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013년 12월 20일 ‘대선 1년, 행복해지셨습니까?’라는 반어적 트위트를 날렸다.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지금 각종 통계는 우리 국민이 행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소득은 줄고, 중산층은 몰락했으며, 계층 간 차이는 더 벌어졌고, 청년 고용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라고 설명했다.
사상 최장기 철도파업과 고려대 학생이 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보여준 청년들의 문제의식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사회 행복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세계 행복학 데이터베이스(World Database of Happiness·worlddatabaseofhappiness.eur.nl)에 따르면 10점 만점 기준으로 한국 사회는 6점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7~8점대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스스로 행동에 의해 행복 좌우
우리 사회는 언제쯤 행복사회에 진입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행복학 연구자 뤼트 베인호번(Ruut Veenhoven·71·사진)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명예교수는 “현대 국가에서 행복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 이후 한국 사회 행복도는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며 희망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여기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문제는 해결에 긴 시간이 걸린다. 또 언제든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온다.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된 사회에서 사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행복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외부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스로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많다. 50여 년 가까이 행복학을 연구해온 베인호번 교수는 “더 행복해지려면 사람들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정치에 적극 참여하며, 일과 자유시간에 활동적으로 움직이라”고 충고했다.
베인호번 교수는 1960년대 말 행복학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는 ‘성장의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던 때다. 그래서 경제성장을 통해 부를 쌓는 것에서 사회적 웰빙(well-being·안녕)으로 정책 중심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베인호번 교수는 사회학도로서 사회적 웰빙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웰빙이라는 용어가 교육과 예술 분야에서처럼 정부의 구실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점에 착안해 국민의 실제 삶의 질 수준을 평가하는 행복생애연수(Happy Life Years·HLY) 지표를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웰빙은 웰필링(well-feeling·만족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연구 분야를 행복학으로 집중했다. 그가 행복학 연구를 시작할 때는 관련 논문이 10여 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연구 결과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가 책임자로 있는 에라스뮈스대 세계 행복학 데이터베이스에는 논문 4000여 편과 연구조사 결과 2만여 건이 쌓였다. 이 데이터베이스 연구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음주를 적당히 즐기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을 때 여성보다 남성이 더 행복을 느낀다.’
‘아이를 가지면 행복도가 낮아지지만 그들이 자라서 독립하면 다시 행복도가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고, 그래서 더 행복해진다.’
2013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시점에 베인호번 교수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행복학의 정수에 대해 들었다.
▼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행복을 ‘생애의 주관적인 즐거움’이라고 정의한다. 이 행복은 자신이 사는 삶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달렸다.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점은 재산, 사회적 안전망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우리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건강처럼 행복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타고난 특질에 상당히 좌우된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더 쉽게 행복을 느낀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인가, 혹은 교육에서 독립성을 얼마나 길렀는가 하는 문화적 요소는 특히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전통문화가 자기 방향 결정권에 상대적으로 많은 제한을 가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 찾아야
▼ 한국인의 행복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한국인의 평균 행복도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한국에 전통 농경사회의 잔재인 집단주의 문화가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단주의는 그 나름의 장점을 지니지만, 가장 큰 단점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데 제한을 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삶에서 차선을 선택하게 돼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직업을 택하거나 잘못된 결혼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 우리 스스로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건강해지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련의 일이 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는 채식이나 약간의 스포츠 활동, 적당한 음주가 포함된다. 행복한 삶에도 이런 경험법칙이 있다. 활동적이고 대외활동을 유지하며, 머릿속으로만 고민하지 말고 그것을 실제로 풀어가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것도 여러 변형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휴식이 더 필요하고, 사회활동을 적게 하면서도 행복을 유지한다. 수도자는 고립되고 느린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라이프스타일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흔히 시행착오를 겪는다.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이나 배우자를 구하는 것 같은 중요한 삶의 선택과 마주했을 때 특히 더 그렇다. 첫사랑이 항상 최상의 배우자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첫사랑과 사귀면서 생긴 문제점으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로 적합한지 알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는 일은 내가 개발한 행복지표(happinessindicator.com 참조) 같은 행복 추적 도구를 활용해 체계화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행복지표 웹사이트에 무료로 가입해 따라 해보니 비슷한 이력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점수와 비교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결과는 비밀이다.
▼ ‘활동적(active)’ 생활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활동적’이라는 말은 자신의 잠재력인 뇌와 몸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노력 및 도전을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를 행하는 것이다. 즉, 일하고 운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활동적 행동’이다. 일광욕이나 TV 시청은 전형적으로 수동적 행동이다. 그렇다면 활동적 생활은 왜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몸과 뇌의 사용이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이 진화 과정을 통해 입증됐기 때문이다. 활동적 생활이 뇌와 신체를 깨어 있게 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활동을 좋아하지 않은 수동적 조상은 진화 과정에서 사라져갔다. 또 다른 이유는 활동은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만약 우리 조상이 활동적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동굴 속에서 살거나 짧고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목표가 있어야 하나.
“동물의 경우 본능적으로 활동성을 갖는다. 그러나 인간은 더는 이런 본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활동적이 되려면 목표를 가져야 한다. 삶의 목표를 가진 이가 대개 더 행복하다. 그 목표가 무엇인지와는 무관하다. 많은 사람이 가진 삶의 목표는 교육, 일자리 찾기, 가족 부양 등 문화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 목표도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노동자나 부모 구실도 맡지 않으려 한다. 덜 일반적이긴 하나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많다. 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종교적 목표, 소설을 쓰겠다는 예술적 목표, 생태적 재난을 막겠다는 정치적 목표 같은 것도 우리를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
긍정과 부정 최적 비율은 9대 1
▼ 슬픔이나 우울 등이 없는, 완전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가 삶에서 만족하는 방식은 정서적으로 만족하는 정도(정서적 경험)와 삶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가져다준다고 인식하는 정도(인지 비교)에 달렸다. 정서적 경험은 인지 비교보다 더 중요하다. 어린이에게 행복은 온전히 정서적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은 아이가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감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정서가 균형을 이룰 때 생긴다. 긍정과 부정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생성되지만 공존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부정적 정서보다 긍정적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한다. 긍정적 느낌이 너무 강해 부정적 신호를 전혀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배고픔도 잊는다. 그러나 그건 예외적인 경우다. 부정적 느낌이 아예 없다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부정적 느낌은 우리에게 위험을 알려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긍정과 부정의 최적 비율은 9대 1 정도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야당은 빈부격차 심화, 중산층 감소, 높은 청년 실업률 등 때문에 국민 행복감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대 국가에서 평균 행복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선진국에선 행복도가 떨어질 때 언론이 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다. 이런 역설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하나의 이유는 언론에서 찾을 수 있다. 언론은 대개 좋은 소식은 뉴스로 잘 취급하지 않는다. 또 언론인과 정치인은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내 해결되게 하는 것을 자기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많은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적 행복도도 더불어 높아진다.”
베인호번 교수는 정년퇴직했지만 지금도 행복학 연구를 위해 청년처럼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겠다는 목표 때문에 나는 활동적 생활을 한다. 이것이 내가 매우 행복한 이유”라고 말했다.
사상 최장기 철도파업과 고려대 학생이 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보여준 청년들의 문제의식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사회 행복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세계 행복학 데이터베이스(World Database of Happiness·worlddatabaseofhappiness.eur.nl)에 따르면 10점 만점 기준으로 한국 사회는 6점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7~8점대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스스로 행동에 의해 행복 좌우
우리 사회는 언제쯤 행복사회에 진입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행복학 연구자 뤼트 베인호번(Ruut Veenhoven·71·사진)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명예교수는 “현대 국가에서 행복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 이후 한국 사회 행복도는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며 희망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여기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문제는 해결에 긴 시간이 걸린다. 또 언제든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온다.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된 사회에서 사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행복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외부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스로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많다. 50여 년 가까이 행복학을 연구해온 베인호번 교수는 “더 행복해지려면 사람들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정치에 적극 참여하며, 일과 자유시간에 활동적으로 움직이라”고 충고했다.
베인호번 교수는 1960년대 말 행복학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는 ‘성장의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던 때다. 그래서 경제성장을 통해 부를 쌓는 것에서 사회적 웰빙(well-being·안녕)으로 정책 중심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베인호번 교수는 사회학도로서 사회적 웰빙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웰빙이라는 용어가 교육과 예술 분야에서처럼 정부의 구실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점에 착안해 국민의 실제 삶의 질 수준을 평가하는 행복생애연수(Happy Life Years·HLY) 지표를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웰빙은 웰필링(well-feeling·만족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연구 분야를 행복학으로 집중했다. 그가 행복학 연구를 시작할 때는 관련 논문이 10여 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연구 결과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가 책임자로 있는 에라스뮈스대 세계 행복학 데이터베이스에는 논문 4000여 편과 연구조사 결과 2만여 건이 쌓였다. 이 데이터베이스 연구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음주를 적당히 즐기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을 때 여성보다 남성이 더 행복을 느낀다.’
‘아이를 가지면 행복도가 낮아지지만 그들이 자라서 독립하면 다시 행복도가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고, 그래서 더 행복해진다.’
2013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시점에 베인호번 교수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행복학의 정수에 대해 들었다.
▼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행복을 ‘생애의 주관적인 즐거움’이라고 정의한다. 이 행복은 자신이 사는 삶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달렸다.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점은 재산, 사회적 안전망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우리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건강처럼 행복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타고난 특질에 상당히 좌우된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더 쉽게 행복을 느낀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인가, 혹은 교육에서 독립성을 얼마나 길렀는가 하는 문화적 요소는 특히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전통문화가 자기 방향 결정권에 상대적으로 많은 제한을 가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 찾아야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행복경제연구소 홈페이지.
“한국인의 평균 행복도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한국에 전통 농경사회의 잔재인 집단주의 문화가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단주의는 그 나름의 장점을 지니지만, 가장 큰 단점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데 제한을 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삶에서 차선을 선택하게 돼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직업을 택하거나 잘못된 결혼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 우리 스스로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건강해지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련의 일이 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는 채식이나 약간의 스포츠 활동, 적당한 음주가 포함된다. 행복한 삶에도 이런 경험법칙이 있다. 활동적이고 대외활동을 유지하며, 머릿속으로만 고민하지 말고 그것을 실제로 풀어가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것도 여러 변형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휴식이 더 필요하고, 사회활동을 적게 하면서도 행복을 유지한다. 수도자는 고립되고 느린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라이프스타일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흔히 시행착오를 겪는다.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이나 배우자를 구하는 것 같은 중요한 삶의 선택과 마주했을 때 특히 더 그렇다. 첫사랑이 항상 최상의 배우자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첫사랑과 사귀면서 생긴 문제점으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로 적합한지 알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는 일은 내가 개발한 행복지표(happinessindicator.com 참조) 같은 행복 추적 도구를 활용해 체계화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행복지표 웹사이트에 무료로 가입해 따라 해보니 비슷한 이력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점수와 비교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결과는 비밀이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캠퍼스 전경.
“‘활동적’이라는 말은 자신의 잠재력인 뇌와 몸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노력 및 도전을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를 행하는 것이다. 즉, 일하고 운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활동적 행동’이다. 일광욕이나 TV 시청은 전형적으로 수동적 행동이다. 그렇다면 활동적 생활은 왜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몸과 뇌의 사용이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이 진화 과정을 통해 입증됐기 때문이다. 활동적 생활이 뇌와 신체를 깨어 있게 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활동을 좋아하지 않은 수동적 조상은 진화 과정에서 사라져갔다. 또 다른 이유는 활동은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만약 우리 조상이 활동적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동굴 속에서 살거나 짧고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목표가 있어야 하나.
“동물의 경우 본능적으로 활동성을 갖는다. 그러나 인간은 더는 이런 본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활동적이 되려면 목표를 가져야 한다. 삶의 목표를 가진 이가 대개 더 행복하다. 그 목표가 무엇인지와는 무관하다. 많은 사람이 가진 삶의 목표는 교육, 일자리 찾기, 가족 부양 등 문화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 목표도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노동자나 부모 구실도 맡지 않으려 한다. 덜 일반적이긴 하나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많다. 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종교적 목표, 소설을 쓰겠다는 예술적 목표, 생태적 재난을 막겠다는 정치적 목표 같은 것도 우리를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
긍정과 부정 최적 비율은 9대 1
행복하려면 활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우리가 삶에서 만족하는 방식은 정서적으로 만족하는 정도(정서적 경험)와 삶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가져다준다고 인식하는 정도(인지 비교)에 달렸다. 정서적 경험은 인지 비교보다 더 중요하다. 어린이에게 행복은 온전히 정서적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은 아이가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감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정서가 균형을 이룰 때 생긴다. 긍정과 부정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생성되지만 공존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부정적 정서보다 긍정적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한다. 긍정적 느낌이 너무 강해 부정적 신호를 전혀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배고픔도 잊는다. 그러나 그건 예외적인 경우다. 부정적 느낌이 아예 없다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부정적 느낌은 우리에게 위험을 알려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긍정과 부정의 최적 비율은 9대 1 정도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야당은 빈부격차 심화, 중산층 감소, 높은 청년 실업률 등 때문에 국민 행복감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대 국가에서 평균 행복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선진국에선 행복도가 떨어질 때 언론이 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다. 이런 역설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하나의 이유는 언론에서 찾을 수 있다. 언론은 대개 좋은 소식은 뉴스로 잘 취급하지 않는다. 또 언론인과 정치인은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내 해결되게 하는 것을 자기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많은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적 행복도도 더불어 높아진다.”
베인호번 교수는 정년퇴직했지만 지금도 행복학 연구를 위해 청년처럼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겠다는 목표 때문에 나는 활동적 생활을 한다. 이것이 내가 매우 행복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