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불황으로 타격을 받은 서점가에서 성인용 색칠놀이책, 이른바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마지막 주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비밀의 정원’이 바로 컬러링북으로, 이 책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집계한 2014년 올해의 분야별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도 책 분야 1위였다.
‘비밀의 정원’은 검은색 선으로 그려진 밑그림에 독자가 색을 채워 넣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여느 색칠놀이책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밑그림이 매우 섬세해 어린이가 이용하기엔 적절치 않다. ‘성인용 색칠놀이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영국, 프랑스, 미국, 스페인 등에 이어 세계 14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이 책은 8월 출간 직후부터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점점 인기가 확산돼 최근에는 관련 출판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아트 테라피’ ‘네이처’ ‘블링블링 일러스트 컬러링북’ 등 컬러링북 10여 종이 시장에 출간된 상태다.
아날로그적 재미와 설렘
컬러링북의 인기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항우울제 사용 빈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실용서적 부문 순위에서 컬러링북이 요리책을 제친 지 꽤 됐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스페인 등 유럽국가와 북미 지역에서도 어른을 위한 컬러링북 인기가 번져가고 있다.
표제를 제외하면 글씨 한 자 없는 컬러링북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뭘까. ‘비밀의 정원’을 펴낸 퍼블리싱 컴퍼니 클의 홍경화 편집자는 “스마트폰과 PC(개인용 컴퓨터)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된 디지털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한 원인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직접 다양한 색의 펜을 선택해 그림을 완성해갈 수 있는 점도 성인에게 어린 시절 향수를 느끼게 하고, 아날로그적인 재미와 설렘을 주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아트 테라피’를 펴낸 도서출판 지식인하우스의 안정운 실장은 “단순하지만 집중력이 요구되는 색칠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컬러링북의 장점”이라며 “색칠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엉켜 있던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개운해지면서 일상이 평화로워지는 걸 느끼게 된다. 이것이 ‘컬러링의 마법’”이라고 설명했다.
컬러링 마니아인 회사원 김영지 씨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정교한 그림본을 색칠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전업주부 김지은 씨도 “색칠을 하면서 집중하는 동안 우울한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꼈고, 한쪽을 완성했을 때는 성취감도 생겼다”고 밝혔다.
컬러링북에 담긴 그림 밑본이 아름답다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비밀의 정원’ 저자인 조해너 배스포드는 영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로, H·M, DKNY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던 예술가다. 앱솔루트 보드카, 스타벅스 등의 제품에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했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그의 그림 위에 자신이 선택한 색을 덧입혀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를 매혹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
현재 영국 아마존 컬러링북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트 테라피’도 섬세하게 흩날리는 꽃잎 패턴과 아마존 정글을 떠올리게 만드는 강렬한 나뭇잎 패턴 등 감수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디자인 패턴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컬러링북에 특히 열광하는 건 여성들로, 출판계 분석에 따르면 컬러링북 소비자의 80%가량이 여성이다. 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컬러링북의 인기가 더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운 실장은 “색칠놀이가 큰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며 “불황이 깊어져 변변한 취미생활 하나 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가 색연필 한 자루, 몽당연필 한 자루만 있어도 힐링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컬러링에 빠져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성인을 위한 색칠놀이가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김성자 한국색채심리치료협회 연구소장은 “색을 칠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안정시키고 우울함을 없애준다. 또 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때 어떤 색을 주로 선택하는지 등에 따라 사람의 신체 에너지를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상담 및 치료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어른 사이에서 컬러링북이 유행하는 데 대해 “최근 어린아이처럼 노는 어른이 늘어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같이 어울리는 게 아니라 혼자만의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밝혔다.
‘비밀의 정원’은 검은색 선으로 그려진 밑그림에 독자가 색을 채워 넣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여느 색칠놀이책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밑그림이 매우 섬세해 어린이가 이용하기엔 적절치 않다. ‘성인용 색칠놀이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영국, 프랑스, 미국, 스페인 등에 이어 세계 14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이 책은 8월 출간 직후부터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점점 인기가 확산돼 최근에는 관련 출판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아트 테라피’ ‘네이처’ ‘블링블링 일러스트 컬러링북’ 등 컬러링북 10여 종이 시장에 출간된 상태다.
아날로그적 재미와 설렘
대형서점에 놓여 있는 성인 대상 컬러링북들.
표제를 제외하면 글씨 한 자 없는 컬러링북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뭘까. ‘비밀의 정원’을 펴낸 퍼블리싱 컴퍼니 클의 홍경화 편집자는 “스마트폰과 PC(개인용 컴퓨터)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된 디지털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한 원인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직접 다양한 색의 펜을 선택해 그림을 완성해갈 수 있는 점도 성인에게 어린 시절 향수를 느끼게 하고, 아날로그적인 재미와 설렘을 주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아트 테라피’를 펴낸 도서출판 지식인하우스의 안정운 실장은 “단순하지만 집중력이 요구되는 색칠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컬러링북의 장점”이라며 “색칠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엉켜 있던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개운해지면서 일상이 평화로워지는 걸 느끼게 된다. 이것이 ‘컬러링의 마법’”이라고 설명했다.
컬러링 마니아인 회사원 김영지 씨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정교한 그림본을 색칠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전업주부 김지은 씨도 “색칠을 하면서 집중하는 동안 우울한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꼈고, 한쪽을 완성했을 때는 성취감도 생겼다”고 밝혔다.
컬러링북에 담긴 그림 밑본이 아름답다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비밀의 정원’ 저자인 조해너 배스포드는 영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로, H·M, DKNY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던 예술가다. 앱솔루트 보드카, 스타벅스 등의 제품에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했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그의 그림 위에 자신이 선택한 색을 덧입혀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를 매혹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
아름다운 밑본을 바탕 삼아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컬러링북의 매력으로 꼽힌다.
안정운 실장은 “색칠놀이가 큰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며 “불황이 깊어져 변변한 취미생활 하나 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가 색연필 한 자루, 몽당연필 한 자루만 있어도 힐링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컬러링에 빠져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성인을 위한 색칠놀이가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김성자 한국색채심리치료협회 연구소장은 “색을 칠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안정시키고 우울함을 없애준다. 또 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때 어떤 색을 주로 선택하는지 등에 따라 사람의 신체 에너지를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상담 및 치료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어른 사이에서 컬러링북이 유행하는 데 대해 “최근 어린아이처럼 노는 어른이 늘어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같이 어울리는 게 아니라 혼자만의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