. 하마스는 ‘분노의 날’을 두 차례 선포하고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상으로 반미·반이스라엘 투쟁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하마스는 또 인티파타를 통해 무력투쟁을 벌이자고 촉구하고 있다. 하마스 뒤에는 이란이 있다. 시아파인 이란은 수니파인 하마스에게 매년 3000만 달러(약 324억 원)에 달하는 자금과 각종 로켓 등 무기를 제공해왔다. 이란의 의도는 이스라엘 견제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손잡고 자국에 대항하려는 것을 저지하고자 예루살렘 문제를 증폭하면서 하마스를 충동질하고 있다. 하마스가 무장봉기할 경우 자칫하면 중동지역이 또다시 전쟁으로 피바다가 될 수 있다. 신들에겐 ‘평화의 도시’라는 예루살렘이 인간에겐 ‘분쟁의 촉매’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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