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인구 감소 = 주택 가격 하락 ? 관계없어!

인구 감소보다 주택고령화 심각  …  재건축 속도 더뎌 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 대우건설 하우스노미스트 jhons15@hanmail.net

    입력2019-03-27 11: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예정 단지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동아DB]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예정 단지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동아DB]

    인구 충격으로 주택시장에 ‘퍼펙트스톰’(악재들이 동시에 발생해 생기는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이 온다! 

    10년 전 ‘인구공포론’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주 등장하던 문구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 5년간 인구 감소와 주택 가격의 상관성을 확인해보면 ‘퍼펙트스톰’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표’에서 보다시피 최근 5년간(2014~2018년)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서울은 가장 높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뿐 아니라 서울 다음으로 인구 감소폭이 큰 부산은 30%에 가까운 가격 상승을 기록했으며, 대구 역시 3만 명의 인구 감소에도 주택 가격이 40%나 올랐다. 

    오히려 지난 5년간 인구가 6만 명이나 증가한 충남의 주택 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오히려 감소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쯤 되면 오히려 ‘인구가 감소할수록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단순히 인구의 증가 혹은 감소로는 장기적인 주택시장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 필자 역시 건설사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인구통계 가운데 어떤 것이 그 지역 주택시장의 중·장기 흐름을 잘 설명하는지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 인구통계를 제쳐놓고 주택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예측을 위해 여러 인구 데이터를 검증해가던 중 잘 변하지 않으면서 지역 주택시장의 중·장기 흐름을 확연히 구분해주는 인구통계를 찾아냈다. 바로 ‘인구밀도’ 데이터다. 



    ‘인구’가 주택 수요를 대표하는 통계라면, 주택 공급(가능성)을 대표하는 통계는 ‘토지’라고 할 수 있다.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공장에서 무제한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을 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은 한번 건축되면 적어도 20년간은 그 자리에 있기 마련이라 공급 탄력성이 낮은 재화다. 따라서 ‘주택을 건축할 가용한 땅이 얼마나 있는가’로 해당 지역 주택 공급의 여지 혹은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인구밀도 높을수록 집값 상승 확률 높아

    인구밀도 통계는 이러한 주택의 수요(인구)와 공급(토지)을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아파트 지을 땅은 부족한데, 인구가 몰려 사는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중·장기 주택 가격 상승 확률이 높은 것이다. 

    ‘표’의 데이터가 그것을 증명하는데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모두 인구밀도가 km2당 2000명 이상 되는 지역들로 인구 감소와 상관없이 높은 주택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인구밀도는 1만6000명가량으로 다른 도시 대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수준이다. 서울 인구가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져도 왜 서울 집값이 지난 5년간 상승했는지 1만6000명의 인구밀도 통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인구밀도가 낮은 충청, 경상 지역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인구가 증가했지만 도시개발사업 등 주거용 토지 확장에 따른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낮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구밀도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의 격차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도시전문가 리처드 플로리다는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지난 30년간의 미국 대도시 데이터를 통해 ‘자연지형’의 제한에 따른 주택 가격의 뚜렷한 격차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프1’에서 보다시피 인구밀도가 높아 주거지 확장이 제한된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은 가장 높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고 주거지 외부 확장이 활발했던 오스틴,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는 가장 낮은 가격 상승을 보였다. 이 그래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인구 증가율을 의미하는 ‘원 크기’다. 주거지 개발 확장으로 인구가 크게 증가한 라스베이거스, 오스틴의 원은 꽤 큰 편인데,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은 저조했다. 

    ‘표’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사례에서도 인구가 증가한 충청·경상권의 주택 가격이 미미한 상승폭을 기록했음을 떠올려보자. 이 대목에서 ‘인구 증가=주택 가격 상승’에 반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어느 지역의 인구 증가는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딸려오는 결과로 오히려 향후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이 안정화되거나 심지어 하락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인구 100만 명의 창원시, 80만 명의 청주시는 지난 5년간 주택 공급 후유증으로 주택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밀도’ 외에 적어도 향후 10년간 주시해야 할 통계는 ‘인구고령화’가 아닌 ‘주택고령화’다. 최근 통계 기준(2019년 2월)으로 입주 5년 차 이내인 젊은 아파트와 입주 10년 차를 넘긴 고령아파트의 3.3㎡당 차이는 ‘평균 350만 원’에 달한다. 이를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1억 원이 넘는다. 다시 말해 비슷한 입지의 젊은 주택과 고령주택은 평균 1억 원의 시세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입주 10년 차를 넘긴 아파트의 비중이 현재 72%에 육박해 ‘주택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 주택고령화율 83%, 신축 가치 높아져

    반면 입주 5년 차 이내인 젊은 주택의 비중은 2018년 45만 호의 역대급 입주를 감안하더라도 16.4%에 불과하다(그래프2 참조). 향후 감소하는 입주량을 고려한다면 주택고령화 추세는 반전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서울 주택고령화율은 83%이다. 서울 아파트 10채 가운데 8채는 입주 10년 차를 넘긴 고령주택인데,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대규모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새 아파트 공급줄인 재건축 분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고령화로 서울 신규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증가하는 와중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울에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을 적용해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110% 이내로 통제하고 있다. 정부의 청약 규제로 서울 1순위 청약률이 감소하긴 했지만, 청약 미달 혹은 부적격 당첨으로 남은 ‘잔여세대’는 현금 부자들이 가져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심화하는 주택고령화 속에서 주변 시세의 110%를 넘지 않는 ‘새 아파트’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고령화 말고 인구고령화는 언제쯤 대한민국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1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발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2035년까지 인구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미 인구 감소에 접어든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의 주택 가격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대비되는 결론이다(그래프3 참조). 

    따라서 2030년대까지는 인구 충격에 따른 퍼펙트스톰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합계출산율은 인구 충격의 시작점이 2040년에 도래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2018년 잠정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생아가 1명이 채 안 된다는 의미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다 2018년 결국 1.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그래프4 참조). 따라서 인구 감소의 변곡점인 2015년 이후 신생아가 주택 구매 연령에 진입하는 2040년에는 인구 감소에 따른 주택시장 충격이 예상된다.

    인구 감소 이외 변수도 고려해야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주택 가격 하락도 우려되고 있지만 상관관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한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모습. [동아DB]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주택 가격 하락도 우려되고 있지만 상관관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한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모습. [동아DB]

    물론 앞서 살펴봤듯이 단순히 인구 감소 변수 하나만으로 먼 미래의 주택시장을 예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택시장 흐름은 인구 외에도 부동산 정책, 글로벌 경제, 공급 여건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변수 가운데 합리적 추정치가 나오는 유일한 변수가 인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계출산율 0.98명의 충격은 20~30년 후 비중 있는 변수로 떠오를 것이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의 오래된 테마인 인구에 대한 미신을 팩트로 벗겨봤다.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인구 증감이 아닌 인구밀도에, 인구고령화가 아닌 주택고령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데이터는 말한다. 또한 먼 미래이긴 하지만 2040년에는 합계출산율의 충격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다만 2040년 이야기를 굳이 현재로 당겨와 ‘지금 당장 집을 팔아야 한다’ 같은 극단적 공포론을 조장하거나 맹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