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서학개미의 채권 매수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앞서 5월 16일(현지 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재정적자 위기를 지적하며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3월 기준 미 연방정부의 국가부채는 36조2200억 달러(약 4경9730조 원)다. 국채 발행액만 29조 달러(약 3경9800조 원)에 이른다. 미 재무부는 4월 기준으로 부채 유지에만 연간 6840억 달러(약 940조 원)가 들어가며, 이는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3년 100%를 넘은 뒤 지난해 123%를 기록했다.
미 장기채와 주식 동반 하락 중
재정 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해 6.4%에서 올해 6.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5월 22일(현지 시간)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의 감세 법안 메가빌은 이런 상황을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3조800억 달러(약 4226조68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장기채와 주식이 동반 하락하며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 강화되고 있지만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는 올해 들어 4370억 달러(약 600조 원)가 유입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26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서학개미도 예외는 아니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미국 채권도 5월 23일 기준 177억1425만 달러(약 24조311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113억166만 달러(약 15조5160억 원)와 비교하면 56.7%나 증가했다. 5월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 TOP50’에서도 채권형 ETF의 약진이 눈에 띈다.
미국의 20년 이상 장기채 가격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미국채 3배 레버리지 ETF(TMF)’가 2위, 미국의 20년 이상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년+ 만기 미국채 ETF(TLT)’가 4위, 미국 3개월 이하 단기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0-3개월 만기 미국채 ETF(SGOV)’가 11위에 올라 있다(표 참조). 이들 상품에는 각각 1억7948만 달러(약 2460억 원), 1억2670만 달러(약 1740억 원), 5845만 달러(약 802억4600만 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환율 오르거나 금리 떨어져야 수익 가능
미 국채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거나 금리가 낮아져 기존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 미 국채, 그중에서도 미국 장기채 투자가 확대된 이유는 금리가 충분히 올라 이제 하락할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 순매수 2위를 기록한 TMF는 -14.08%, 4위를 기록한 TLT는 -4.54%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SGOV만이 0.34%로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국내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 투자 ETF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한 순자산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은 연초 이후 평균 -5.2%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 2조2369억 원으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도 연간 수익률 -5.5%, 3개월 -6.23%, 한 달 수익률 -3.18%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미국 채권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서학개미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대규모 감세로 물가가 자극받으면 금리인하는 더욱 요원해져 채권 가격이 강세로 돌아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미국의 감세정책 시행과 관세 인상, 달러 약세 등으로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됐다”며 “채권투자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