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왜 자식에게 물려줍니까”
35℃를 오르내리는 한낮 폭염 속,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사기막골 유원지를 향해 방향을 틀자 정문 기둥에 검은 페인트로 조촐하게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대성MPC. 대문이랄 것도 없는 입구를 지나 마당에 들어서자 조용한 시…
200108302005년 01월 20일병마도 못 막은 ‘장승깎기 열정’
30℃를 우습게 넘겨 버린 더운 여름 한낮,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국도변의 넓지 않은 장승공원 주변에는 가득 들어선 100여 개의 장승들이 웃고 화내고 입을 삐죽거린다. 메마른 나무, 생명을 다해 더 이상 수액이 흐르지 않는 …
200108092005년 01월 17일“난치병? 자기(磁氣)가 있잖아”
자석 치료로 명성을 얻은 이가 있다. 구한서 한서자기원 원장(72)이다. 1950년대부터 30여년 연구 끝에 한서자기의학을 완성한 구 원장은 지난 25년간 수많은 난치병을 다스리며 국내외에서 ‘대체의학의 희망’으로 불리고 있다.그런…
200501182005년 01월 14일꿀맛 나는 세상 좇는 ‘토종벌 박사’
장마가 시작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뿌리더니, 그 날은 신기하게도 하늘이 활짝 개었다. 도로는 금세 찜통처럼 달아올랐다. 열기 속을 다섯 시간 동안 달려 경북 성주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푸르고 순한 얼굴의…
200107262005년 01월 12일해학을 빚는 千의 미소
초벌 토기에 무쇠 솥뚜껑을 얹어 만든 우편함을 지나 꽃대문을 여니 ‘헤’ 하니 웃는 바보 장승이 손님을 반긴다. 뭉뚝한 코와 과장된 눈의 못생긴 얼굴, ‘天下大將軍’ 대신 ‘장승인 나도 바보가 되고 싶다’고 쓰인 장승의 불뚝 배에서…
200107052005년 01월 05일세계 유일의 함선 공예가 정재춘
추수가 끝난 들판이지만 가을 풍광이 여전히 넉넉한 경북 칠곡군 지천면 창평2리. 전형적 농촌 마을인 이곳에 주민들에게 ‘이상한 목수’라고 불리는 정재춘씨(42)가 살고 있다. 3년 전 이 마을에 들어온 그는 20여 년 간 흉가로 방…
200110252005년 01월 03일사양길 양잠사업 되살린 ‘누에박사’
누에는 청결·끈기·정력의 상징으로 봐도 무방하다. 누에는 농약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금세 죽는다. 누에가 산다는 것은 그 땅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누에의 일생은 45일. 그 중 20여 일은 총 연장 1.7~2km…
200109272004년 12월 23일고건축물 살려내는 ‘미다스의 손’
지난 40여 년 간 ‘대패밥’ 먹으며 고건축물을 찾아 전국을 떠돈 끝에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보유자’로 인정 받은 전흥수씨(64세). 그가 관장으로 있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의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찾았을 때 1차 개관한 박물…
200109202004년 12월 22일따뜻한 숨결 ‘백제의 미소’ 지킴이
2시간 남짓 차를 달린 끝에 충남 천안시 풍세면 보성리 국도변에 자리잡은 ‘민학전가’(民學傳家)의 소박한 팻말과 마주쳤다. 나지막한 돌담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자 십수 세기를 뛰어넘은 백제 석불이 순박하고 따스한 웃음으로 주인보다 먼…
200109132004년 12월 17일“개에 미친 내 인생… 개 훈련이 즐거워요”
소년은 유난히 개를 좋아했다. 그가 개밥을 챙기고 털을 빗기고 배설물을 치우면 아버지는 늘 용돈을 쥐어줬다. 하지만 소년에겐 무엇보다 개를 돌보는 일 자체가 즐거웠다. 개 사료가 따로 없던 시절, 시장을 돌며 양동이에 생선 찌꺼기를…
200111292004년 11월 24일기름밥 30년 외길인생 ‘오토바이 대부’
공장을 둘러싼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공장 앞마당으로 100cc 오토바이 한 대가 ‘부르릉’ 소리를 내며 달려오더니 기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100cc에 오토바이에 딱 어울리는 체구의 한 사내가 가볍게 내리더니 “안녕하십니까” 하며 …
200111012004년 11월 16일“600년 서울음식의 맛 … 혀끝으로 살려냈죠”
김숙년씨(68)의 어린 시절은 온통 오현집(지금의 서울 도봉구 번동 드림랜드 자리)의 추억으로 채워진다. 앞산 뒷산 소나무가 울창한 언덕 위의 오현집은 솟을대문 안으로 안채와 사랑채, 아래채, 번방(산지기들이 사용하던 방)을 갖춘 …
200202072004년 11월 11일약사 생활 접고 말기암 환자 무료 간병 8년째
아이, 어른, 부자, 가난한 사람 가리지 않고 ‘죽음‘은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러나 죽음을 향하는 길까지 평등한 것은 아니다. 치료비가 없어, 돌봐줄 사람이 없어, 병든 몸을 의탁할 공간이 없어 비참하고 외롭고 초라하게 죽음을 맞는…
200201032004년 11월 02일“고독과 그리움…캔버스 앞에 서면 9살 동심”
방송인 이계진씨가 1996년 한 화가의 순박하고 동화 같은 삶을 ‘이계진이 쓴 바보 화가 한인현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기 전까지 한인현씨(71)는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개인전 한번 열지 않은, 화…
200204252004년 11월 01일“뒤주·메주틀·떡판 … 추억의 보물 1500여점 모았어요”
화장품 유통회사인 다산실업 대표 김원수씨(54)에게는 그만의 비밀스런 ‘보물창고’가 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하나, 그리고 그의 집이 있는 대구 인근 경산시에 둘 해서 모두 세 군데다. 얼마 전부터는 이 창고에 진귀한 물건이 많다는…
200202282004년 11월 01일‘작은 도서관’으로 큰 감동 일구는 나날
여기,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라는 사춘기 시절 좌우명을 고스란히 지켜온 사람이 있다. 그에게 책은 죽은 아들의 환영이요, 삶의 길잡이면서, 생을 함께해온 동반자다. 사재를 털어 산간벽지와 섬마을에 ‘작…
200411042004년 10월 29일“人命 지킴이 25시 … 설악에 반해 살지요”
진달래가 온 산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도로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초, 설악산 산악구조대 가기현 대장(51)을 만나러 가는 길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서울을 떠난 지 3시간. 미시령 어귀로 들어서자 설악의 준봉(峻峰)이 한눈에 …
200204182004년 10월 29일돈·명예 버리고 ‘태껸 사랑 20여년’
김영철씨(58)의 명함은 텅 비어 있다. 이름과 간단한 연락처뿐, 그를 설명해주는 사회적 수식어는 하나도 없다. 별다른 직함이 없는 탓이다. ‘무술에 미친 사람’, 이것이 그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거의 유일한 호칭이다. 태껸(중요무…
200410282004년 10월 22일산따라 절따라 … 10년 대장정 출발!
요즘 충남 예산의 수덕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말끔하게 다듬어진 계단과 담벼락은 막 지은 새 건물 같고 대웅전 앞마당에 자리잡은 석탑은 비바람을 견뎌낸 흔적 하나 없이 날카롭게 각이 져 있다. 절 입구 안내문에…
200203212004년 10월 21일“2012년 천지개벽…국운이 열립니다”
2월28일 한바다를 만나기 위해 계룡산 동학사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탈당 소식을 접했다. 작년 11월, 한바다는 3월 초에 박근혜씨가 탈당하면서 정치구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현실은…
200203142004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