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지호영 기자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8월 4일 인터뷰에서 최근 역사적 최고점(3305.21) 돌파를 향해 가다 제동이 걸린 한국 증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코스피는 8월 1일 4%(3119.41) 가까이 급락하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3000 넘자마자 한국 주식 전량 매도”
세제개편안에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 배당소득을 최대 3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 등이 담겼는데,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증시 활성화라는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홍 대표에게 올해 하반기 한국 증시가 마주한 과제와 어려움 속에서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전략에 관해 물었다.세제개편안 발표 후 후폭풍이 거세다. 개인투자자는 대주주의 세금 회피용 물량 출하에 따른 코스피 붕괴를,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전반의 수급 왜곡을 우려한다.
“수급이 나빠진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보다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주주가 물적분할(모회사가 신설된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기업분할 방식)이나 인적분할(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기업분할 방식), 자회사 상장 같은 전횡을 휘두를 때 제동을 걸어줄 슈퍼개미의 존재를 희석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대주주 기준 강화 후 슈퍼개미들이 절세를 위해 주식을 팔면 소액주주만 남는데, 이들이 단결해 자신들의 의사를 회사에 관철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기업의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대비 배당금이 5% 이상 증가한 경우 중 하나를 충족)도 이상하지만 대주주 기준 강화는 개인투자자를 정말 우습게 본 정책이다.”
처음부터 ‘코스피 5000’을 믿지 않았나.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런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믿지 않았기에 우리 회사는 코스피가 3000을 넘자마자 퇴직연금 계좌에 있던 한국 주식을 모두 팔고 다른 걸 샀다. 누군가는 한국 증시를 ‘왜 그렇게 믿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시장과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수익성)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 수익성이 꾸준히 내려가는 나라다. 기업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배로 1배에도 미치지 못할 때는 심하다는 판단이 들어 사고 싶었지만, 그것이 역사적 평균을 넘어설 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 분기점이 대략 코스피 3000에서 3100, PBR로는 1.1배 정도였다.”
코스피 5000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인가.
“경기가 좋아지면 갈 수도 있다. 기업이 돈을 잘 벌면 갈 수도 있다. PBR이 선진국 수준인 1.3배면 대략 코스피가 3700~3800, 1.8배면 5000이 되는 거니 거기까지 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낙관하지 못한 것은 4000, 5000을 가려면 경영 효율을 따지는 선진국형 ROE(자기자본이익률) 경영이 돼야 하는데 주주 중시 경영이 아닌, 재벌 중시 경영을 하는 나라에서는 힘들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한국이 ROE 7~8배, PBR 1배 정도에 머무는 이유는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다. 기업 이익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고 올해도 250조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ROE가 낮은 이유는 배당도 잘 하지 않으면서 돈을 끌어안고만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싶으면 배당도 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도 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해야 하는데, 기업은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세도 낮출 수 있다 보니 PBR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재벌 무너지면 경제 근본 깨진다”는 공포
이번 정부는 증시 활성화를 내걸었으니 다르지 않을까.“한국에는 ‘재벌 시스템이 무너지는 순간 경제 근본이 깨진다’는 공포가 있는 듯하다. 주식회사의 특징은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유한 책임이라 대주주는 자기 지분율만 포기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선례를 보면 보수·진보 정부 상관없이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망하지 않게 오너 편을 들거나 책임을 지라며 사재 출현을 압박한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 프레임을 깨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이 시스템에 흠집이라도 내주길 바랐는데 현재로서는 희망이 안 보인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또다시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밈이 유행 중인데, 나 역시 3000 이상에서는 자신이 없다. 이제 믿을 건 수출밖에 없는데 수출이 잘 나오면 코스피가 좀 더 상승할 모멘텀이 있는 것이고,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할 때 더는 ‘싸다’고 보이지 않는다.”
7월 31일 타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안도 하반기 한국 증시에 변수가 될 것 같다.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회원국의 엄청난 관세율을 보면서 15%로 결정된 우리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지금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로 이어지는 브릭스, 그러니까 반(反)달러 진영을 박살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데 사실 중국을 견제하려면 인도를 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너무 불확실하다. 또 앞으로 나올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를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이미 6월부터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지수가 오르고 있어 하반기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리스크가 있다고 보이며, 이에 따라 코스피도 하반기에는 상반기 같은 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방산·전력 조정 시 매수
시장에서는 정부가 3500억 달러(약 486조7000억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패키지를 미국 측에 약속하면서 조선·반도체·이차전지·원전·바이오산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한국에서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봤을 때 투자할 만한 분야는 조선·방산·전력 3개 업종밖에 없다. 이 업종들은 현재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전환과 맞물려 있다. 먼저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기상이변을 막기 위해서는 좀 더 친환경적이고 연기를 덜 내뿜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든 걸 전력화(전기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력 기자재, 특히 그리드(전기가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상호 연결된 전력계통) 쪽이 유망하다. 또 석탄이나 석유보다 친환경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나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으로 전망돼 조선업종도 좋다. 또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인도와 파키스탄 충돌 사례에서 보듯이 이제 세계는 미국이 안보를 책임지던 시대를 지나 지역 패권을 노리는 나라들 사이에서 국지전이 빈발하는 시대를 살게 됐다. 미국이 없는 세상에서 방위산업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선·방산·전력산업은 모두 세계 최강 경쟁력은 아닐지라도 가격 대비 경쟁력이 굉장히 좋은 업종이라 조정 시 매수 의견을 갖고 있다.”
산업 전반에 대한 의견은.
“처음 한국 주식을 사자고 외칠 때만 해도 너무 싸니까 밸류업 또는 디스카운트 해소를 전제로 한 투자를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것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살펴볼 부분이 펀더멘털밖에 없는데, 한국 증시에는 자신 없는 산업이 좀 많다. 그래도 올해까지는 환율이 1400원대 안팎으로 좋아 이익이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환율을 내리라고 하면 저항할 수 있는가 같은 리스크가 산재해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다. 지금 나는 한국 시장에 대해 중립이고, 매수는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이다. 미국 주식도 향후 1년 기대수익을 봤을 때 상위권은 아닌 것 같아서 중립 혹은 비중 축소 의견을 갖고 있다. 그보다는 차라리 유럽, 중국, 일본에 투자하자는 입장이지만 중국도 많이 올라서 요즘은 금을 모으고 있다.”
코인 투자는 어떻게 보나.
“투자회사는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매수가 금지돼 있어 못하지만 자산배분 투자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파생상품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파생상품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ETF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1%만 사도 나스닥이 2배가 되는 순간 10배가 오른다. 물론 가격이 하락해 0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가 열려 있어 리밸런싱 대상으로 아주 좋은 자산이다.”
앞서 얘기했던 조선·방산·전력업종 가운데 추천 기업이 있다면.
“개별 기업으로 들여다보면 저마다 문제를 갖고 있다. 그래서 여러 기업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ETF를 추천한다. 비슷비슷한 상품이 많다면 시가총액이 가장 큰 걸 사면 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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