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탄핵 정국의 중심 무대는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로 옮겨질 전망이다.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동아DB, 지호영 기자]
“병력 국회 투입, 질서 유지 위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야당이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이같이 말했다. 이번 대국민담화로 이틀 후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마저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8명만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서 이미 7명의 여당 의원(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김재섭·진종오·한지아)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은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향후 법정 공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주된 원인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을 꼽았다. 거대 야당이 고위 공직자 다수를 탄핵해 직무 정지 상태에 빠뜨려 ‘경고성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 전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탄핵을 추진했고, 12월 5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안이 통과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민주당)이 곧 사법부에도 탄핵의 칼을 들이밀 것이 분명했다”며 “비상계엄령 발동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목적은 국민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면서 “소규모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에 대비해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 그 넓디넓은 국회 공간을 상당 기간 장악할 수는 없다”며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담화를 기점으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결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 대표는 담화 발표 직후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제명과 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한 상태다. 제명 및 출당을 통해 탄핵을 앞둔 대통령과 여당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오세훈 서울시장), “육참골단(肉斬骨斷) 심정으로 탄핵 절차를 밟자”(김태흠 충남도지사) 등 당내 중진들도 탄핵에 힘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친윤석열(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만큼 향후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
박근혜는 91일, 노무현은 63일
이탈표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탄핵 정국의 중심 무대는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로 이동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 역시 이를 직감한 듯 비상계엄 수사 및 탄핵심판에 대비해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검사 출신인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윤 대통령과 친분 있는 법조인이 중심이 돼 변호인단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A 변호사 역시 변호인단에 합류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이후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탄핵심판에 들어간다. ‘국가원수의 공백’이라는 불안정한 상황을 최소화하고자 헌재가 집중 심리를 통해 빠르게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적잖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만에 심리를 마쳤다.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아무리 늦어도 내년 6월 중순까지는 윤 대통령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때 헌법재판관 6명 이상 동의로 탄핵안이 인용되면 60일 안에 차기 대선이 치러진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 폭동이 있었는지 등을 부인했는데, 이는 향후 탄핵 및 내란죄 성립에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헌재가 6인 체제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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