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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 벗어던진 빅사이즈 ‘핀업걸’
이 여인, 뜨거운 태양 아래 캘리포니아 해변을 누볐던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직도 작열하는 태양 빛은 미처 걸러지지 않은 듯, 창가의 푸르스름한 블라인드를 통해 방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벗어던진 수영복 때문에 과감하게 노출된 가…
20100216 2010년 02월 11일 -
마음속에 남은 풍경으로 초대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듯한 생각에 다시 한 번 천천히 표면을 눈으로 더듬습니다. 그러다 보면 날리는 눈발 너머로 보이는 가느다란 수직선들이 전봇대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전봇대가 서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나무들과 한 채의 집이…
20100209 2010년 02월 04일 -
몸집 불리던 뉴욕의 어느 겨울날
19세기 사진의 주 대상은 자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1864~1946)는 이전의 사진가들과 달리 카메라의 초점을 도시에 맞췄습니다. 20세기는 급속한 산업화…
20100202 2010년 01월 27일 -
시궁창에서 ‘강철 꽃’ 피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꼭 가봐야 할 31곳 가운데 서울이 3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1위 스리랑카의 자랑거리로는 오랜 내전에도 아름답게 지켜낸 자연이 꼽혔습니다. 스리랑카는 섬 전체가 열대 동물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야…
20100126 2010년 01월 21일 -
빛으로 포착한 변화무쌍한 날씨
“요세미티!”(곰이다!) 1850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던 사람들이 몰려든 이 웅장한 계곡에 ‘요세미티’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북미 흑곰(이하 곰) 때문이었습니다. ‘요세미티’는 1만 년 전부터 그곳에 거…
20100119 2010년 01월 14일 -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재현에 몰입
말풍선에 검은 테두리와 점들, 마치 만화를 그대로 확대해놓은 것 같은 느낌. 아들의 생일 선물로 미키 마우스를 그려주다 작품 구상에 힌트를 얻었다는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97)의 작품을 볼 때 관객들이 받는 최초의 인상입니다.…
20100112 2010년 01월 06일 -
영혼의 무게와 존엄성에 천착
제가 현대미술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현대미술은 너무 어렵다’는 오해를 조금이라도 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인상주의나 후기인상주의에 머물러 있는 관심을 확장하고도 싶었고요.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작품도, 그 작품 …
20100105 2009년 12월 30일 -
생사의 경계에서 만난 절대 美學
금빛으로 반짝이는 발. 미술관이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발을 통과하며 가느다란 줄들이 몸에 부딪힐 때 내는 사르륵 소리를 즐길 수 있으련만, 관객들은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 이 작품만큼은 관객들의 돌진을 …
20091229 2009년 12월 23일 -
物神을 섬기는 시대의 자화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거리가 번쩍번쩍합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자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마련해 꼬마전구를 감고, 반짝이는 장식을 달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종교의식에 쓰는 제구가 광택 나는 귀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은 신…
20091222 2009년 12월 18일 -
짧은 문자 조각이 남긴 긴 여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뉴욕의 미술품 컬렉터의 집을 찾았을 때입니다. 이 컬렉터 부부는 몇십 년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소장해온 것은 물론, 큐레이터까지 고용해 개인 소장품으로 전시회를 열고 그 수익으로 버…
20091215 2009년 12월 10일 -
하찮은 재료, 멈춰선 시간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작품은 어디에?”라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천장 구석에 아슬아슬하게 쳐진 거미줄, 파란색 볼펜으로 낙서해놓은 종이 냅킨, 실크로 만든 인조 꽃, 일부러 표면에 금을 낸 거울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
20091208 2009년 12월 03일 -
다양한 시선으로 본 미국의 역사
18~19세기 복장을 하고 곤봉을 든 유럽인들과 무릎을 꿇고 있는 인디언. 조악하게 만들어진 이 밀랍인형은 현재 문을 닫은 플리머스 국립밀랍인형박물관에 전시됐던 것들입니다. 작가 샘 듀랜트(Sam Durant·48)가 인형들과 이를…
20091201 2009년 11월 30일 -
쓰레기더미 위스키 병뚜껑의 외출
10년 전 그 누가 알았을까요? 나이지리아 시골 동네 쓰레기더미에서 주워 담은 넝마 부대 속 알루미늄 병마개가 영국의 웨일스를 거쳐 미국의 애리조나까지 여행하게 될 줄을 말입니다. 또 그 병마개들을 모으던 사람이 세계 유수의 미술관…
20091124 2009년 11월 18일 -
기계 생명체는 어디에 살까요?
단세포 생물이 지구상에 태어난 것이 3만~4만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가 최우람(39)이 만든 ‘기계’가 ‘기계 생명체’로 진화한 속도는 가히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으로 활동무대를 넓힌 작가는 자신이 만든 기계 생…
20091117 2009년 11월 13일 -
인간의 광기는 기록으로 남는다
여류작가 레이첼 화이트리드(46)는 주변의 익숙한 사물을 석고나 고무, 합성수지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데 탁월합니다. 그는 대학시절 자신의 귀에 석고를 발라 떠낸 ‘귀’라는 작품을 제작했는데요. 이렇게 시작된 화이트리드의 작품은 책상…
20091110 2009년 11월 04일 -
손바닥만 한 초상화, 유혹의 색채
엘리자베스 페이튼(44).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Vogue)’가 가장 사랑하는 여성 예술가이자 각종 화보에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걸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1993년 그의 첫 전시가 열린 곳은 영국 첼시의 한…
20091103 2009년 10월 28일 -
처절한 해전, 침묵의 아우성
지난 5월 독일 뮌헨에 문 연 브란트호어스트 미술관은 외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700여 점이나 소장, 세계인의 미술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주에 했었죠? 미술관 아래, 위층을 꽉 채…
20091027 2009년 10월 21일 -
‘옥토버페스트’만큼의 강렬한 역동성
“뮌헨까지 왔으니 이번엔 비즌에 꼭 가야지!” 20년 만에 만난 친구가 제 안부를 묻고 난 직후 한 말입니다. ‘비즌’이 독일어로 잔디밭을 뜻하는 ‘비제’와 비슷해 “무슨 잔디밭이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테레지엔비제(테레지엔 잔…
20091020 2009년 10월 16일 -
우주와 대화, 천장에 구멍 하나
영국의 가장 북부에 자리한 주(州)인 노섬벌랜드는 지역의 절반이 산과 황무지입니다. 영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척박한 지역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이 지역이 많은 여행객과 예술가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인공댐과 영국삼…
20091013 2009년 10월 07일 -
익숙한 사물이 하는 말 들어봐!
뉴욕 맨해튼에 사는 사람들은 조각난 하늘을 보는 데 익숙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수많은 마천루 때문이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등 유명한 초고층 빌딩을 보느라 고개를 젖혔다가 뻐근해진 목덜미를 만지는 관광객을…
20090929 2009년 0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