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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마디 @오메가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구름 속을 파고들었다. 기체가 흔들리자 좌석 벨트를 매라는 불빛과 함께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승무원들도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기내엔 비행기 엔진 소음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20131007 2013년 10월 07일 -
아홉 마디 @오메가
도문에 온 이후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하나와 함께 연길과 용정에서도 사람들을 만났지만 소득이 없었다. 사건이라면 북한 여성이 노래를 부르고 율동도 하는 유경식당에서의 저녁식사였다. 스무 살이 갓 넘은 여가수의 노래…
20130930 2013년 09월 30일 -
아홉 마디 @오메가
개성공단 문이 열리면 순은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순의 자리는 낯선 사람으로 채워져 있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필승은 온몸의 신경 줄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받았다. 북한행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
20130909 2013년 09월 09일 -
아홉 마디 @오메가
다림은 방미의 색다른 초대에 선뜻 응했다. 좋은 기삿거리라는 것도 동참 이유 중 하나였다. 방미는 이렇게 말했다.“아이들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려고 해요. 유아원에서만 놀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모습은 좀 달라도 …
20130902 2013년 09월 02일 -
아홉 마디 @오메가
철방의 오토바이는 방향을 바꿨다. 수일의 이야기보다 생각 정리가 먼저라는 판단에서였다.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속도를 높이며 생각의 엔진에 시동을 걸었지만 불이 붙지 않았다. 뻐꾸기와 개개비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뻐꾸기는 스스로 둥지…
20130826 2013년 08월 26일 -
아홉 마디 @오메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가다 하얀 반달을 감싼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철방은 강모래에서 조약돌 하나를 집어 호수를 향해 날린다. 물 위에 네댓 번 튀어 물수제비를 만든다. “멋지다.” 다림이 철방을 향해 웃는다.곰배령 할배 나무의 …
20130819 2013년 08월 19일 -
아홉마디 @오메가
세상을 손에 잡은 듯 좋았다. 파트너 참여 제의라니, 그건 유혹 이상이었다. 보라는 들뜬 마음으로 그 명화 감상 인터넷 카페를 열었다. 화면에는 르네상스 명화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구이도 레니의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조반니 …
20130812 2013년 08월 12일 -
아홉 마디 @오메가
당귀차 향기가 감도는 황토방이 친숙해졌다. 새벽잠을 깨우던 새소리, 풀벌레소리도 이젠 자연의 교향곡으로 들렸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던지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그들에겐 꿈이었고 삶의 터전이었을 텐데…. 판수, 여옥, 방미, …
20130805 2013년 08월 05일 -
아홉 마디 @오메가
여옥은 밤새 깨어 있었다. 그건 유령이 아니었다. 순을 닮은 여자, 아니 순이었다. 혼란스러웠다. 하얀 시트 아래 차가운 시신으로 누워 있던 그 순이 서울 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령일까? 여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20130729 2013년 07월 29일 -
아홉 마디 @오메가
누구에게나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나 보다. 넋을 잃고 순의 얼굴만 떠올리는 시간이 늘더니 거리에서 순을 닮은 여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순이 아닌데…. 개성공단이 다시 열릴 날만 기다릴 수 없었다. 열리더라도…
20130722 2013년 07월 22일 -
아홉 마디 @오메가
벌써 오래전이다. 사이버머니를 나눠주고 깔끔하게 손을 털었다. 학생치고 거액이었기에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철방도 처음에는 버텼다.“개평은 줄게.”“안 돼! 우린 생돈을 박아야 해.”“그럼 겜 해서 따면 될 거 아냐?”“그렇게 …
20130715 2013년 07월 15일 -
아홉 마디 @오메가
늘 그렇듯 주판수는 약속 시간 5분 전에 도착했다. 카페 외형은 마치 클래식 자동차 같았다. 들어서자 노신사가 고객을 맞았다. 흰머리에 하얀 구레나룻. 그는 켄터키프라이드치킨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어서 오십시오.”판수는 출입구…
20130708 2013년 07월 08일 -
아홉 마디 @오메가
빨간색 스포츠카가 거리를 질주한다. 주판수는 호기심 반, 적개심 반으로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전화 속 인물은 괴짜였다. 성함이 뭐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걸작이었다.“오토바이맨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다시 물었으나 대답은 마찬가지였…
20130701 2013년 07월 01일 -
아홉 마디 @오메가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북한 개성의 고려 성균관이었다. 한복이 참 잘 어울렸다. 가느다란 목선이 매력적이었다. 이름이 뭘까? 필승의 가슴은 뜀박질을 시작했다. 마당 저편에 하늘로 치솟은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보였다.“은행나무… 멋지네…
20130624 2013년 06월 24일 -
아홉 마디 @오메가
# 삼 년 전이지만 아직 생생하다. “한 대리, 결혼한 지 얼마나 됐지?” 김 부장의 질문이었다. “일 년 지났습니다.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혹시 말이야, 2세 계획 없어?” 그는 다시 물었다. “글쎄요. 서로 바빠서…. 견…
20130617 2013년 06월 17일 -
아홉 마디 @오메가
#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일을 꿈에서라도 하고픈 욕망 때문일까. 꿈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연인의 사랑 꿈, 복권 꿈 등. 무슨 꿈이든 다 만들어 파는 건 아니다. 이런 주문도 있었다. “꿈속에서라도 그놈을 죽이고 싶어요. 사례는 …
20130610 2013년 06월 10일 -
아홉마디 @오메가
# 주판수, 한때 그는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빨간색 스포츠카를 몰고 다녔다. 입담이 좋아 주위 사람들은 늘 주판수 앞에서 즐거워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태가 좋지 않다. 마흔 밑자리인데 지난 3년이란 세월이 그렇…
20130603 2013년 06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