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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 급성장의 그늘

‘일자리+영어’ 매력 한국인 입국자 연 3만명 배우 이동건 동생 사망·성매매 등 사건 속출

  •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naver.com

호주 워킹홀리데이 급성장의 그늘

시(詩)는 느낌이 아니고 체험이다. 시인은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 수많은 도시, 사람 그리고 사물들을 보아야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일기체 소설 ‘말테의 수기’에 나오는 여행과 시에 관한 대목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시뿐이랴. 젊은 시절 한때를 낯선 도시에 머물면서 삶의 본질과 인간 실존의 문제를 응시할 수 있다면 그들의 인생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1년에 약 3만명을 헤아리는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메이커(이하 워홀러)들이 찾아오는 호주도 그런 깨달음의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워홀러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드니는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원조이면서 메카’로 불리는 도시다. 1995년 7월 1일 한국 최초의 워홀러들이 시드니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소수에 머물던 한국 워홀러들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6년 6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이 비자로 호주에 입국한 한국인은 2만8562명이다.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2007년 하반기에 한국은 영국까지 밀어내고 1위 국가로 올라섰다.

“비자수수료 받으면서 한국어 안내 책자 하나 없어”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특징은 18~30세의 미혼자를 대상으로 일생에 딱 한 번만 발급된다는 점이다. 또한 체류기간 1년 중에서 3개월만 일할 수 있고, 나머지 기간은 여행을 하도록 장려한다. 2005년 11월부터는 농장에서 3개월 동안 일한 사람에 한해 체류기간을 2년으로 연장해준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 일하면서 영어를 익힐 수 있고, 자신이 번 돈으로 공부와 여행까지 가능한 워킹홀리데이. 13년 동안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인 호주 워홀러들의 질적인 성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또한 협정 당사국가인 한국과 호주 당국의 평가는 몇 점이나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워홀러들에 대한 호주 이민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소 폐쇄적인 호주에서 그토록 많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호주 당국 처지에서 보면 관광객 유치, 교육 수출, 국가홍보 면에서 크게 유리하고 특히 노동시장 하부구조의 고용불안을 해소해줘 중소기업 고용주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죽하면 극심한 노동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퀸즐랜드 주에서 최근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령제한을(18~30세) 철폐하라”고 주장했을까.

또 서부호주 주정부는 4월부터 6월까지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광물자원개발 붐을 10년 이상 이어가고 있는 서부호주의 노동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워홀러들의 호주 동부지역(시드니, 멜버른, 브리스베인 등) 선호도가 너무 높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서부호주의 장점을 알리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1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 또한 사실이다. 특히 최근 연이어 일어난 불미스런 사태로 워홀러 당사자들뿐 아니라 호주 동포사회도 크게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유학생 신분이던 영화배우 이동건 씨 동생 사망사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소유한 한국 여성들의 강제 성매매 사건, 여행 기분에 들떠 선술집에 간 한국 여성들이 백인 남성들이 권하는 음료수나 술을 마셨다가 봉변당한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중에서도 중국인 불량배들의 칼에 맞아 사망한 유학생 사건은 한국인 워홀러 밀집 거주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시드니 시내에 소재하는 ‘워킹홀리데이 서포팅 센터’의 김석민 소장(목사)은 “워홀러들이 법적으로 성인연령에 해당하기 때문에 본인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호주 정부의 무관심이 안타깝다. 특히 3만명에 가까운 한국 워홀러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비자수수료를 받는 주한 호주대사관이 한글로 된 워킹홀리데이 안내책자 하나 만들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시드니 총영사관에서 만든 소책자가 전부”라며 “호주에서는 자동차가 한국과 반대 방향으로 다닌다는 사실조차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면 어쩌란 말이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4월5일 시드니 중앙역 바로 앞에 자리한 벨모어 공원에서 한인동포 상인단체인 ‘시티상우회’가 주최한 ‘2008 한국 젊은이 축제(Korean Youth Festival)가 열렸다. 오후 1시쯤부터 봄기운 가득한 잔디밭에 모인 워홀러, 유학생, 한인동포 2세 등은 밤 9시까지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행사의 개막순서를 맡은 ‘한얼청년풍물패’(11명) 리더 김달원(28·유학생) 씨는 “같은 시드니에 살지만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는 워홀러, 유학생, 한인동포 2세가 한자리에 어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얼풍물패의 멤버들도 워홀러, 유학생, 한인동포 2세들이 모두 섞여 있다”고 말했다.

“잇단 사고는 불가피” 한국 언론보도 지나치다는 의견도

장장 8시간 동안 축제를 주관한 시티상우회 김병일 회장은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젊은 시절 한때를 해외체험으로 보내는 건 행운”이라면서 “최근 불미스런 사고가 있었지만 3만명이 넘는 워홀러, 유학생, 배낭여행객들이 호주에 모이다 보니 불가피한 점도 있다. 그런데 일부 한국 언론에서 시드니를 범죄 다발지역으로 보도해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이어 “시드니를 찾아오는 한국 젊은이들의 안전을 위해 호주 동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시드니 출신 연방하원의원이면서 주택 및 여성장관을 맡고 있는 타냐 필버잭 의원과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청 K.J. 핀치 부청장이 “시드니에 머무는 한인 청년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한을 시티상우회로 보내왔다고 한다.

시드니 시내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워홀러들이 작은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시드니가 활기 있고 생동감 넘치는 도시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속에 어울린 한국 젊은이들 또한 아름답고 유익한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주간동아 2008.05.06 634호 (p36~38)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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