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6

2021.11.26

“종전 선언은 대화 마중물” vs “다음 정부에 맡겨라”

화정평화재단·서울대 IIA ‘문재인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 세미나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21-11-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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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7일 화정평화재단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IIA)가 공동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 긴급 진단 세미나.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11월 17일 화정평화재단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IIA)가 공동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 긴급 진단 세미나.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종전 선언을 마중물 삼아 대화를 증진·촉진하는 것이 훨씬 현실성 있는 접근이다.”

    “종전 선언이 가져올 효과, 즉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가져올 것인지 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정한 뒤 논의해야 한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IIA)가 11월 17일 ‘문재인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종전 선언의 필요성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시기·순서·조건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사회: 박철희 IIA 소장 “종전 선언은 한반도에 미칠 임팩트(impact)가 매우 강하다. 비핵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안보 동맹 등 삼각함수 균형이 중요하다. 종전 선언이 비핵화 입구인지, 아니면 출구인지 논란이다.”

    “종전 선언, 비핵화 입구인가, 출구인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종전 선언은 전쟁을 끝내겠다는 관련 당사자들의 공동 의지를 널리 알리는 정치적 선언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현상유지론자는 불안할 것이고, 현상타파론자는 기회로 여길 것이다. 종전 선언은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 비핵화 협상의 촉진제, 신뢰의 촉매제다. 종전 선언에 반대하는 논리는 △대통령 임기 말이고 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과 맞지 않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주한미군 철수,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해체 등으로 한미동맹을 와해할 수 있다 등이다.



    하지만 북한이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종전 선언 후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에는 명분상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고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더욱더 마중물이 필요하다. 북한이 종전 선언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이중 잣대와 적대시정책 철폐’ 등을 제시했다. 다만 북한이 성의 표시만 약간 하면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유엔사 해체 등은 북한이 의제를 선점하기 위해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미국의 공식적 주장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는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의 일부로 여겼으나 한국 정부는 종전 선언 이슈를 따로 떼어내, 양국 간 약간의 태도 차이가 있다. 종전 선언에 대한 미국 측 태도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의 최근 발언에 잘 나타난다. 설리번 보좌관은 10월 2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 선언의 시기·순서·조건에 관해 한국과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내 법률자문팀이 종전 선언 문구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정치적 선언이라 해도 법적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는 의미다. 종전 선언에 대한 북한 측 태도는 애매하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종전 선언을 두고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했지만 거의 같은 시점에 이태성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적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수백 번 선언해도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도 “북남 사이 불신과 대결의 요인을 그대로 두고 종전 선언을 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과 여건만 맞으면 내일 모레 한국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더라도 당장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의기투합해 종전 선언을 추진하려 할 때와는 다르다.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뒤 북한은 중단거리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까지 했다. 2016년이나 2017년 도발 때에 버금가는 엄중한 상황이다.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한미동맹을 구성하는 요소가 약화될 소지도 있다.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연합사, 미국의 확장 억제 등이 종전 선언과 맞지 않는다는 주변국의 주장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종전 선언을 한다면 맨 마지막에 조항 하나를 꼭 넣으려 할 것 같다. ‘한미동맹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종전 선언을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디스클레이머’(disclaimer: 권리 포기 각서)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는 아무런 후속 용도가 없는 종전 선언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종전 선언 가치 재조정해야”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2007년 정전협정 논의부터 실질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적보다 정치적 의미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정전협정을 비핵화로 끌고 가려는 의지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당시에는 종전 선언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함께 간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핵화보다 종전 선언을 앞에 놓기 시작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말을 바꿨을 때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상을 타개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렇게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핵화 진전이 있을 때 종전 선언을 논의, 추진하는 것이라면 지지한다. 다만 북한의 연이은 도발 상황에서 종전 선언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자칫 종전 선언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나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종전 선언에 대해 논의하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 상황에 맞는 방법인가.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대외적으로 장기전을 선언하며 전략무기 개발 의사를 밝혔다. 2019년 4월부터 신형 미사일을 발사했고, 올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는 사실상 핵무기 고도화도 선언했다. ‘전략·전술무기를 불가역적으로 완성하겠다’고 핵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올해 3월부터는 북한 측에서 ‘이중 기준’ ‘이중 잣대’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 의도는 비핵화 안건을 사실상 협상 테이블에서 빼내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2018년 종전 선언이 가졌던 가치를 재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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