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부담금 합리화, 재건축 활성화 기폭제 될까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국토부, 면제 기준 상향 조정 등으로 부담금 대폭 삭감 추진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2-09-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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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뉴시스]

    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뉴시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9월 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이하 ‘9·29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재건축부담금을 대폭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담금 면제 기준 금액을 현행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다. 또 초과이익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개시 시점 주택 가격 산정 기준을 재건축추진위원회 승인 시점에서 조합 설립 인가 시점으로 늦췄다. 1주택자라면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곳이 생기고, 부담금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한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활성화에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그동안 침체됐던 서울과 대도시의 민간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대책이 실행되려면 관련 법(‘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하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이 필요하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면 9·29 대책은 과연 재건축시장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하면서 추진돼온 사업이다. 도심 내 주거 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

    재건축부담금은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던 2006년 5월 주택 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목적으로 재건축이익환수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하지만 이후 2번의 특례규정으로 납부가 유예되면서 실제 이 제도가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6년 법 시행 후 2010~2012년 5곳에 부과돼 25억 원을 거둔 이후 현재까지 1곳도 없다. 최근 5곳이 부과대상이 됐지만 부담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관할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부과 절차를 중지한 상태다.

    재건축초과이익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이 정상적인 주택 가격 상승분을 초과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과도한 이익의 일부를 국가가 회수한 뒤 주택도시기금으로 주거 복지나 국토 균형발전 관련 사업 등에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 측 계획이다.



    재건축초과이익은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이익 규모에 따라 부담금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재건축초과이익은 {종료 시점 주택가액-(개시 시점 주택가액+정상주택 가격 상승분 총액+개발비용}이라는 계산식으로 정해진다. 이렇게 얻어진 초과이익에 금액대별로 차등화된 비율(이하 ‘부과율’)을 곱하면 재건축부담금이 결정된다.

    정부는 9·29 대책에서 산정 방식에 많은 변화를 줬다. 우선 개시 시점 주택가액의 산정 기준이 바뀐다. 현재는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승인받는 시점을 개시 시점으로 본다. 앞으로는 조합 설립 인가 시점이 개시 시점이다. 전체 사업 일정으로 보면 한 단계 늦춰지는 셈이다. 그만큼 종료 시점과 개시 시점 간격이 줄면서 초과이익 규모는 작아진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재건축 사업의 권리와 의무를 맡는 실질적인 사업 주체가 조합이고, 부담금을 내는 주체도 추진위원회가 아닌 조합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초과이익을 계산할 때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물량으로 정부에 매각한 금액은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등을 제공하면 용적률 상향 혜택 등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으로 사용되는 물량의 매각대금이 초과이익에 반영돼 부담금 증가의 원인이 됐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도심 재건축 아파트에서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물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건축부담금 산정 방식도 바뀐다. 우선 초과이익이 일정 규모 이하일 때 부담금을 면제하는 기준 금액이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오른다. 부과율(10~50%) 적용 구간도 2000만 원 단위에서 7000만 원으로 크게 상향된다. 이에 따라 부과율이 현재는 △3000만 원 이하 면제 △3000만 원 초과~5000만 원 이하 10% △5000만 원 초과~7000만 원 이하 20% △7000만 원 초과~9000만 원 이하 30% △9000만 원 초과~1억1000만 원 이하 40% △1억1000만 원 초과 50%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1억 원 이하 면제 △1억 원 초과~1억7000만 원 이하 10% △1억7000만 원 초과~2억4000만 원 이하 20% △2억4000만 원 초과~3억1000만 원 이하 30% △3억1000만 원 초과~3억8000만 원 이하 40% △3억8000만 원 초과 50%로 바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부담금 부과 기준 현실화”라고 이름 붙인 뒤 “(부담금 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집값이 최근(2022년 7월)까지 3~4배 정도 오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세제와의 형평성도 고려됐다. 최고 부과세율 적용 구간이 양도소득세(최고세율 45%)는 3.5% 정도이고, 상속세도 최고세율(50%) 구간이 6% 남짓인 데 반해 재건축부담금(50%)은 과세 대상의 52%나 된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조정한 결과 최고 부과율 대상이 9.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주택자,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감면

    국토교통부가 9월 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담금 면제 기준 금액을 현행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다. [GETTYIMAGES]

    국토교통부가 9월 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담금 면제 기준 금액을 현행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다. [GETTYIMAGES]

    1주택 장기 주택 보유자에 대한 추가 감면은 이번에 신설됐다. 준공 시점부터 역산해 보유 기간이 6년 이상인 경우 10%, 10년을 넘어가면 최대 50%를 감면해주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금은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고, 정책 취지와 달리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는 헌법재판소(헌재)의 2019년 선고(2014헌바381 전원재판부 결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재건축 사업 대상 주택 소유자가 ‘1가구 1주택자’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그 소유자에게 투기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재건축 사업으로 얻는 이익도 ‘비정상적인 이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1가구 1주택자’나 ‘실거주 목적으로 장기간 주택 등을 보유한 자’에 대한 입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1주택자이면서 만 60세 이상 고령자라면 부담금 납부 시기를 상속·증여·양도 등 해당 주택을 처분하는 시점으로 늦춰주는 방안도 추가 도입됐다. 퇴직 등으로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과 종합부동산세 사례를 염두에 둔 조치다.

    국토부는 이러한 조치들을 7월까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84개 단지에 시범 적용한 결과 지방을 중심으로 감면 효과가 크고, 실수요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선 초과이익 산정 방식 개정(개시 시점 조정)과 부과 기준 개정(재건축부담금 산정 방식 현실화)에 따라 준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이 84곳에서 46곳으로 줄어든다. 서울은 28곳에서 24곳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경기와 인천은 24곳에서 12곳으로 절반이 감소하고, 지방은 32곳에서 11곳으로 70% 가까이 쪼그라든다. 특히 지방의 경우 세대당 평균 부담금이 2500만 원에서 40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또 전체 대상에서 1000만 원 이하 소액 단지가 30곳에서 62곳으로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반면 1억 원 이상 고액 부과 단지는 19곳에서 5곳으로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장기 보유에 따른 감면 조치가 더해지면 실제 부담금 규모는 더욱 작아진다.

    실제로 기존 방식대로 산정한 부담금이 1억 원인 아파트라면 부과 기준 개정으로 7000만 원이 감면돼 3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개시 시점 조정을 반영하면 추가로 1000만 원이 감액된다. 여기에 10년 이상 장기 보유 1주택자 기준을 적용받는다면 최종 부담금은 1000만 원으로 낮아진다. 결국 90%가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부담금이 클수록 감면 효과는 작아진다. 기존 방식대로 산정한 부담금이 4억 원인 아파트는 개정된 방식대로 적용하더라도 3억1500만 원으로 21%밖에 줄지 않는다. 10년 이상 장기 보유까지 적용해도 1억5800만 원을 내야 해 감면 폭은 61%에 불과하다.

    재건축 활성화 전문가 평가는 엇갈려

    전문가들은 긍정과 부정 평가로 엇갈린다. 긍정 반응은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시장에 숨통이 트인 만큼 일정 수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그동안 재건축부담금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이슈는 대체로 담긴 것 같다”며 “여야 합의로 이르게 시행된다면 재건축 추진 속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조합원들은 유예 혹은 폐지를 희망하고 있어 기대 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회 통과 여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최근 부동산시장은 금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로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재건축시장 활성화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건축부담금 산정을 위해 적용되는 부과율(최대 50%)도 문제가 될 개연성이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0% 부과율은 양도세 최고세율(45%)과 도시개발사업 개발부담금 최고 부과율(25%)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 “실제 실현이익이 아닌 평가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재건축부담금 부과율을 50%까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부담금 부과율을 10~50% 누진 방식으로 적용하는 점도 앞으로 논란거리가 될 우려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이슈와 논점-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도의 쟁점과 논의과제’)에서 “헌재가 재건축부담금을 조세가 아닌 부담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세금처럼 누진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건축부담금 부과체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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