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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서는 낙숫물 소리도 반갑다
눈이 그치고 난 후 나는 운동도 할 겸 처소를 돌면서 지붕을 살폈다. 지붕에 쌓인 눈이 녹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햇볕을 받는 양에 따라서 눈 녹는 순서가 다른데, 방향으로 얘기하자면 남쪽 지붕이 가장 먼저 녹고, 그 다음 …
20030206 2003년 01월 29일 -
“장관들에게 힘 실어줍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정 지배구조가 다소 개선될 모양이다.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라는 고유 업무만 담당하고 장관들의 업무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정권이 …
20030130 2003년 01월 22일 -
여성운동가 마쓰이 씨의 명복을 빌며
살다 보면 아주 작은 인연인데도 큰 울림으로 남는 사람이 있고 큰 인연으로 만난 것 같은데도 별 의미 없는 관계로 끝나는 사람이 있다. 상대의 됨됨이, 그리고 상호간의 코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세밑에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한 …
20030123 2003년 01월 15일 -
개혁을 대통령에게만 맡길 텐가
아프리카 케냐에서 한국으로 오기 위해 일본을 경유했다. 일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뒷줄에서 그리운 한국말이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돌아보니 회사원으로 보이는 20대 후반의 청년 둘이 서 있었다. 해외출장을 …
20030116 2003년 01월 08일 -
제대로 한판 싸울 수 있겠구나
새해다. 지난 세밑에 어떤 천재적인 시나리오 작가도 짜지 못할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노무현 시대’가 열렸다. ‘노무현 당선 사태’에 충격을 받은 보수적 논객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노무현 시대’의 특성과 의미에…
20030109 2003년 01월 03일 -
“人時를 얻었으니 지혜를 보태소서”
이번 대선만큼 극적인 요소를 고루 갖춘 드라마는 일찍이 없었다. 막판에 터진 변수, 그리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는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그러나 극이 끝나면 조명은 꺼지게 마련. 극장의 어둠 속에서 싹튼 감동은 거리의 햇살 아…
20030102 2002년 12월 27일 -
말(言)로는 무엇인들 못 하랴
며칠 전 온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산과 들, 강가에 잔설로 남아 있다. 오늘 아침에는 산비탈 밭 가의 감나무 가지마다 서리꽃이 어찌나 환하게 피었는지 감나무가 하얀 꽃나무 같았다. 감나무뿐 아니라 아주 작은 실가지를 가진 나무들 …
20021226 2002년 12월 20일 -
수험생들이여, 동백나무를 보라
작년 초가을의 일이다. 월출산 부근에 사는 젊은 농부에게서 동백나무 네 그루를 얻어와 한 그루는 산 아래 절골 마을에 사는 농부 황씨에게 주고, 나머지 세 그루는 나의 처소 앞뒤 마당에 심었다. 황씨는 공짜를 아주 싫어하는 이로, …
20021219 2002년 12월 12일 -
가랑잎 정치인과 존 레논
비가 내리더니 거리의 나무들이 모두 나체가 되었다. 나체가 된 나무들 아래로 붉고 노오란 낙엽들이 떨어져 수북히 쌓여 있다. 그것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는 불타는 듯 아름다웠는데 차들이 달리는 도로 바닥에 떨어져 바람 따라 이리…
20021212 2002년 12월 04일 -
전나무와 지도자
도산서원의 잘생긴 회화나무는 1000원짜리 지폐에도 등장한다. 수령 400년에 키가 20m나 되는 노거수(老巨樹)다. 이 나무의 팔다리가 다 잘려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부터 병색이 완연하더니 올해는 가지에 잎 하나 나지 않았…
20021205 2002년 11월 27일 -
숲은 스트레스 해독제
숲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직무만족도가 높고 스트레스와 이직 의사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서울지역 직장인 931명을 대상으로 사무실 주변 숲 존재 여부에 따른 직무…
20021128 2002년 11월 22일 -
수능은 수능일 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는 거듭 수능시험으로 시작되는 입시지옥을 겪는다. 하필이면 자라는 세대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지옥이라 부르게 된 걸까. 수능이란 대학에서 학문을 배울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이지만, 수험생들뿐…
20021121 2002년 11월 14일 -
고구마를 보고 깨닫는 삶
점심을 먹고 난 뒤 손님 두 분이 찾아와 밭에서 캔 고구마를 한 바구니씩 비닐봉지에 담아드렸다. 밭에는 아직도 미처 캐지 못한 고구마가 한 두둑 남아 있다. 올해 고구마 농사는 성공이다. 멧돼지 피해도 없었고, 창고에는 이미 두 가…
20021114 2002년 11월 07일 -
정치인이여 ‘가능의 예술’ 모욕 말라
기적은 애당초 없다. 자연의 법칙이나 현상으로 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기적이니까. 기적은 불가능을 가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적적’인 것은 있어도 ‘기적’은 없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 현실에서 전혀 없는 것은…
20021107 2002년 10월 30일 -
시간에 방울을 매달아보자
‘비로소 시간에다 방울을 매달았다’. 이렇게 쓰고 나니 어쩐지 서양 냄새가 조금 풍기는 것 같다. ‘비로소 세월에다 주머니를 매달았다’라고 쓰면 ‘꼰대’ 냄새가 좀 풍기는 것 같아서 결국 이렇게 쓰기로 했다. 나도 비로소 시간에…
20021031 2002년 10월 23일 -
분수를 지키는 산중 가족들
도회지로 나갔다가 장판지 몇 장과 풀을 구해 한나절 만에 돌아왔다. 지난 여름 온돌방을 한 칸 마련했는데,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마다 연기가 자꾸 새어 나와 방바닥에 검댕이 묻어나서였다.반나절 정도의 외출인데도 도시에 갔다 오면 몸…
20021024 2002년 10월 17일 -
조세개혁에 딴지거는 사람들
가까운 친척 중에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 있다. 특정 지역과 노동조합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 자학적인 민족관과 과거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 강남지역 거주자와 서울대 출신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 등을 자주 입에 올리는 그다. 그런…
20021017 2002년 10월 14일 -
‘성형 공화국’의 슬픈 자화상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여인의 얼굴은 매우 흥미롭다. 쌍영총 안주인의 얼굴은 빵처럼 둥글다. 각저총의 여인은 네모난 얼굴이다. 좀 갸름하다 싶은 얼굴은 장천 1호분에서 보인다. 그래도 폭이 한 뼘은 족히 될 듯하다. 벽화의 얼굴들…
20021010 2002년 10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