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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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잉생산에 몸살 앓는 세계경제… 제2 ‘플라자 합의’ 목소리

내수 부진으로 과잉생산 제품 해외로 밀어내… 경제위기 불씨 가능성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6-09-11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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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4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6조3550억 달러(약 8510조6200억 원), 무역흑자는 1조1890억 달러(약 1592조3100억 원)에 이른다. 뉴시스

    7월 14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6조3550억 달러(약 8510조6200억 원), 무역흑자는 1조1890억 달러(약 1592조3100억 원)에 이른다. 뉴시스

    #1 프랑스 정부가 9월 1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중국계 온라인 플랫폼 쉬인과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제품에 세전 상품 가격의 최대 50%에 달하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패스트 패션 제품이 과소비를 부추기고 짧은 주기 의류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쉬인 등 중국 패스트 패션의 공세로 프랑스 섬유업 등 제조업체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 제조업체들은 대량생산되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당해낼 수 없다.

    #2 독일이 자동차와 기계 등 주력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9월 2일 올해 1~5월 대중(對中) 수출액이 296억 유로(약 46조1200억 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14.5% 감소했고, 중국산 제품 수입액은 724억 유로(약 112조8000억 원)로 6.2%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 제조업을 상징하는 자동차와 기계의 경우 대중 수출이 26.1%, 17.5%로 각각 급감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다. 독일산업연맹(BDI)은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독일 업체보다 제품 가격을 30~40% 낮춰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외국산 전력 장비가 미국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경제에 특별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산 장비의 구매·수입·이전·설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변압기와 대형 발전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인버터, 고압 차단기 등에 적용된다. 이는 중국산 전력 장비가 미국시장을 점령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변압기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세계의 60%를 차지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전력 장비 제조국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물론 한국, 일본, 동남아, 중남미 등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이 중국의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대량 수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의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5% 급증한 2조5200억 달러(약 3373조7800억 원)를 기록했으며, 무역흑자만 6873억 달러(약 920조1600억 원)에 달했다. 중국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계속 기록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이 어어져 과잉생산된 제품들을 해외시장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中, 2030년 세계 생산 절반 육박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중국이 이미 세계 산업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그 비중이 4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을 제외하면 한 국가에 이처럼 막대한 산업생산이 집중된 사례는 없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의 과잉생산은 베이징이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분야일수록 더욱 심각하다면서 중국의 태양광 설비 생산능력은 연간 1200GW(기가와트)로 전 세계에서 1년간 설치되는 물량의 2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의 경우 과잉생산이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내연기관차까지 모두 합치면 연간 5500만 대로, 9000만 대인 세계 자동차 시장의 60%에 해당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올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2025년 710만 대보다 4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국의 7월 내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1.1% 감소했지만 수출은 88.2%나 급증했다. 

    이 때문에 과잉생산과 수출을 기반으로 한 중국 경제 성장모델이 새로운 글로벌 경제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은 ‘다음 글로벌 경제위기는 중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The Next Global Economic Crisis Could Be Made in China)’라는 제목의 기고문(8월 13일자)을 통해 “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 확대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을 해외시장이 더는 수용하지 못하는 순간 성장 모델이 흔들리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 경제 규모가 작을 때는 수출을 소화할 세계적 수요가 충분했지만, 이제 중국산 제품을 흡수할 해외시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등 기존 경제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세계 수요의 감소나 고갈로 중국의 수출 엔진이 멈추면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지만 세계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학자는 이구동성으로 이런 문제가 중국 제조업의 지나친 팽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시장 침체 이후 성장동력을 유지하고자 전기차·배터리·태양광·반도체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왔다. 특히 국유은행은 적자 기업조차 생산설비를 계속 확대할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생산은 급증했지만 국내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과잉생산된 제품들이 해외시장으로 물밀듯이 나갔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더는 중국의 수출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각국은 중국 제품 때문에 자국 산업이 황폐화되고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8월 3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뉴시스

    8월 3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뉴시스

    세계경제가 위기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다자 압박’ 전략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9월 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끝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서 과잉생산된 물량을 세계시장에 쏟아내는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려 했던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당시 미국은 공동성명에 “세계 무역 불균형을 악화하는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문구를 넣으려 했다. 중국의 국가 주도 산업정책, 과잉생산, 대량 저가 수출 등을 겨냥한 표현이었다. 

    중국의 반대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되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끝도 없이 값싼 수출품을 밀어내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약한 내수를 수출로 만회하려는 중국을 막는 건 다른 국가들의 대응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맞대결’보다 주요 G20과 함께 ‘다자 압박’ 구도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제품이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 팔리는 ‘풍선효과’를 ‘다자 압박’으로 막고 중국의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려는 구상이다.  

    미국의 이런 전략에 주요 19개국(G19)이 모두 지지를 보냈다. 미국은 당시 회의에서 합의된 부분들을 정리한 의장성명을 발표했는데, 중국을 제외한 G19가 찬성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말 그대로 19 대 1 구도가 된 것이다. 그만큼 각국이 중국의 과잉생산과 대량 수출로 입고 있는 경제적 피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이 각국 경제 악화에 공공의 적으로 부상한 셈이다.

    저평가된 위안화 강제 절상 합의 유도하나

    게다가 국제 사회에선 중국의 과잉생산 및 대량 수출 공세를 저지하려면 중국과 ‘플라자 합의’를 40년 만에 다시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미국,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가 달러화 가치를 낮추고 엔화 절상을 유도하고자 맺은 국제 통화정책을 말한다. 당시 플라자 합의는 급증한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번에 제기된 주장은 최대 35%나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낮으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하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비용은 전기차의 경우 외국 업체 생산비용의 32%, 냉장고는 38%, 신발은 53% 등으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대평가된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이런 주장을 추진할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에 대한 높은 교역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대량 수출 문제는 9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중국의 완강한 반대로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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