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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 고독에 관한 가설
도시적 고독에 관한 가설고양이 한 마리도로 위에 낙엽처럼 누워 있다몸통이 네모나고 다리가 둥글게 말린코끼리 같은 버스가죽은 고양이 앞에 애도하듯 멈춰 있다누군가 말한다스키드 마크는 바퀴도 번민한다는 뜻이지누군가 답한다종점에서 바퀴는…
20110919 2011년 09월 19일 -
내게도 풋사랑 K가 있었다
Absolute K (1966.2.16~2008.6.9) 마침내 우리는 편지에서 뛰쳐나와맨몸의 영혼으로 만났습니다하마터면 따라 웃을 뻔했어요 하지만미소 뒤에 병풍 뒤에 첫사랑의 주검을 두고고깃국을 먹는 건 어쩐지 으스스한 일뜨거운 …
20110905 2011년 09월 05일 -
카프카 독서실
카프카 독서실벽이다.엎드려 잘 때마다 이곳은바닥이 아니라 무른 껍질이라 생각했다.배에 힘을 주면 지그시 열릴 것 같은그 껍질을 깨고아직, 완성되지 않은 몸을 마음껏비벼 대고 싶었다.그러기 위해선 주장해야 했다.쿵, 말문이 열리면 긴…
20110816 2011년 08월 16일 -
중얼거리는 나무
중얼거리는 나무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불렀어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는 시였어우리는 모두 노래들인지도 몰라노래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멈추지만 않는다면나무는 가수였지나무는 가수였지만 노래를…
20110801 2011년 08월 01일 -
유희경의 ‘珉’
유희경의 ‘珉’옆에 선 여자아이에게 몰래, 아는 이름을 붙인다 깐깐해 보이는 스타킹을 신은 아이의 얼굴을 나는 보지 못하였다 긴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끝이 하얗고 가지런하다 버스가 기울 때마다 비스듬히 어깨에 닿곤 하는 기척을 이처…
20110718 2011년 07월 18일 -
보고 싶은 친구에게
보고 싶은 친구에게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20110613 2011년 06월 13일 -
양치기 소년처럼 글쓰기 중독
청춘마감은 없습니다.종종 쫓기는 기분으로 시를 씁니다.쫓아오는 자는 내 발에 걸려넘어지거나 자주 부어서 울었지요.그게 내 눈망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죽은 눈을 빼서 그에게 보여주면건너편 창문에서 냉큼 물어가곤 합니다.전에는 …
20110530 2011년 05월 30일 -
달콤한 외할머니네
외가솜사탕 기계에서 설탕 실이 풀어져 나무 막대에 모이듯손주, 증손주들이 외할머니 집 툇마루에 모인다.‘달리아’와 ‘백일홍’과 ‘맨드라미’가 성한 계절.‘토실’, ‘토돌’이란 이름의 붉은 눈 흰토끼들이 함께한 가족 캠프에가겟집에서 …
20110516 2011년 05월 16일 -
허연의 ‘박수 소리’
박수소리 귀가 웅웅거리니까 세상은 똑같은 소리만 낸다. 에밀레종이다. 어쨌든 그게 수술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난 그래도 중환자 넘쳐 나는 백 년 된 이 병원에선 귀여운 환자다. 구원을 기다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술은 너무하다. …
20110418 2011년 04월 18일 -
김행숙의 ‘착한 개’
착한 개 한 마리처럼 나는 네 개의 발을 가진다흰 돌 다음에 언제나 검은 돌을 놓는 사람검은 돌 다음에 흰 돌을 놓는 사람그들의 고독한 손가락나는 네 개의 발을 모두 들고 싶다, 헬리콥터처럼공중에그들이 눈빛 없이 서로에게 목례하고서…
20110404 2011년 04월 04일 -
이현승의 ‘경험주의자와 함께’
그래요 전 경험주의자예요/ 경험이 나쁜 것이 아니라 경험을 맹신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당신은 내게 말했죠/ 그리고 당신은 가령 찰스 부코스키, 김수영 혹은 하나무라 만게츠 같은 경우, 삶이 곧 작품이라고 했죠/ 시인 황지우는 자…
20110321 2011년 03월 21일 -
이제니의 ‘창문 사람’
“시가 밥 먹여주냐!” ‘시’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런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상관없이 시는 한 번쯤 품을 만한 것이다. 시가 일상의 틈새를 뚫고 가슴에 박히는, 귀하디귀한 순간으로 평생을 지탱할는지 모른다. 시인 …
20110228 2011년 0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