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고깃국물 하얀 쌀밥 끼니 아닌 약
하얀 쌀밥에 뽀얀 사골국물은 한국인이 오랫동안 꿈꿔온 최고 밥상이었다. 소뼈를 뭉근하게 오래 끓이면 뼛속 젤라틴이 물속으로 서서히 빠진다. 고소하고 구수한 맛과 하얀색을 숭상한 백의민족에게 곰국은 영원한 베스트셀러였다. 곰국이나 곰…
201403102014년 03월 10일대를 이어온 변함없는 손맛 발길이 저절로
필자가 가장 많이 들락거린 음식 거리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있다. 서울의 오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덕분인지 서민적인 먹거리를 파는 식당들이 맛집으로 살아남아 있다. 겨울 끝자락이 보이지만 돈암성당 바로 옆 ‘구룡포 전어횟집’에는 …
201403032014년 03월 03일닥치고 맛있게 치킨전쟁 입은 즐거워!
한국인은 닭을 통째로 먹는 걸 좋아했다. 1890년 발간한 언더우드 ‘한영자뎐’에도 ‘통닭’이란 단어가 등재돼 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삼계탕도 통으로 만든 닭 요리다. 1961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명동영양센타’의 …
201402242014년 02월 24일젊음의 거리 세월도 입맛도 변하는 거야
서울 대학로는 상권이 크게 변하지 않지만 식당 성격이 급속히 바뀌는 곳이다. 변화에 민감한 젊은이가 주로 이용하는 만큼 유행도 빠르게 변한다. 음식에 대한 수준과 선호가 다양한 덕에 대학로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다양성이란 이름…
201402172014년 02월 17일풍성한 술안주 속풀이 해장 묘한 매력 한 그릇
잔칫날 돼지를 통째 넣고 끓인 국물에 모자반을 넣은 몸국은 제주에서 오랫동안 잔칫상의 전채 같은 음식이었다. 돼지뼈를 주재료로 한 국물은 보통 사골국물이라 부르는 뽀얗고 탁한 국물이 되고 머리나 몸통, 다리 같은 살코기 부위가 많이…
201402102014년 02월 10일한 그릇에 담아낸 조화와 전통
19세기 진주에는 경남 최대 시장이 있었다. 남강을 통해 김해 소금이 유통되고 젓갈, 쌀, 곡물이 경상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든든한 하부 구조 덕에 경상감영이 들어선 진주는 경상도 정치·행정·문화·경제 중심지가 됐다. 북 평양, …
201401272014년 01월 27일그 골목 음식은 맛 깊이가 달라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 한자리에 있는 오래된 것들이 더 좋아진다. 40대가 넘어가면서 밤이면 서울 을지로 3가 뒷골목을 배회하는 날이 많아졌다. 좁은 골목에 자리 잡은 오래되고 소박한 식당과 술집들이 10년 입은 옷처럼 편하고 맛있…
201401202014년 01월 20일1년 스무 번 제사상 일상으로 외출
신정이 지나고 설이 다가온다. 사람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 부모에게 안부를 전하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러나 안동에서 제사는 조금 색다른 일상일 뿐이다. 제사를 지내려고 만든 음식이 세상 밖으로 나와 외지인도 먹을 수 있는 곳이…
201401062014년 01월 06일거친 겨울을 뜨겁게 살아낸 한 그릇
온도와 습도는 사람과 음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요리할 때도 그렇다. 초보 요리사는 대개 온도와 습도를 고려치 않고 정해진 양과 재료만 사용하다 요리를 그르친다. 찬바람이 불면 따듯한 음식을 찾는 건 인간 본능이다. 그래서 이번…
201312302013년 12월 30일‘한 그릇’으로 마음 通했다
우리 문학사에서 국수를 이야기하자면 시인 백석을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음식에 관한 시를 여러 편 남겼는데, 그 가운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국수’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매혹적인 것은 국수의 맛과 의미에 대한 …
201312232013년 12월 23일면발처럼 길고~긴 국수 사랑
‘사당 있는 집에서는 유두차례를 지냅니다. 밀, 보리를 천신(薦新)합니다. 보리수단, 밀국수 그릇은 사당이 귀한 오늘날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보리수단은 못 먹어도 탈이 없지만 밀국수는 안 먹으면 못씁니다. 이날 밀국수를 먹으면 더…
201312232013년 12월 23일‘다이아몬드 커팅’이 살아 있네
다른 지방 사람은 부산 하면 회를 떠올리지만 정작 부산에 가보면 회는 관광객이 먹고 부산 사람은 육고기를 먹는 경우가 많다. 부산 육고기 문화는 최근 생긴 것이 아니다. 부산 돼지국수와 국제시장 주변 냉채족발이 유명하지만, 해운대와…
201312232013년 12월 23일힐링푸드 맛있게 후루룩!
‘뜨거운 멸치국물과 함께 약간의 양념, 고춧가루, 김치에 사각거리는 느낌이 나도록 설탕을 치고 입맛을 개운하게 하는 김을 듬뿍 넣어 비벼먹는다. 약간 신맛이 돌면서 담백한 이 비빔국수….’소설가 성석제가 산문집 ‘쏘가리’에서 강화도…
201312232013년 12월 23일뜨끈한 고깃국물 “추위 물렀거라”
설렁탕은 서울 음식이다. 외식이 본격화한 19세기 말부터 ‘탕반 하면 대구가 따라붙는 것처럼 설렁탕 하면 서울이 따라붙는다. 이만큼 설렁탕은 서울의 명물이다. 설렁탕 안 파는 음식점은 껄넝껄넝한 음식점이다’(‘동아일보’ 1926년 …
201312162013년 12월 16일그 골목에 가면 허리띠 풀고 포식
거대도시인 서울과 인천 사이엔 인구 수십만 명이 사는 도시가 꽤 있다. 1970~80년대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하면서 생긴 도시들이다. 서울 남쪽의 과천, 안양, 군포, 의왕, 안산, 부천 같은 도시가 대표적이다. 광명시는 그중 서울…
201312092013년 12월 09일찬바람 불면 아바이마을 냉면 생각
고향을 잃은 자에게 음식은 추억의 실체다. 고향에서 먹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그 음식에 고향 이름을 붙인다. 함경도 ‘국수’는 그렇게 ‘함흥냉면’이 됐다. 함흥으로 대표되는 함경도 사람들의 면 문화는 부산에서 밀면이 됐고, 서울에…
201312022013년 12월 02일겨울 ‘대구 맑은 탕’… 아 시원해!
경남 진해만을 가운데 두고 뭍 진해와 섬 거제는 마주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진해만에는 겨울 진객 대구가 몰려온다. 대구는 겨울 내내 진해만을 들락거리며 그 커다란 몸을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진해 사람들은 진해만에서 잡히는 대구를…
201311252013년 11월 25일한국 서민 먹여살린 단백질 공급원
족발 하면 누구나 서울 장충동을 떠올린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장충동 족발골목의 전설은 수십 년이 지났어도 여전하다. ‘뚱뚱이 할머니집’의 전승숙 할머니와 ‘평남할머니집’의 김정연 할머니는 이북이 고향으로 친구 사이였다. 두 할…
201311182013년 11월 18일중화요릿집 15곳서 ‘맛있는 냄새’
하루가 다르게 서울의 식당 지형이 바뀌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이태원, 북촌과 서촌, 상수역 주변과 합정동, 연남동, 연희동까지 다채로운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새롭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연남동에서 연희동으로 이어지는 속칭 ‘미…
201311112013년 11월 11일쇠고기 육수에 암퇘지살코기 듬뿍
경상도에는 돼지국밥이 널리 퍼져 있다. 부산, 대구, 창원 같은 대도시는 물론 밀양 같은 소도시까지 퍼진 돼지국밥은 경상도 서민이 가장 즐겨 먹는 국밥 음식문화다. 돼지국밥이 가장 성행한 곳은 부산이다. 6·25전쟁 이후 북한 출신…
201311042013년 11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