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

한화 “대주주 희생” 유상증자 변경… 시장에선 의구심 남아

1조3000억 되돌려 놓지만 한화 삼형제의 한화에어로 지배력은 강화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4-11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자꾸 대주주 희생이라고 하는데,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한테 넘겨받은 현금을 다시 들고 와서 결과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 지분을 갖게 된 게 어떻게 희생인가.”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변경된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방식에 대해 4월 9일 이같이 평가했다. 한화에어로는 전날 유상증자 금액 3조6000억 원 가운데 1조3000억 원을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에 제3자 배정해 조달하겠다고 정정 공시했다(타임라인 참조). 기존 주주 배정 물량을 2조3000억 원으로 줄이고, 줄어든 만큼을 계열사에 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어로 측은 “대주주 희생, 소액주주 이득 방식”이라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화에어로 주식 기대수익도 높아”

    한화에어로 측은 유상증자와 경영권 승계 관련성을 둘러싼 시장 의구심을 불식하고자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1조3000억 원어치를 인수한 한화에어로는 승계 준비에 현금을 다 쓰고 부족해진 투자자금을 유상증자로 메우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에너지싱가포르 3개 계열사로 하여금 한화에어로 주식을 매수하게 해 문제의 1조3000억 원을 되돌려 놓겠다는 취지다. 이때 이들 계열사는 한화에어로 주식을 할인 없이 시가에 배정받는다. 반면 소액주주는 15% 할인 가격에 매수하기에 “소액주주 부담이 완화됐다”고 한화에어로 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방식 변경으로 대주주가 희생하는 건 없다”고 분석한다.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이면서 한화에너지 등에 흘려보낸 현금이 원위치 되는 건 맞지만, 총수 일가에도 그것에 따른 실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화에너지는 사실상 손 안 대고 한화에어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화에어로가 빠른 실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투자수익률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목적의 유상증자라는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는 정정 공시에서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화 삼형제가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가 향후 ㈜한화와 합병해 승계 작업의 키(key)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장의 의혹을 차단한 셈이다.

    다만 언제까지 합병하지 않을 것인지, ㈜한화에서 인적 분할된 계열사와도 합병하지 않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이에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 지분을 보유해 몸값을 불리고, 추후 합병 진행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창민 교수는 “한화에너지가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한화 지분을 모아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일단 유상증자를 하면 자금에 꼬리표가 어디 있나. 한화에어로가 돈을 투자에 다 쓸지, 아니면 또 한화에너지에 몰아줄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 제공

    신주 발행 규모·주주가치 희석률 동일

    유상증자 방식 변경에도 기존 주주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체 유상증자 규모가 아닌, 배정 방식이 바뀌는 것뿐이라서 기존 주주가치가 13% 희석되는 건 똑같다는 얘기다. 한화에너지 등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해도 주주 배정 신주를 포함해 총 595만 주 신주가 발행되고, 이는 지난달 3조6000억 원 유상증자 계획에 따른 신주 발행 규모와 동일하다. 한화가 확실한 신뢰를 얻으려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한화에어로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구채, 상환우선주 등을 발행하는 게 유상증자보다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 측은 “바뀐 유상증자 방식이 소액주주에게 이득인 건 맞다”고 설명했다. “한화에너지 등은 15% 할인 없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1년간 보호예수가 적용된다”며 “제3자 배정 물량이 당장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기존 주주가치 희석률은 13%보다 낮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에어로는 오락가락하는 유상증자 공시에 4월 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