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9월 18일 기자에게 “윤 대통령은 개혁 자유주의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미래비전위원장을 지냈다. 김 명예교수가 몸담았던 미래비전위원회는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았다. 당시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미래비전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살펴보고자 대선 캠프에서 윤 대통령과 토론한 내용은 물론, 대선 출마 선언문, 대통령 취임사 등 각종 인사말을 모두 정리해 검토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가진 정치철학의 두 축을 ‘개혁 자유주의’와 ‘방어적 민주주의’로 정리했다. 김 명예교수를 9월 18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윤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대해 물었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9월 18일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자유 속에 공정, 연대 있어”
윤 대통령의 철학을 이야기할 때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다.“대선 후보 시절 ‘(돈이)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아래 식품도 선택할 수 있게, 더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프리드먼의 주장과 가까운 얘기를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빈민이 유통기한을 살짝 넘긴 음식들을 먹을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후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면 개혁 자유주의,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논지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센이 주장한 ‘역량으로서의 자유’와 맞닿는 내용이다. 프리드먼이 말한 선택할 자유의 폭이 확대되려면 경제적 기초와 교육 등이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자유를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철학 같은데.
“사람은 ‘기회의 균등’ 아래서 온전히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센은 개인이 역량을 갖출 때 삶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고, 실질적 자유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고전적 자유주의가 아닌, 센과 같은 개혁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시로 자유에 대해 말하다 보니 ‘자유만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공정과 공평, 연대의 가치가 들어 있다.”
윤 대통령이 그것과 관련된 행보를 한 적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현 정부는 보수 정부지만 살펴보면 진보 정부에서 할 만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가 보육책임제’를 공약했다. 집권 후에도 교육부가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교육과 보육시스템을 통합)을 관장하고 있다. ‘기회의 불균등’은 어린 시절 가장 크게 차이가 난다. 같은 맥락에서 기회가 제약된 가난한 이들에게 복지정책을 집중하는 ‘약자 복지정책’ 역시 개혁 자유주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 정치철학의 다른 한 축인 방어적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과거 독일 역시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서로 적대했다. 이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서독이) 방어 차원에서 펼친 정치철학이다. 방어적 민주주의에서 ‘방어’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할 때 작동한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을 향해서도 경고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배제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한미일 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북한 핵무장이 고도화되고 있고, 한국에도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동맹에 반하는 반미·친중 세력을 위험하게 보고 방어적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공감대 형성 과정 필요”
“특정 세력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가”라는 비판도 가능해 보이는데.“최근 윤 대통령이 이념·역사 전쟁의 최전선에 서면서 논란이 일었다. 방향 자체는 옳다고 본다. 다만 수순과 추진 방식, 속도 면에서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병행돼야 하는데 여당이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지 못했다. 물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 다 반대 세력이냐’고 말할 수도 있으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반(反)대한민국 세력과 ‘협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 극우집단처럼 이들을 ‘절멸’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주요 국정 사안에 대해 크게 논의할 수 없다는 수준이다. 협치하려면 오히려 민주당이 달라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를 뉴라이트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뉴라이트는 공동체, 연대, 공정, 공평 가치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윤 대통령의 노선은 뉴라이트와 다르다. ‘보수를 혁신하자’는 뉴라이트의 취지는 알겠지만, 공정과 공평, 연대를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 윤 대통령의 개혁 자유주의와 뉴라이트의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뉴라이트 운동이 활발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들이 중용되다 보니 윤석열 정부의 노선을 오인할 수도 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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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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