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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하층 ‘마더’의 처절한 싸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에는 일종의 문법이 있다. 그 문법은 바로 시간의 흐름이다. 대표작 ‘시네마 천국’은 아동기에서부터 장년기까지 40여 년의 시간을 스크린에 담는다. 또 그의 영화에는 낭만적 회고와 쓸쓸함이 있다. 사라진…
20090714 2009년 07월 08일 -

어머니는 왜 그 노래만 불렀을까
‘걸어도 걸어도’는 감독의 자화상이 투영되고 그 어머니의 초상이 그려지는 등 상당 부분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 멜로드라마다. 달콤쌉쌀한 재미가 여간 아니지만 흥행 오락영화가 아니라서 널리 선전, 홍보되지는 않았다. 또 이 영화의…
20090707 2009년 07월 01일 -

전라도 역도부 여중생들의 성공 드라마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는 성공할 만한 요인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조심스레 추측건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에 버금가는 사회적 반응을 불러오지 않을까 한다. ‘킹콩을 들다’를 지탱하는 두 가지 드라마 테마는 …
20090630 2009년 06월 25일 -

나도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어라
영화 제목이 나름 인상적이고 시적이지만 선뜻 다가오지는 않는다. 히말라야 산맥엔 당연히 바람이 불기도 머물기도 할 것이니, 제목 속의 쉼표는 그 앞뒷말의 동격을 겨냥한 게 아닐 터. 제목은 ‘히말라야 어딘가의, 바람이 머무는 곳’을…
20090623 2009년 06월 17일 -

운 없고 무능한 아버지의 권위 찾기
조필성은 잘하는 일도, 열심히 하는 일도 없는 형사다. 네 살 위인 여자와 결혼해 살고 있지만 집에서는 낡은 냉장고 취급을 받은 지 오래다. 정직까지 당한 필성은 아내의 쌈짓돈을 훔쳐 소싸움에 일생일대 내기를 건다. 어, 그런데, …
20090616 2009년 06월 11일 -

국민 엄마 버전 ‘살인의 추억’
감독은 대사의 앞뒤 연기 지문에 그저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라고 썼다. 그 지문을 읽은 배우는 기가 찼다. 대체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란 무엇일까’ 싶어서. 그러나 김혜자의 얼굴은 그 표정을 담아냈다. 갈대밭에서 이병우가 작곡…
20090609 2009년 06월 03일 -

찌질이들의 속물근성 뒤집기
홍상수의 영화는 지적인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왜일까? 지적인 사람들의 삶을 잘 그려내서? 도리도리. 이유는 정반대에 있다. 홍상수의 영화에는 온갖 찌질이가 등장한다. 그것도 가방끈이 긴, 지적인 찌질이들 말이다. 낮에는 멋지게 …
20090602 2009년 05월 29일 -

영화 품은 소년들의 영화 만들기
‘나이트메어’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어린 시절 부모가 허락한 유일한 장르, 디즈니 영화를 보는 것으로 날을 지새웠다고 한다. 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은 어린아이들에게 폭력이나 성이 난무하는 사악한 영화 따위는 엄금이라…
20090526 2009년 05월 20일 -

불온한 욕망 들추는 불쾌한 진실
영화 ‘박쥐’는 심장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게 해주는 강렬한 작품이다. 눈을 찌르는 듯한 색감의 대조, 불길한 적막을 찢는 괴기한 관악기의 음률은 존재론적 질문을 휩싸고 돈다. ‘친구의 아내와 놀아난 신부’, 이 한 줄의 시놉시스만으…
20090519 2009년 05월 15일 -

살얼음판 위로 미끄러지는 일처일부제
어떤 남자는 아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영화 ‘블랙 아이스’(감독 페트리 코트위카)의 주인공 레오는 아내의 생일날 아내 사라에게 “기타 통 속의 콘돔 2개는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콘돔을 풍선처럼…
20090512 2009년 05월 08일 -

속 깊고 우아한 욕망의 드라마
여행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미결정성이 여행의 긴장과 쾌감을 선사한다. 무릇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들은 이 미결정성에서 시작한다. 원제가 ‘Vicky Cristina Bar…
20090505 2009년 04월 29일 -

관객 뒤통수 치는 범죄 속 범죄
니콜라스 케이지와 웨슬리 스나입스의 공통점은 한국계 여성과 결혼한 할리우드 스타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두 사람의 모습은 지극히 대조적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반면, 웨슬리 스나입스는 2류 배우로 추락하고…
20090428 2009년 04월 22일 -

질기디질긴 애증의 뒷골목 가족사
빌어먹을. 폭력은 세습되고, 핏줄은 더럽고, 이 세상 어딘가는 시궁창일 뿐이다. 그는 스파이더맨이 아니다. 그렇다고 물가를 맴도는 악어가 될 수도 없다. 그가 사는 곳은 먼지 풀풀 날리는 도시의 뒷골목. 한 무더기의 돈다발을 찔끔찔…
20090421 2009년 04월 16일 -

미국적 분노, 미국적 가치 뛰어넘기
얼굴을 맞대기도 전, 눈길이 부딪치기만 해도 “내 땅에서 나가라”며 으르렁대던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제 막 이웃인 몽족(타이 지역의 소수민족) 출신 수(어니 허)의 집안과 친해지기 시작한 참이다. 손녀뻘인 수가 자신…
20090414 2009년 04월 10일 -

老부부가 그린 찬란한 봄의 슬픔
하나미(花見). 꽃구경(‘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의 원제목). 꽃. 꽃보다 남자. 일본어로 꽃은 하나. 이와이 순지의 영화 ‘하나와 앨리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하나비’. 하나비(花火)의 원뜻은 ‘불꽃놀이’. 고레다 히로카즈의…
20090407 2009년 04월 03일 -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를 보면서 화가 나는 것은 나치 친위대에 부역한, 곧 유대인 학살을 도운 주인공 한나 슈미츠(케이트 윈슬렛 분)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럼에도 혼자 죄를 덤터기 쓰고 있는 …
20090331 2009년 03월 27일 -

눈물겹게 봉합한 인도의 두 얼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대해 먼저 알아둘 점은 발리우드(인도)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어쩌다 감독도 모른 채 봤다. 딱 5분이 지난 순간, 연출이 심상치 않았다. 인도 영화의 새로운 기수가 …
20090324 2009년 03월 20일 -

돌아온 미키 루크에게 뜨거운 박수를!
다 늙은 프로레슬러 랜디는 이제 막 링 위에 나설 참이다. 링에서의 이름은 ‘램’이다. 누가 자신의 성을 물으면 그는 꼭 “그냥 랜디라고 불러요”라며 친절하게 대한다. 오늘 그의 파트너가 될 한참 어린 친구가 링에서 벌일 ‘격투 쇼…
20090317 2009년 03월 12일 -

관객 눈높이 맞춘 ‘체험! 정치 현장’
1977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백악관 주인 자리를 내준 대통령인 닉슨과 당시만 해도 변방의 TV 쇼 호스트에 지나지 않던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서로의 명운을 건 인터뷰 전쟁을 치른다. 총성 없는 대화가 실탄처럼 오가는 전쟁.…
20090310 2009년 03월 06일 -

‘섹스 앤 더 시티’ 작가가 쓴 또 하나의 연애지침서
(사례 1)남편 벤(브래들리 쿠퍼)에게서 딴 여자와 잤다는 고백을 들은 제닌(제니퍼 코넬리)은 이상하게도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기야 그 얘기를 들은 장소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형 마트이긴 했다. 하지만 다음 날 …
20090303 2009년 0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