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재무장, 경건한 스턴트
멜 깁슨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만들면서 품었던 의도는 단순하기 짝이 없다. 그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마지막 날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어했다. 그는 배우들에게 아람어와 라틴어로 대사를 하게 했고(심지어 깁슨은 이 …
20040401 2004년 03월 25일 -
1950년대 女大 기숙사 비망록
‘모나리자 스마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막 날아온 미술사 강사인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 분)이 동부의 명문인 웰슬리 여대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꿈에 부푼 왓슨을 맞아주는 건 똑똑한 머리로 교과서만 달달 외우고 있고 적…
20040325 2004년 03월 19일 -
女의사와 엉뚱男 ‘사랑 만들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제목만 26글자다. 하지만 어떻게 암기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TV 만화 ‘우주소년 짱가’의 주제가를 응원가 삼아 죽어라 불러대며 1970, 80년대를 보낸 사람들…
20040318 2004년 03월 12일 -
전쟁 탈출 … 사랑 찾아 “고향 앞으로”
앤터니 밍겔라의 신작 ‘콜드 마운틴’은 줄거리와 제작진 명단만 본다면 남북전쟁을 무대로 한 그의 전작 ‘잉글리시 페이션트’처럼 보인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전쟁의 폐허를 무대로 한 로맨스, 만날 듯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어…
20040311 2004년 03월 04일 -
못 말리는 허풍, 기가 막힌 스펙터클
대니얼 월래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팀 버튼의 영화 ‘빅 피쉬’(Big Fish)는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려는 아들의 이야기다. 그는 병상에 누운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고 그것…
20040304 2004년 02월 27일 -
동족 찢은 전쟁, 감동 폭발 흥행
여기 하나의 법칙이 있다. 선조들이 겪은 끔찍한 비극은 세월이 흐르면 후대에게 하나의 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강제규 감독의 신작 ‘태극기 휘날리며’는 그 법칙을 증명하는 가장 최근의 예다.물론 상품으로 만들기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20040226 2004년 02월 20일 -
칼날 위의 유머 … 맹인 검객 방랑기
‘자토이치’는 1962년 이후 26편이나 만들어진 시리즈물의 새로운 버전이다. 시리즈 가운데 가쓰 신타로가 연기한 맹인 검객 자토이치는 가장 인기 있는 주인공이었고, 이영화의 스타일은 이후 동양권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액션 영화들에 …
20040212 2004년 02월 04일 -
성숙해진 소년 영웅 ‘모험 속으로’
P. J.호건 감독의 ‘피터 팬’을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영화가 은근히 에로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체적인 성적 묘사는 없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밀한 성적 유혹의 분위기를 풍긴다. 요즘 같은 때 이런 인…
20040205 2004년 01월 30일 -
뒤죽박죽 … 유쾌한 유럽 문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의 원제는 L’Auberge espagnole. 말 그대로 스페인의 여관이라는 뜻이지만 프랑스 속어로 ‘여러 문화가 뒤섞여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난장판’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영화의 각본·감독을 담당한…
20040115 2004년 01월 09일 -
반지 파괴 성공, 흥행 제왕 눈앞
3년 동안의 대장정을 걸어온 ‘반지의 제왕’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아직 1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이 첨가된 확장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겨울에 개봉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을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20040108 2004년 01월 02일 -
‘순수 로맨스’ 좌절과 희망 변주곡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은 잠재 관객들을 기만하는 구석이 있다. 차태현과 김선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발랄한 섹스 코미디를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사실 그렇게 행복하지도, 에로틱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제목이…
20040101 2003년 12월 26일 -
세 친구, 그리고 살인의 파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영화 ‘미스틱 리버’에는 이스트우드가 등장하지 않는다(그는 이 영화의 감독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만 믿고 갔다가 그가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스트우드는 벌써 10여편의 영화를 만든 중견 감…
20031225 2003년 12월 19일 -
해적선 쫓아 바닷길 삼만리
피터 위어 감독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Master and Commander)는 나폴레옹전쟁 당시 영국 해군 함정 함장이던 잭 오브리와 그의 친구이자 선상의사였던 스티븐 마투린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10번…
20031218 2003년 12월 12일 -
잔혹한 복수극, 금기의 한계 도전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이 그랬던 것처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이의 신경을 긁고 불쾌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화는 사회적 금기와 불편한 폭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걸 일부러 피부 밖으로 끄집…
20031211 2003년 12월 04일 -
뻔한 러브스토리, 뻔하지 않은 감동
‘…ing’는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퇴원해 힘겹게 학교생활에 적응중인 민아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친구 같은 엄마 미숙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말상대도 없는 외로운 민아에게, 어느 날부턴가 아래층에 이사 온 사진학과 대학생…
20031204 2003년 11월 27일 -
색다른 소재, 평범한 로맨스
‘영어완전정복’의 소재와 주제는 정말이지 근사하다. 생각해보라. 바다 건너온 이 낯선 언어를 정복하기 위해 우리가 벌이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소동이 얼마나 허망하고 희극적인지. 그 밀고 밀리는 전쟁 속에서 우리가 쌓아온 유구한 ‘콩…
20031127 2003년 11월 20일 -
복고적인 액션, 상상 못할 결말
‘매트릭스 3-레볼루션’의 티저 트레일러가 인터넷을 떠돌 때 많은 한국 팬들은 네오와 스미스 요원이 빗속에서 싸우는 장면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유명한 빗속 격투신과 비교했다. 하지만 그 격투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다른…
20031120 2003년 11월 13일 -
폭우, 낡은 모텔 … 계속되는 살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작품 두 편이 동시에 개봉되었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만 보고, 혹은 영화를 꽤 꼼꼼히 봤다 해도 두 작품이 같은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달콤한 멕 라이언식 로맨스인 ‘케이트 …
20031113 2003년 11월 07일 -
화집에 쓴 사랑고백 ‘연애 출발’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원래 제목(혹은 모티브를 제공한 작품)은 ‘밑줄 긋는 남자’다. 우리의 주인공이 도서관 책들에 밑줄을 긋는 남자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척 봐도 카롤린 봉그랑의 동명 소설을 번안한 작품 같다…
20031106 2003년 10월 30일 -
통독 그후 … 엄마 위한 가짜 역사 만들기
알퐁스 도데의 단편 중 ‘베를린 포위’라는 작품이 있다. 보불전쟁(프러시아의 지도 하에 통일 독일을 이룩하려는 비스마르크의 정책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나폴레옹 3세의 정책이 충돌해 일어난 프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
20031030 2003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