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화·영화 버무린 퓨전 스크린의 무한질주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가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더니 총천연색 무지갯빛으로 변한다. 어라,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는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부터 시작이 아니던가. ‘매트릭스’ 때도 그 유명한 불길한 녹색이 워너의 로고를 물들이면서, 우리…
200805202008년 05월 13일상처받은 18세 청년 회색빛 성장드라마
영국의 북동부 광산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던 앳된 소년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이제는 훌쩍 커버린 청년을 만나 청년은 무엇으로 사는지 물었더니, 역시 바람구두를 걸쳐 신고 지옥에서 한 철을 보내야 마땅하다는 대답이 메아리로 돌아온다.…
200805062008년 04월 30일마약 쾌락 천국에서 잔혹한 지옥으로 추락
그러니까 이건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의 캔디가 아니다. 술에 취하고 담배에 절어가며 결국 캔디와 캔디, 즉 아름다운 소녀 캔디와 또 다른 캔디(헤로인)에 중독돼가는 커플의 심연으로의 여행이다. 캔디. 그 첫맛은 달콤하지만…
200804222008년 04월 14일남편에게 차이고 돈은 없고 분노의 아줌마 인생 방랑기
시네마 천국의 땅에서 분노라는 샘물은 유독 남성들의 왕국에서 철철 솟아오른다. ‘분노의 주먹’ ‘성질 죽이기’ ‘아귀레, 신의 분노’ 등등. 이 영험한 샘물을 마신 남자 주인공들은 용기와 용맹이란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
200804082008년 04월 02일검은 황금 좇는 냉혈한 통해 부패한 개척정신 꼬집기
사나이는 마지막 석유 시추를 할 수 있는 땅이 있다고 유혹하는 청년에게 이렇게 외친다. “너한테도 나한테도 밀크셰이크가 있어. 그런데 난 내 빨대를 가지고 너의 밀크셰이크에 꽂아 다 먹어버리지. 난 매일 너의 물을 마셔. 매일 그 …
200803252008년 03월 19일세 남자 숨가쁜 추격전 미국의 오늘 차가운 조롱
이 세계엔 동정도 연민도 없다. 음악도 신음도 없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죽어가고, 나무 한 그루 없는 땅엔 바람 소리만이 횡횡하다. 코엔 형제의 신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비정한 ‘침묵의 누아르’다. 자신이…
200803112008년 03월 05일슬퍼서 더 아름다운 단 한 번 사랑과 속죄
떨리는 남자의 어깨를 진정시키며 여자는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내게로 돌아와요. 내게로.” 담배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며, 터지는 폭약의 굉음 속에서도 여자의 속삭임은 멈추지 않고 날갯짓한다. “내게로 돌아와요. 내게로.” 전쟁에 징…
200802262008년 02월 20일신체 바꾸기 달콤한 제안 스릴 넘치는 베팅
영생불사의 명약을 꿈꾸던 진시황의 후예들에게 마지막 남은 꿈이 있다면, 남의 몸을 빌려서라도 지구상에 발붙이고 싶은 신체 강탈의 의지일 터. 공상과학(SF) 영화 ‘우주의 침입자’ ‘바디 에이리언’ 등 일명 ‘바디 스내처(신체 강탈…
200802052008년 01월 30일잔혹 살벌 이발사 엽기 사회를 향한 복수
1979년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초연됐을 때, 이는 과거 모든 뮤지컬과의 결별을 의미했다. 양동이로 피를 퍼붓고 20명의 등장인물이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주인공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이 기이한 뮤지컬이 뭐가 대단했기에 비…
200801222008년 01월 16일진기한 볼거리로 채운 판타지 모험여행
크리스마스이브에 어쩌다 이렇게 재미없는 판타지 영화에 대해 쓰게 됐는지, 참 지지리 복도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시작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해보자. 그러니까 ‘황금 나침반’의 원작자 필립 풀먼은 ‘반지의 제왕’을 쓴 J.R.R. …
200801082008년 01월 07일도쿄의 홈리스 3총사 유기兒 부모찾기 대작전
도쿄의 홈리스(homeless) 사내 긴, 여자 되기를 소망하는 하나와 가출 소녀 미유키는 크리스마스 때도 버려진 삼각주먹밥과 묘지에 남겨진 술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쓰레기 수북한 뒷골목에서 싸움질을 멈추지 못하던 세 사람. 그…
200712252007년 12월 19일뚱녀들의 유쾌한 반란 & 인종차별주의에 똥침 놓기
일명 쓰레기의 제왕, 세상 속 저급한 것들의 열혈 광신도였던 감독 존 워터스는 1970년대 모든 조악함을 모아 주류 영화를 무장해제시켰다. 그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핑크 플라밍고’에서 주인공들은 주사기로 자가 인공수정을 하는가 하면…
200712112007년 12월 05일계산된 유혹, 욕망의 경계
리안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다. 기차가 나오지 않는 서부극 ‘브로크백 마운틴’을 만든 지 1년. 고전주의적 서부극에 동성애를 차용해 미국과 서부극에 관한 신화를 해체했던 그가 이번에는 몸이 교감하는 욕정의 세상, 그러나 악마와 싸워…
200711272007년 11월 21일40년대 누아르 스타일로 잔혹 살인사건 재구성
로스앤젤레스(LA)의 밤. 폭동이 휩쓸고 간 거리에는 군인과 시민 간의 주먹다짐이 오가고, 경찰은 싸움 장면을 구경하며 내기 걸기에 바쁘다. 밤은 험하고 길은 멀다. 그리고 이때 경찰 출신의 두 사내 미스터 아이스와 미스터 화이어가…
200711132007년 11월 07일우직한 바른생활 경찰 배꼽 빼는 은행강도 되다
장진 영화에 늘 나오던 그 남자, 동치성이 아니다. 이번엔 정도만이다. 정도만 걷고, 정도만 본다. 그래서 작은 항구 삼포시에 경찰서장이 부임해오던 날도 “나 경찰서장이야”라는 한마디에 꾸벅 인사를 한 사내는 어김없이 서울내기 서장…
200710302007년 10월 24일운명처럼 찾아온 사랑 흔들린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영국 문학에 로맨스의 향기를 불어넣은 작가였다. 21세기에 태어났더라면 ‘파리의 연인’ 같은 멋진 연애 드라마를 써서 떼돈을 벌었을지 모르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같은 자작 시나리오를 써 영화감독으로…
200710162007년 10월 15일詩로 무장한 ‘사랑의 포로’ 이라크서 필사의 연애작전
솔직히 전작에서 피노키오 분장을 했던 로베르토 베니니 아저씨는 너무한 면이 있었다. 깡마른 체격과 장난기어린 두 눈, 거짓말과 창의력을 혼동하는 ‘아저씨’ 피노키오는 할아버지가 랩댄스 추는 격이요, 1t짜리 아가씨가 신데렐라가 된 …
200709252007년 09월 28일문제아 소년의 악취미 관음증에 관한 보고서
아무것도 없는 무지화면(無地畵面)에 낚시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목소리만이 잡힌다. “우리를 볼 수 있나요?”“아니, 못 본단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있지.”영화의 모든 것을 집약한 첫 대사이자 앞으로 일어날 일을 …
200709112007년 09월 05일은밀한 욕구 해결 뒷골목 여인의 일기장
1989년이던가,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 일이다. 영타운 문예극장이라고, 평소 자주 가서 시간을 때우던 신촌의 극장에서 ‘걸 온 더 모터사이클’이라는 영화를 봤다. 알랭 들롱이 나오는 옛날 영화라기에 별 기대 없이 보고 있는데, 영…
200708282007년 08월 22일아름답지만 섬뜩한 비극적 사랑의 공포
지나친 애정은 늘 인간의 마음에 그림자의 함정을 판다. 아이는 부모를 살해하고 부모는 아이를 낙태시키며 귀신은 자신이 사람인 줄 안다. 모두 공포영화 속 이야기지만, 영화에 나타난 지나친 애정 문제는 현실의 우리 마음속에서도 현재진…
200708142007년 08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