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되지 못하는 언어의 비밀
언어를 소재로 했지만 스토리 심층에서 사랑과 상처, 그리고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언어 때문에 일어나는 해프닝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으로 언어가 갇혀버린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다. 멕시코의 어느 마을, 소멸 위기에 놓인 토…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9년 03월 21일한글과 사랑에 빠진 일곱 할매의 ‘써니’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의 80대 할머니들이 길에 서서 떠듬떠듬 간판 글자를 읽는다. 보리밥, 된장찌개, 캄보디아, 국제결혼, 쌀집….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우리말과 글이 금지된 시대였던지라 애초에 한글을 접하…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9년 03월 04일좀비 호러와 농촌 코미디, 어설픈데 웃기네
‘좀비’라는 존재는 더는 낯설지 않다. KTX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에서 시작해 좀비 사극 ‘창궐’의 실패를 교훈 삼은 넷플릭스의 사극 드라마 ‘킹덤’의 성공을 보면 이제는 좀비영화가 확실한 하나의 장르로 정착한 듯하다. 무서운…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9년 02월 15일가슴에 돋은 칼로 슬픔을 자르다
레바논의 빈민가, 시리아에서 온 난민, 아동 노동, 미성년 강제결혼, 불법체류, 불법입양, 아동매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번갈아가면서 화두로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가버나움’은 비록 픽션이지만 지독한 현실을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9년 01월 28일우아한 흑인과 거친 백인의 사랑스러운 로드무비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럭 오바마가 재임하던 시기인 2010년대 이후 미국 영화에도 블랙 열풍이 불었다. 흑인인권영화가 활발히 제작, 소비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똑바로 살아라’(1989)의 스파이크 리가 활동한 1…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9년 01월 14일‘올바름’을 빼고 ‘열심히’면 됐던 시대의 초상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명실상부한 ‘국민’배우 송강호의 만남만으로도 거대한 기대를 낳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복수심에 불타던 악당이 사회 정의 구현을 선택하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결말임에도 충실하게 논리를 쌓아올려 카타르시스…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12월 31일총 대신 춤, 전쟁 대신 평화, 그 단순한 이치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인류애와 사랑이 피어오르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작정한 이가 있다면, 어느 누가 그 어둡고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재미 본위의 대중영화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할까. 그러나 그 일이 일어났다.…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12월 14일대도시 1인 가구의 공포를 끌어올린 호러 스릴러
불법촬영, 무차별식 ‘묻지마’ 범죄, 익명의 스토커 등의 뉴스가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흉흉한 세상에서 문을 잠그고, 또 확인하고, 그래도 안심되지 않는 현대인의 공포를 극대화한 영화다. 은행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는 경민(공효진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11월 30일탈북한 억척어멈의 순정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수많은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 가운데 이 작품이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배우 이나영이 6년간의 침묵을 깨고 스크린에 등장한 영화 ‘뷰티풀 데이즈’에 영감…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11월 19일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그만, 추악한 세상과 이별을
1991년 봄은 몹시도 추웠다.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소련이라는 거대한 왕국이 해체됐으며 냉전이 종식된 때였다. 위기에 몰린 노태우 정권은 3당 합당을 통해 1990년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냈고, 개혁 분위기는 일…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11월 05일울지 마, 죽지 마, 살아날 거야!
몇 년간 우리를 놀라게 한 ‘아동학대’ 관련 뉴스의 조각조각을 엮어 인물과 상황, 그리고 사건을 만들어낸, 기시감이 높은 영화다. 어쩌면 원빈이 주연한 ‘아저씨’의 여성 버전 같은 느낌도 든다. 폭력적 상황에 처한 어린 여자아이를 …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10월 19일“내 범죄 한번 입증해 볼래?”
개봉하기도 전 화제가 됐다. 실제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 영화에 대해 피해자 유가족이 추가 피해 우려를 이유로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제작진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소송을 철회해 영화는 예정대로 상영되고 있다. 그 후 영화를…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10월 09일딜레마에 빠진 이들의 비통함과 남겨진 삶의 문제
내 자식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심정에 대해 상상해본다. 아버지는 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려고 아들의 의사자 지정에 열과 성을 다하고, 보상금을 전액 기부한다. 어머니는 좀 다르다. 그녀는 어…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09월 04일나쁜 놈 잡는 이상한 놈
표현의 자유를 들어 내 맘대로 아무 말이나 외쳐도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자유주의 국가이니 그가 하는 말을 제지할 수단은 없다. 그가 거리로 나와 외치는 말은 “조선인을 죽이자” “한국 여자를 보면 돌을 던지거나 성폭행을 해도…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08월 21일몰입도를 높여 1편보다 낫네
지난해 12월 극장가 겨울 시즌에 ‘신과 함께-죄와 벌’은 ‘강철비’ ‘1987’과 톱3를 형성하며 기세 좋게 1000만 관객 대열에 들어서 속편에 거는 기대감을 높였다. 역대급 제작비를 들여 1, 2편 동시 제작에 호기롭게 도전했…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2018년 08월 07일지독하고 끔찍한 가출팸 아이들의 세계
익히 들어는 봤다. 아이 티를 벗지 못한 청소년들이 친구를 잔인하게 때려눕혀 마음과 몸을 불구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을. 안타까움과 분노의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지만 어른들이 품고 가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잘 모른다. 아이들이…
| 영화평론가 · 성결대 교수2018년 07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