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3

2022.11.04

내년 집값 하락 한목소리, 하락폭은 온도차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부동산 전문가, 민간·국책연구소 집값 전망… 학계에선 최대 40% 폭락 주장도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2-11-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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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뉴시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뉴시스]

    “내년 집값이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11월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2023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절대적인 주택 가격 수준이 높은 데다, 고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격에 하방 압력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뿐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나 관련 전문기관들도 일제히 최근 나타나고 있는 집값 하락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집값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경기침체 우려 등이 팽배한 상태라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얼마나 떨어질지, 하락 기간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상당하다. 올해보다 내년 집값 하락폭이 크지겠지만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라는 주장과 두 자릿수 이상 큰 폭 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한 자릿수 또는 두 자릿수 하락장 주장 맞서

    우선 내년 집값이 최근 나타나는 하락세를 이어가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국책연구소와 건설 전문 민간연구소가 중심에 있다. 부동산 상승기나 하락기에 자칫 집값 상승 또는 하락폭을 크게 잡았다 집값 상승이나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전망 결과를 내놓는 곳들이다.



    대형 건설업체 모임인 대한건설협회의 산하기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1월 2일 세미나에서 올해 집값이 연말까지 1.8% 떨어지고, 내년에는 폭을 키워 2.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2.0%)보다 비수도권(-3.0%) 지역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더 어려워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주택건설회사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도 10월 21일 개최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 설명회’를 통해 “금리인상 및 대출 규제 여파로 집값이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물가와 환율 변동성에 따라 내년 초까지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택시장 수요 관망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지역별로 저점을 확인하는 시기는 내년 2분기부터 연말까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중소·중견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 연구기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매달 발행하는 ‘주택시장동향’ 최신호에서 “올해 8월부터 주택시장이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2~3년간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폭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주안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흐름을 선도하는 서울의 경우 2023년 5월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끝나고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직접적으로 집값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최근 이창용 총재가 이례적으로 집값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최근 발표한 보고서 등을 통해 내년 집값 관련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총재는 10월 12일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조치와 관련해 출입기자들에게 배경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며 “이로 인해 올해 들어 8월까지 3~4% 떨어진 집값은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때 언급한 가격은 실거래가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기준으로 삼은 한국부동산원의 수치보다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내년 집값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물가가 5% 이상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면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에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11월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CPI는 1년 전보다 5.7% 상승했고, 전달보다 0.3% 올랐다. 석 달 만에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 이에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같은 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어 “CPI는 내년 1분기까지 5%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에도 금리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국은행이 8월에 펴낸 보고서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는 기준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오르면 2년 뒤 집값(전국 기준)이 최대 2.8%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내년부터 본격화되고 집값 하락폭이 6~7%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의 7월 보고서 ‘주택가격에 대한 금리의 시간가변적인 영향 연구’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상승기에 집값 하락 반응은 12~15개월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이 증가해 주택 수요와 거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두 자릿수 이상 큰 폭 하락 전망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분기마다 발행하는 보고서 ‘부동산시장 동향’ 최신호에서 금리상승에 따른 집값 하락 압력이 내년 상반기(1~6월) 본격화할 것이라며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KDI는 또 현재 주택시장은 매도자와 매입자 모두 높은 불확실성으로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집값 하락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국책연구소나 민간연구소는 대부분 최근 나타나는 집값 하락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면서도 하락폭은 폭락 수준이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교수 등 학계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두 자릿수 이상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다. 그는 지난해 관련 전문가가 대부분 올해 집값이 지난해만큼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낼 때 집값 하락론을 제기해 주목받았다. 그는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금리상승 여파로 집값이 2018년 중반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30~40% 떨어지는 수준이 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국 집값이 지난해 3분기(7~9월)와 4분기(10~12월)에 다 꺾였다”면서 “사람들이 이를 늦게 인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최근 출연한 케이블TV SBS Biz에서 “주택구입부담지수라든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라든지 여러 지표를 종합하고 주택 가격 대비 수익률 등을 분석했을 때 집값이 최소 3~4년은 떨어질 것”이라며 “하락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최대 4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의 영역으로 일컬어지는 경기 전망에 대해 누구 얘기가 맞을 것인지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들이 대부분 지난 연말 올해 집값이 최소 2.0%에서 최대 7.5%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쏟아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다만 이들의 얘기 속에서 그 나름 판단 기준을 세우고 부동산 투자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내년 이맘때면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이 웃게 될까.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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