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07.02.06

축구 본고장서 킬러본색 ‘야망’

  • 최원창 축구전문기자 gerrard@jesnews.co.kr

    입력2007-02-05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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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본고장서 킬러본색 ‘야망’

    컴퓨터 그래픽으로 미들즈브러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의 모습을 합성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이하 보로)에 입성한 이동국(28)이 가슴에 18번을 새겼다. 그토록 닮고 싶다던 황선홍 선배의 과거 18번을 휘날리며 ‘축구 본토’에서 부활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보로와의 1년6개월 계약으로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6년 만에 유럽 무대를 다시 두드린 이동국은 박지성(맨유),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 프리미어리거로 이름을 올렸다.

    황선홍은 이동국에게 축구인생의 멘토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뒤 숙소에서 한방을 쓰던 황선홍을 삶의 ‘롤 모델’로 삼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황선홍의 불행까지도 그대로 닮고 말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황선홍처럼, 이동국 역시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바로 그 부위를 다쳐 분루를 삼켰다.

    잉글랜드 땅을 밟은 이동국에게 18번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황선홍은 프랑스월드컵 직후인 1999년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24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그가 회고하기를 선수 생활 중 최고의 전성기는 바로 그때였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승을 알리는 결승골을 뽑아낸 뒤 명예롭게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동국은 황선홍이 부활에 성공했듯, 자신도 화려하게 비상하기 위해 ‘18번의 영욕’을 유니폼에 새기기로 한 것이다. 이동국은 유럽 축구의 심장인 잉글랜드에서 ‘아시아용’(황선홍도 비슷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이라는 지적을 떨쳐버리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이동국은 영국에서도 황선홍을 자주 만날 것 같다. 황선홍도 전남 코치직에서 물러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 이동국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보로 감독은 이동국이 팀 체질 개선의 첨병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야쿠부 외에는 킬러가 부족한 보로에 이동국이 골 폭죽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인가. 마수걸이 골이 얼마나 일찍 터져나오느냐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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