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

“주식투자 ‘시간의 횡포’ 견뎌라”

‘알고리즘 투자’ 나선 서울대 교수… ‘노이즈’에 휘둘리는 개인투자자는 必敗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8-07-2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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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화두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AI)이 ‘사람’인 프라이빗뱅커나 펀드매니저를 대신해 투자와 자산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이 예·적금보다 높게 나타나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018년 현재 1조 원 규모인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2025년 30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6년 증권사에서 투자상품을 자문하는 방식으로 개시된 로보어드바이저는 현재 두 가지 갈래로 발전하고 있다. 로보업체와 제휴한 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로 추천 포트폴리오를 짜면 투자자가 직접 매매하는 것이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자산운용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을 받아 주식·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명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곧 초고수익?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컴퓨터 알고리즘이다. ‘시장을 아는’, 나아가 ‘시장을 이기는’ 알고리즘을 짜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시하려는 금융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알고리즘 투자전문 ㈜옵투스자산운용(옵투스)의 문병로(57) 대표는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카테고리에 들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아직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가 갈 길이 먼 까닭이다. 

    문 대표의 이력은 국내 투자시장에선 매우 이질적이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알고리즘, 진화연산, 최적화 이론 및 응용을 연구하는 공학자다. 2001년 벤처기업 ㈜옵투스를 창업해 주식투자 최적화 알고리즘을 연구하다 2009년 직접 알고리즘 투자·운용에 뛰어들었다. 이런 배경으로 옵투스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가 아닌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다. 그는 “(알고리즘 투자 확대로)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며 “컴퓨터 기술이 아직 가보지 않은 영역이 무한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알고리즘 개발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컴퓨터에 의해 자동화된 논리로 투자하는 것을 알고리즘 투자라고 한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바로 이런 알고리즘 투자에 기반을 둔다. 그런데도 로보어드바이저로 불리길 거절하는 이유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범위가 너무 방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로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자산 배분을 조언하는 알고리즘, 그리고 운용을 조언하는 알고리즘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옵투스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는 로보어드바이저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은 대다수 로보어드바이저가 사람의 머릿속 생각을 컴퓨터 로직으로 옮긴 수준임에도 과대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접근법이 세력을 모으려면 과장이 다소 필요하긴 하다. 적절한 과장이라면 괜찮지만, 황당한 과장은 조심해야 한다. 업계에 ‘겨울’을 불러올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황당한 과장이란?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수하게 자산을 배분해 엄청난 고수익을 얻게 해준다는 기대가 그렇다. 물론 사람이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하고, 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로보어드바이저가 곧 ‘초고수익’으로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벌써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 보니 간혹 투자자 사이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실망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무엇이든 실패의 기록을 누적해가면서 성장하는 법이다. 현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도 그러한 과정에 있다고 본다.” 

    2016년 6월부터 사모펀드 운용에 나선 옵투스는 현재 6개 펀드, 1000억 원가량 자산을 운용한다. 옵투스는 알고리즘의 지원을 받는 수준을 넘어 알고리즘에 투자·운용을 전적으로 맡긴다.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또 많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주로 ETF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옵투스는 오로지 국내 개별 주식에만 투자한다. 

    그간 수익률은 어떤가. 

    “사모펀드를 운영한 지 2년 됐는데 코스피 수익률을 5%p가량 상회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표 참조).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시기를 견뎌야 한다. 사모펀드 이전까지 연결한, 2009년 2월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옵투스 주력 알고리즘의 수익률은 521%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93% 올랐고.” 

    그 정도로 압도적인 수익률이라면 고객이 몰려들 것 같다. 

    “그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웃음) 나는 주식투자를 이렇게 정의한다. ‘확률적 우위에 몸을 맡기고 시간의 횡포를 견디는 것’이라고. 조정 시기에 견디지 못하고 털고 나가는 고객이 꽤 있다. 특히 피크 때 들어온 고객이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 좋은 종목에 좋은 전략으로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시간의 횡포를 견디는 일이다. 한국 주식시장처럼 호흡이 짧은 곳에서 견디는 것이 더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최소 3년 이상 장기투자할 수 있는 분들만 옵투스에 들어오라고 권한다.”

    운용 인력 전원이 ‘공학자’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는 “기업 곳간이 살찌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는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지호영 기자]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는 “기업 곳간이 살찌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는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지호영 기자]

    옵투스의 ‘투자·운용’ 전문 인력은 문 대표를 포함해 5명. 그런데 이들 중 금융경제학 또는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증권사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전원이 컴퓨터공학, 그중에서도 ‘최적화 이론’을 전공한 공학도다. 그 이유에 대해 문 대표는 “우리의 미션은 어디에 투자할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내는 투자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대표적 계량투자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의 창업주 제임스 시먼스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박사로, 뉴욕주립대 수학과 학과장을 지내다 1978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30여 년간 연간 40%에 가까운 수익을 내 역사상 가장 성공한 퀀트 회사로 꼽힌다. 문 대표는 “시먼스 역시 월스트리트 출신을 채용하지 않고 이공계 출신만 직원으로 들였다”고 말했다. 

    옵투스의 ‘공학도’들은 각 기업의 재무제표, 각종 경제지표, 주가·거래량 흐름 등 적게는 500개에서 많게는 1000개의 지표·데이터를 재료 삼아 투자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이 실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음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증명되고 있다. 문 대표는 “시장에서 통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웃었다. 

    최적화 이론 전문가로서 현금자동입출금기의 최적 현금 운용, 반도체공장의 작업 공정 최적화, 인터넷 마케팅에서 고객 타깃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유독 주식시장 최적화 알고리즘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뭔가. 

    “노이즈가 너무 많아서다. 주식시장에는 사람이 모인 집단에서 생성된 현상을 표현한 데이터가 너무 많다. 그중엔 메인스트림이 되는 굵은 줄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최적화란 가능한 해(解)들의 공간에서 가장 매력적인 해를 찾는 것이다. 수많은 노이즈를 극복하고 정보의 본류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수한 노이즈를 헤쳐 나가며 시장을 압도할 수익이 나는 메커니즘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논문과 현장은 다르다. 논문은 1%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극단적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자본시장에 1% 리스크를 안고 있는 알고리즘으로 뛰어들 수는 없었다.” 

    지금은 주식투자의 최적화 알고리즘을 찾았다고 평가하나. 

    “일부 찾았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최적 리밸런싱(rebalancing) 기법이 시장에서 직접 수익을 내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옵투스의 수익률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 수익률은 시장 주도주에 대한 투자 없이 올린 성과다. 펀드마다 40개에서 200개 주식이 들어가 있는데, 우리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가 들어와 있던 기간은 1년도 채 안 된다. 셀트리온은 단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다. 뉴스는 통계적으로 노이즈다. 그래서 알고리즘 투자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시장 주도주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우리 알고리즘이 투자하란 말을 안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법이 너무 복잡해져 설명하기가 어렵다.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 설계는 우리가 하지만, 그에 따라 알고리즘이 자체적으로 만든 로직은 우리가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해석할 수 없더라도 결과가 유용하다면 받아들이는 게 맞다. 때론 컴퓨터가 시장의 기존 패턴과 동떨어진,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로직을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있다. 선뜻 이해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면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에 상식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잖나.”

    문 대표는 개인투자자를 ‘공익 투자자’에 비유한다. 느낌, 노이즈에 의존해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마는 ‘봉’이란 뜻에서다. 

    요즘은 간접투자도 많이 하는데. 

    “개인투자자가 여전히 공익 투자자적 역할을 하지만, 그 비율이 높아지진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냄비 투자’가 많이 보인다.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너무 자주 상품을 갈아탄다. 최근 3개월, 심지어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을 보고 투자할 펀드를 고른다. 최근 6개월간 잘한 펀드가 향후 6개월간 잘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러면 실망해 3개월 만에 해지하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펀드를 고른다. 실망이 반복되는 거다. 최소 3년간 수익률 추이를 보길 권한다.” 

    문 대표가 강연 때 종종 소개하는 예시다. 크게 벌고 크게 잃어 평균 2.5배 수익을 내는 ‘룰렛①’과 적게 벌고 적게 잃어 평균 1.25배 수익을 내는 ‘룰렛②’가 있다. 당신이라면 어느 룰렛에 걸겠는가. 이 룰렛에 1억 원을 걸고 매번 잔고를 전액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단판 게임에서 룰렛①은 2억5000만 원, 룰렛②는 1억2500만 원이 된다. 4회 반복하면 룰렛①의 잔고는 3000만 원으로 떨어지고 룰렛②의 잔고는 1억9000만 원으로 올라간다. 40회 반복하면? 룰렛①의 잔고는 거의 텅 비지만(590원), 룰렛②의 잔고는 681억 원으로 엄청나게 불어난다. 문 대표는 “큰 수익과 큰 손실이 반복되면 결국 망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코스피가 2600까지 올랐다 2300대로 주저앉았다.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간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나는 코스피를 희망적으로 본다. 회사 곳간이 살찌면 주가가 오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자본총계 변화를 계산해 지수로 만들어봤다. 장기적으로 자본총계지수가 상승하는 속도에 근접하게 주가가 올랐다. 현재도 국내 기업들의 자본총계가 견조하게 상승하고 있다. 그 상승 속도가 조금 낮아졌지만, 실망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지금 코스피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많이 억눌린 상태라고 본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뭘 하든, 회사가 돈을 벌면 결국 주가는 오른다. 순자산이 5년 만에 2배가 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주가가 특별히 저평가 혹은 고평가되지 않았다면 5년 후 주가가 2배 근처로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결국 시간 문제다.”

    무한한 공간을 여행하는 똑똑한 교통수단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 사이에서 규제 관련 불만이 큰데(최근 정부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에 대한 ‘비대면 일임 제한’ 규제를 완화했지만, 최소 자본금 요건을 40억 원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참고로 일반 투자 일임업의 자본금 기준은 15억 원이다). 

    “양쪽 입장 다 이해한다. 정부로서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회사 규모를 갖춰놓고 사업을 하라는 거고, 사업하는 이들은 허들을 높여 놓으면 실력 있는 참신한 플레이어의 시장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양쪽 입장의 중간 어디선가 접점을 찾는 게 좋을 듯하다.” 

    문 대표는 결국 시장은 알고리즘 투자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 대표에 따르면 2009년 미국과 영국의 주식거래소 주식 주문의 3분의1 이상이 알고리즘 트레이딩이었다고 한다. 그는 “시장이 점점 사람들의 전쟁터가 아닌 알고리즘들의 전쟁터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투자의 발전을 낙관하는 이유는. 

    “사람이 도달한 적 없고, 도달할 수도 없는 로직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또 딥러닝 등 컴퓨팅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이러한 ‘미지의 영역’에 가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복잡하고 높낮이 변화도 심한 공간에 있다. 이 공간을 이 잡듯이 돌아다니려면 제아무리 슈퍼컴퓨터라도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가령 고객 25명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최적의 코스를 짜보자. 컴퓨터가 1초에 150만 가지 방법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하면, 모든 경우의 수(24!)를 검토하는 데 300억 년이 걸린다. 고객이 2명 늘어 27명이 되면 10조 년이 걸린다. 최적화 알고리즘은 이러한 무한한 공간을 아주 효율적이고 빠르게 돌아다니는 교통수단이다. 지금은 사람 중심에서 컴퓨터가 지원하는 형태로 변했는데, 앞으로 주식투자는 컴퓨터가 주도해나가리라 본다.” 

    그렇다면 부동산이나 암호화폐도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투자할 수 있나.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호흡이 길고 거래 사이클이 충분히 누적돼 있지 않다. 데이터가 부족하다. 암호화폐는 가격 흐름과 거래량 데이터만 있을 뿐, 재무제표 같은 고유의 데이터가 없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과 암호화폐는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하기엔 덜 매력적이다. 다만 앞으로 채권 투자에도 최적화 알고리즘이 활용될 것으로 본다. 채권 관련 지표·데이터 등은 풍부하기 때문이다.”

    문병로는…
    •1961년 부산 출생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KAIST 석사, 美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전산학 박사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옵투스자산운용 대표이사
    •저서 : ‘쉽게 배우는 알고리즘’ ‘메트릭 스튜디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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