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하지만 그 맛 그대로
20대 초반까지 고기를 먹지 않던 내게 신세계를 보여준 음식점이 있다. 1975년 서울 황학동 허름한 기와집에서 시작한 ‘원할머니보쌈’이다. 성북구 안암동에 살던 나는 그곳까지 걸어 다녔다. 초등학교 친구들, 교회 친구들, 대학 친…
201601062016년 01월 06일한국 중식의 새바람
중식이 용처럼 꿈틀대고 있다. 중식당 창업이 잇따르고, 창업 양상도 이전과 많이 다르다. 짜장면, 짬뽕 없는 중식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중식 셰프가 한식과 양식, 일식처럼 스타 셰프 대접을 받는다. 이연복 셰프의 등장이 가져온 …
201512302015년 12월 29일깊고 진한 생선국의 신세계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가 전날 과음했음을 새벽에 울리는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를 듣고 알았다. 어머니는 평소 옷감을 두들기던 다듬잇돌 위에 딱딱한 북어를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들겨 포슬포슬하게 만든 후 북엇국을 끓여 냈다. 구수하고 …
201512232015년 12월 22일특선의 식재료, 속이 확~
식재료 천국, 제주에 가면 과음하는 이가 많다. 그래서일까. 제주에는 해장국으로 유명한 식당도 많다. ‘모이세해장국’처럼 전국 체인으로 성공한 식당도 있다. 이곳 해장국은 선지와 내장이 들어간 얼큰한 국물에 날달걀을 풀어 먹는다. …
201512162015년 12월 15일한방순대, 묵밥, 특양, 올갱이해장국
충북 제천은 중부 내륙지역의 전형적인 특성을 지닌 곳이다. 산들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어 산에서 나는 물산이 풍부하다.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약령시(藥令市)는 일제강점기에도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서울,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약초시장…
201512092015년 12월 07일투박하지만 속 깊은 전통의 맛
경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안성에는 여주, 이천 쌀과 충청도 산물이 모이는 경기 최대 시장이 있었다. ‘안성장에는 서울보다 두 가지 물화가 더 많다’(1926년 7월 10일자 동아일보)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지만 1925년 기차…
201512022015년 12월 02일졸깃함과 감칠맛, 다양한 교자의 세계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있듯, 이름이 같다고 같은 음식은 아니다. 점심(點心)은 한국에선 12시 전후에 먹는 식사를 말하지만 중국에선 차와 함께 먹는 간단한 음식을 이른다. 점심의 광둥(廣東)식 발음은 딤섬이다. 딤섬은 홍콩과 싱가포…
201511232015년 11월 23일고소하고 깊은, 단단 졸깃한 그 맛
제주도에는 제주 돼지만 있다. 다른 지역 돼지는 제주도로 반입할 수 없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일반 돼지는 대부분 듀록과 요크셔, 랜드레이스종을 교잡해 만든 LYD(삼원교잡종)이다. 덩치가 크고 빨리 자라는 요크셔, 깊은 맛이 나는 …
201511162015년 11월 16일한국화 된 일본식 돈코쓰가 뜬다
1963년 대한민국에 인스턴트 라면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면 요리 자체를 잘 먹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지만 노란색에 꼬불꼬불하게 생긴 이상한 면발도 한몫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아 라면은 ‘국민음식’으…
201511092015년 11월 09일하얀짬뽕과 생돼지갈비의 귀환
인천 차이나타운은 항상 사람으로 북적인다. 웬만한 식당들엔 모두 긴 줄이 서 있다. 이 식당들을 들여다보면 옛날식 하얀짬뽕, 된장짜장, 옛날짜장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다른 모든 분야처럼 음식도 유행이 돌고 돈다. 대표적인 것이 하…
201511022015년 11월 02일오향냉채, 멘보샤…호텔급 요리가 1만 원대
중국음식은 1882년 인천에서 외식으로 선보인 후 1960년대까지 최고급 연회요리의 상징이었다. 60년대 혼분식장려운동을 거치면서 짜장면, 짬뽕, 만두가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자 고급 중식은 오랜 침체기를 겪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
201510262015년 10월 26일살아 숨쉬는 1960년대 맛
서울 충무로는 좁은 골목마다 식당들이 가득하다. 19세기 말 북창동 ‘태화관’ 주변으로 중국인들이 터를 잡았고, 일본인들은 명동과 충무로 일대에 자리 잡았다. 지금의 충무로 자리는 일제강점기 ‘본정통’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510192015년 10월 19일어머니 손맛 깃든 영혼의 음식
수제비를 맛으로 먹는 시절이 됐지만, 수십 년 전 가난한 시절에는 수제비가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였다. 일제강점기 전쟁으로 쌀이 부족해지자 수제비를 먹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요새 밀가루가 흔해졌습니다. 그래서 식량이 부족한…
201510122015년 10월 12일서양, 일본을 거친 오묘한 변주곡
모든 음식은 사회적 결과물이다. 돈가스만큼 이렇게 간단하고 복잡한 명제를 잘 투영한 사례는 별로 없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구 따라 하기에 성공한 일본은 675년 공표했던 ‘살생과 육식을 금지하는 칙서’를 이때…
201510052015년 10월 05일깊은 맛의 강자들이 떴다
최근 일본 전통식 우동집들이 밀려오고 있다. 특히 서울 홍대, 합정동, 망원동 일대에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우동은 라멘, 소바와 함께 일본인이 가장 즐겨 먹는 면이다. 통계에 따르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인의 면 소비가…
201509212015년 09월 21일실력 검증된 곰탕, 냉면, 이탤리언 요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는 몇 년 새 새로운 식당이 둥지를 틀고 각광을 받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다른 곳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여의도로 진출한 경우다. 최근 국회의사당 근처에 곰탕계 지존격인 ‘하동관’이 직영점을 냈다. 식당가 1…
201509142015년 09월 14일지방별로 구수함도 다르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곰보추탕’이란 식당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뱀장어를 닮은 미꾸라지가 무서웠다. 나이가 들어 집 근처 ‘곰보추탕’이 대한민국 최고 추어탕집 중 하나라는 사실을…
201508312015년 08월 31일시원한 개운함 vs 고소한 감칠맛
8월 10일쯤 남도는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34도가 넘는 날씨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야외 작업 금지령을 내렸다. 지인 몇 명과 남도를 돌다 과음한 다음 날 해장을 위해 전남 장흥군 회진면을 찾았다. 회진면은 된장물회로 유…
201508242015년 08월 24일남도 한정식과 뱀장어구이
전남 강진만은 강진군을 반으로 가르며 강진읍까지 좁고 깊게 들어와 있다. 강진만이 끝나는 지점에 탐진강이 흐른다. 맑은 탐진강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작은 민물 새우 토하(생이)가 있다. 강진군 육지 끝자락에 있는 옴천면은 질 좋은 …
201508172015년 08월 17일혁명적 한정식의 탄생 예고
서울 강북지역에서 경리단길(이태원동), 합정동, 연희동 같은 신흥 맛집 동네들이 연달아 상한가를 치고 있다. 하지만 강남 신사동이나 압구정동, 청담동 같은 전통 강자 지역에도 새로운 식당들이 등장해 강호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201508102015년 0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