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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 ‘말과 글’의 기묘한 동거
오늘날 필자와 독자의 구별은 신분적인 것에서 기능적인 것으로 변했다.” 독일의 평론가 발터 벤야민의 말이다. 필자에 씨가 따로 없어 누구나 필자가 되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그가 이 말을 한 것이 1930년대, 대체 뭘 봤던 걸까…
20050628 2005년 06월 23일 -
희로애락 삼킨 차가운 ‘경제적 인간’
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몸부림치며 울던데요?” 일본에 갔다가 들은 얘기다. 가족이 죽었는데 땅을 치며 곡을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럼 “일본 사람들은 가족이 죽어도 울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본인들도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
20050614 2005년 06월 09일 -
‘법과 에티켓’ 戰士를 길들이다
서구인은 언제부터 ‘젠틀맨’이었을까? 장 르노 주연의 영화 ‘비지터스’. 중세의 기사가 마법에 걸려 현대로 와서 겪는 에피소드를 엮은 영화다. 이 영화에 나타난 중세인은 언행이 거칠기 짝이 없다. 기사는 칼로 자동차를 두드려 부수고…
20050531 2005년 05월 27일 -
인간 오감, 일회용 소모품 취급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 언뜻 보면 중세 말 목욕탕 장면을 그린 풍속화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제재가 감추어져 있다. 욕실 안을 들여다보는 남자는 시각, 음악을 듣는 남자는 청각, 꽃을 든 남자는 후각, 플루트를 연주…
20050517 2005년 05월 11일 -
끔찍한 처형 장면 순교자 모델
여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얼마 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북한의 공개처형 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상영됐다.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공개된 화면을 굳이 국회에서까지 반복해 볼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세상의 볼 것 중에서 가장…
20050503 2005년 04월 28일 -
교황에게도 죽음이 찾아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善終)했다. 그의 부음을 듣고 스위스 루체른의 시청 벽에 그려진 어느 그림을 떠올렸다. ‘죽음의 무도’. 17세기 초에 그려진 이 벽화는 마니에리스모(manierismo)의 기법으로 뒤늦게 중세 말부터…
20050419 2005년 04월 15일 -
마술적 사실로 대중을 사로잡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대부분의 소설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소설의 팬터지는 철학적 팬터지에 견줄 게 못 된다. 버클리는 세계가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다고 말했고, 칸트는 시간과 공간이 우리 머릿속의 현상이라고 보았으며, …
20050405 2005년 04월 01일 -
‘걸리버 여행기’과학으로 미래의 환상을 빚다
베를린에 있는 한 서점에 갔더니 한쪽 코너에 쥘 베른의 책을 잔뜩 모아놓았다. 올해가 그의 사망 100주년이란다. 쥘 베른은 ‘공상과학의 아버지’다. 오늘날 범람하는 SF물의 원조가 그의 소설이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그와…
20050322 2005년 03월 17일 -
풍자의 거울에 비친 시대 모순
높은 산에 올라 아래 세상을 굽어보라. 거기서는 세상의 모든 사물이 장난감처럼 보이고, 세상 모든 일이 장난처럼 여겨진다. 반면 확대사진을 본 적 있는가? 현미경으로 확대한 파리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된다. 땀구멍까지 드러나도록 클로…
20050301 2005년 02월 24일 -
‘부조리의 세계’로 현실 뒤집다
처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은 게 언제였을까?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이었을 게다. 다시 이 책과 마주친 것은 10년 전 베를린의 길거리. 좌판에 널린 헌 책들 틈에서 우연히 루이스 캐럴 전집을 발견했…
20050208 2005년 02월 03일 -
유럽과 중국의 하나 됨을 꿈꾸다
우리는 멀쩡히 살고 있는데 멀리서 배 한 척이 와서 깔짝거리다 돌아가서는 ‘동양을 발견했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도 1994년 5월 유럽을 발견했다. 말로만 듣던 대륙은 실재했다. 지구 반대편에도 이성이 …
20050125 2005년 0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