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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은 드라마를 먹고 자란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해프닝이 있었다. 어느 단체에서 고구려 기상을 되살리기 위해 소년소녀단을 창단했다고 한다. 21세기에 민족의 기상을 계승하려고 스카웃을 조직한다는 발상도 우습지만, 디지털 시대 소년 소녀들에게 준(準)…
20070424 2007년 04월 18일 -
라오콘 군상,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
“여기에 한 젊은 스파르타인이 있다고 하자. 그는 영웅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갓난아이 때부터 한 번도 강보에 싸인 적이 없고, 7세 때부터는 땅바닥에서 잠을 잤으며, 어렸을 때부터 투기와 수영으로 육체를 단련했다. 이 스파르타 청소…
20070410 2007년 04월 04일 -
그가 죽었다, 포스트모던도 죽었다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 네오가 자신을 찾아온 고객을 위해 책장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감추어둔 책을 꺼내든다. 그 책이 바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이다. 자신들의 영화에 사상적 토대를 마련해준 프랑스 사상가에게…
20070327 2007년 03월 26일 -
공사 현장에 내걸린 21세기 환상
공사 현장을 가리는 차단벽이 많이 다채로워졌다. 얼마 전 명동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보수공사 현장을 가리는 차단막 위에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올려놓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런가 하면 지금 광화문 복원공사 현장에는 바코…
20070313 2007년 03월 12일 -
직선을 곡선으로 이상하게 그렸다고?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세 살 정도 됐을 때였던가? 원근법에 따라 그려진 그림들이 내게는 대상을 왜곡해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왜 화가들이 책상의 한쪽 면은 길게 그리고 다른 쪽 면은 짧게 그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현실…
20070206 2007년 02월 05일 -
평면에서 3차원 공간 창출 ‘마법의 채색’
피렌체 두오모 성당 앞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과 내 느낌에는 거의 같은 수로 추정되는 소매치기들로 늘 북적거린다. 성당 옆에는 조토가 지었다는 거대한 종탑이 서 있고, 앞쪽으로는 유명한 팔각형 모양의 세례당이 있다. 세례당 동쪽…
20070123 2007년 01월 17일 -
한국인이 나보다 ‘남’을 앞세우는 이유는
사무라이가 제 배를 가르는 모습은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그 처형이 아무리 문화적으로 연출된 것이라 해도 서구인들의 눈에는 매우 ‘야만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라키리(할복자살)는 서구와 일본의 윤리가 상당히 다른 토대 위에 서 있…
20070109 2007년 01월 08일 -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의 전복을 꿈꾸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장 뒤뷔페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나보다. 뒤뷔페는 전후 프랑스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야성적인 예술’이라는 뜻의 ‘아르 브뤼’ 운동을 주도했다. 이름에서 시사하듯 아르 브뤼는 정신병…
20061226 2006년 12월 26일 -
미래 블루칼라 프로게이머 닮았다
전편의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프로게이머의 뇌가 일반인의 뇌와 다른 전문가 뇌 특유의 활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은 (…) 프로게이머 서지훈(CJ) 선수와…
20061212 2006년 12월 11일 -
시간 담은 그림은 근대 군사훈련 교재
영화 ‘해리 포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마술학교 건물의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액자 테두리 안에 갇힌 유화의 이미지가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듯, 역사상 처음으로 이미지가 …
20061128 2006년 11월 27일 -
사랑과 결혼 동화 속 환상으로 도피
옥정호의 작품에는 유머가 있다. 서구의 돔 양식을 어설프게 흉내낸 국회의사당. 그 앞에서 그는 의사당 위의 돔과 똑같이 생긴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한다. 양철 탑 하나로 겨우 종교건축의 체면치레를 한 교회. 그 앞에서는 양철 탑과 …
20061107 2006년 11월 06일 -
한국인 자아는 ‘셀카 놀이’로 형성
사진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권오상의 작품이 갖는 비(非)물질성(immateriality)의 구현이다. “전통적인 재료들을 사용해 용접, 석조로 큰 작품을 만들어내야 조각답다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그 무거운 것들을 옮길…
20061024 2006년 10월 23일 -
짜가 명품 만드는 ‘짝퉁 대한민국’
구상모의 사진전 ‘헬로우 에브리바디’(2005)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 속의 인물들은 너훈아, 패튀 김, 임희자. 물론 나훈아, 패티 김, 이미자의 짝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조형필, 하춘하, 채주봉, 이엉자, 김수이 등 짝퉁 연…
20061010 2006년 10월 09일 -
어머니만 바라본 수동적 동성애자
“유년기의 첫 기억들. 솔개는 요람 속에 있던 나에게로 날아와 꽁지로 내 입술을 열고 입술 사이를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최근에 번역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북’을 읽다가 이 낯익은 구절과 마주쳤다. 이 구절이 유명해진 이유는 …
20060919 2006년 09월 18일 -
뮤즈의 전당인가 예술의 감옥인가
뮤즈의 신전‘박물관’이라는 역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은 예술보다 외려 박물학을 연상시킨다. ‘박물학(natural history)’은 ‘자연사’라는 말뜻 그대로, 동물학·식물학·광물학·지질학을 통칭하여 모든 자연현상…
20060905 2006년 09월 04일 -
가톨릭 vs 신교, 그림 vs 문자 ‘대충돌’
얼마 전 일부 기독교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교적 성향의 집회를 하려다 이를 말리는 정부와 감정적 충돌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었다. 납치와 참수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이라크에까지 들어가겠다는 분들이니 아프가니스탄쯤은 위험지역 축에…
20060822 2006년 08월 21일 -
디지털 예술 작품의 두 갈래 길
데카르트의 글을 읽다가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몇몇 철학자들이 상상한, 원자나 나누어질 수 없는 물체의 부분들이란 있을 수 없다. (중략) 왜냐하면 그 부분들이 아무리 작다 할지라도 그 부분들은 필연적으로 연장(延長)되어 있으…
20060801 2006년 07월 31일 -
디지털 시대에 부활한 ‘관념의 그림’
바다에 배가 한 척 떠 있다. 바람이 거센 듯 돛이 한껏 부풀어 있고, 파도도 제법 거칠어 배가 기우뚱 한쪽으로 기울어진다(그림 1). 선미에 앉은 소년은 어깨에 날개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큐피드로 보인다. 그의 눈앞에서 또 다…
20060718 2006년 07월 14일 -
어떤 사진에 강렬한 ‘필’이 꽂히는 이유는
캐나다 오타와 국립미술관에 가면 재미있는 작품이 있다. 전시실 벽에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매끈한 표면 위에 다섯 장의 사진이 붙어 있다. 넉 장은 거울의 중앙에 함께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 한 장은 뚝 떨어져 왼쪽 상단에 있다. …
20060704 2006년 07월 03일 -
보이는 것은 모두 진실이라는 ‘착각’
“자기들은 지식인의 전형이고, 일반 대중은 무지하다는 전제가 항상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인터넷 첨단시대를 사는 대중은 더 이상 무지하지 않다. 그러니 더는 가르치려 들지 말라. 지금은 근대 계몽시대가 아니다.”언젠가 …
20060620 2006년 0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