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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젊음-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길가에 서 있는 자두나무 가지로 만든 매운 칼 같은 냄새,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지는 생기의 방울들, 달콤한 性的 과일, 안뜰, 건초더미,…
20081209 2008년 12월 01일 -
희망에 대하여
희망에 대하여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2008)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알제…
20081125 2008년 11월 20일 -
여행길에 병드니
*마쓰오 바쇼가 오사카에서 죽기 전에 쓴 시다. 평생을 여행길에서 보낸 방랑시인의 애절한 우수가 짧지만 충분하게 배어 있는 걸작이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루지 못한 꿈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절…
20081028 2008년 10월 20일 -
가을날
*릴케가 생산한 대부분의 시들은 감상이 지나쳐, 소녀티를 벗은 뒤 나는 그의 시를 멀리했었다. 그러나 ‘가을날’만은 예외다. 여러 번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무거워지는 포도알’…
20081014 2008년 10월 08일 -
첫 번째 무화과 First Fig
*보통의 초는 한쪽으로만 불이 붙는다. 양쪽에 심지가 달린 초는 그만큼 빨리 소진되겠지만, 불은 황홀하게 밝을 것이다.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짧은 경구 같은 몇 줄이지만, 적절한 문장부호로 많은 말을 대신했다. 무화과라는 제목은 …
20080909 2008년 09월 01일 -
한여름, 토바고 Midsummer, Tobago
*밑에 두 줄이 없으면 시시한 유행가가 됐을 텐데…. 번역하기 아주 까다로운, 짧은 한글로 옮기기가 거의 불가능한 영어다. 시간을 성장하는 인격체로 보고, 현재를 압도하는 과거를 ‘내 품에서’ 웃자란 아이들에 비유했다. 하루가 다르…
20080819 2008년 08월 13일 -
빈집
사랑을 잃고 부서진 가슴이 뛰어난 연애시를 만들었다. 모든 행이 감탄조의 어미와 조사로 마무리되어 언뜻 탄식하는 기류가 과도하게 감지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도로 숙련된 정신노동의 흔적이 역력하다. 운율을 맞추려 ‘~던 ~들아’…
20080805 2008년 07월 29일 -
불행한 우연의 일치 Unfortunate Coincidence
* 하하하! 진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거짓말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를 누가 막겠는가. 충고 따위는 필요 없어. 불행해져도 좋으니, 내 생애 한 번만이라도…. ‘불행한 우연의 …
20080722 2008년 07월 14일 -
너는 내게 딱 맞아
20080624 2008년 06월 16일 -
백마고지 白馬高地
*지난 100년간 한국어로 쓰인 100편의 명시를 고르라면, 나는 감히 김운기의 ‘백마고지’를 꼽겠다. 소설 ‘흉터와 무늬’를 준비하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 자료실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 하늘을 쳐다보며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르다…
20080617 2008년 06월 11일 -
시골 아낙네
20080603 2008년 05월 27일 -
문서에 서명한 손
문서에 서명한 손 -딜런 토머스(Dylan M. Thomas, 1914~1953)문서에 서명한 손이 도시를 무너뜨린다; 통치자의 다섯 손가락이 살아 있는 목숨에 세금을 부과하고 죽은 자의 세상을 배가시키고, 어떤 나라를 반으로 줄였…
20080527 2008년 05월 21일 -
팔려고 내놓은 집 For Sale
함부로 남발한 적개심으로 꾸며진남루하며 수줍은 놀이터,꼭 일 년만 살았다-.베벌리 농장에 있는 아버지의 오두막을당신이 사망한 달에 시장에 팔려고 내놓았다.텅 빈, 문이 열린, 친숙한,도시 가옥풍의 가구는장의사가 막 다녀간 뒤에발끝을…
20080429 2008년 04월 23일 -
언젠가 많은 것을 알려야 할 사람은 外
언젠가 많은 것을 알려야 할 사람은-니체(Nietzsche, 1844~1900)언젠가 많은 것을 알려야 할 사람은많은 것을 자신 속에 숨겨둔다.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사람은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이쯤 되면 시라기보다…
20080422 2008년 04월 14일 -
알리칸테 Alicante
알리칸테 Alicante-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 1900~1977)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 양탄자 위에 너의 옷 그리고 내 침대 속의 너 지금의 달콤한 현재 밤의 신선함 내 삶의 따사로움. Une orang…
20080415 2008년 04월 11일 -
아말휘의 밤 노래 Night Song at Amalfi
아말휘의 밤 노래 Night Song at Amalfi -사라 티즈데일(Sarah Teasdale, 1884~1933)별이 빛나는 하늘에게 나는 물었네내 사랑에게 무엇을 주어야 마땅한지-하늘은 내게 조용히 대답했네,오로지 침묵으로.…
20080408 2008년 04월 02일 -
정치 Politics
정치 Politics-예이츠 어떻게 내가, 저기 서 있는 여자를 보면서내 주의를 로마 혹은 러시아 혹은 스페인의 정치에 집중할 수 있을까그래 여기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아는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고그리고 저기엔 읽고 생각할…
20080318 2008년 03월 12일 -
관계
관계-고정희싸리꽃 빛깔의 무당기 도지면여자는 토문강처럼 부풀어그가 와주기를 기다렸다옥수수꽃 흔들리는 벼랑에 앉아아흔 번째 회신 없는 편지를 쓰고막배 타고 오라고 전보를 치고오래 못 살 거다 천기를 누설하고배 한 척 들어오길 기다렸다…
20080311 2008년 03월 05일 -
그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신동엽(申東曄, 1930~1969) 아름다운 하늘 밑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
20080304 2008년 03월 03일 -
눈
눈-김수영(1921~1968)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 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릴까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 줄 건너 두 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출전] 김수영/ 백낙…
20080205 2008년 0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