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6

..

‘K-pop 명곡 100’ 1위, 왜 BTS 아닌 보아일까

[미묘의 케이팝 내비] 향후 더 나은 목록 위한 출발점 되길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09-23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K-pop 명곡 100’에 서태지와 아이들, 보아, 소녀시대, 방탄소년단 등의 노래가 선정됐다. [GETTYIMAGES]

    ‘K-pop 명곡 100’에 서태지와 아이들, 보아, 소녀시대, 방탄소년단 등의 노래가 선정됐다. [GETTYIMAGES]

    최근 뮤직플랫폼 멜론은 ‘K-pop 명곡 100’을 선정해 발표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방탄소년단(BTS)은 물론, 다양한 아티스트의 곡이 이름을 올렸다. 선정위원은 음악 전문가 35인으로 꾸려졌으며, 영광스럽게 필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목록은 으레 그렇듯 다양한 의문과 비판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소개된 이른바 ‘명곡 리스트’보다 케이팝 아이돌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 음악의 현재를 바라본 점, 해외 리스트들과 달리 1990년대 이후 국내 맥락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에 더해 몇 가지 논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아티스트 선정 문제다. 보는 이에 따라 특정 아티스트의 곡이 너무 저평가됐다고도, 반대로 너무 고평가됐다고도 느껴지는 듯하다.

    개중에는 마약이나 성폭력 등 중대 범죄와 연루된 이들도 있다. 예전이라면 이런 가수들의 곡이 더 높은 순위에 등장해도 놀랍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티스트 개인과 작품은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든가, 특정인을 역사에서 도려내듯 ‘배제’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최근 세계적으로 아티스트의 비위, 특히 성범죄는 이와 같은 목록이나 시상식은 물론 음원 서비스에서도 배제 사유가 되기도 하고, 관련 논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K-pop 명곡 100’은 특정 입장을 원칙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음악계 기류가 투표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는 할 만하다.

    여성 아티스트 족적 가시적으로 다뤄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아티스트의 존재감이다. 여성 아티스트의 노래는 51곡으로(단, 혼성 아티스트 1곡), 특히 상위권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분포를 보였다. 1위 보아의 ‘No.1’을 비롯해 소녀시대, (여자)아이들, 이달의 소녀, 투애니원 등의 곡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간 여성 아이돌은 흥행성에서 고평가될지언정 그 의의는 다소 저평가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이돌 세대 구분은 통념적으로 보이그룹에 기준점을 둘 때가 많다. 따라서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역할도 이들의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자칫 파편화된 평가로 남을 수 있던 여성 아티스트들의 족적이 지형도 위에서 좀 더 가시적으로 다뤄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선정위원의 구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평가 중심으로 위원이 꾸려질 때 자주 지적되는 문제점 중 하나는 고연령 남성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평론가 취향’ 중에서도 가장 고리타분한 방향으로 편중이 생기고 변화하는 시대의 의제를 따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K-pop 명곡 100’ 선정위원 중 여성은 약 3분의 1로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활동 5년 이내인 신진 비평가도 일부 참여함으로써 성비의 한계에 매몰되지만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케이팝’ 범주가 모호하다던가, 특정 기획사가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등 다양한 비판이 있었다. 모두 의미 있는 지적이고, 또한 앞에서 거론한 사항들과 함께 지금 케이팝에 대한 첨예한 논점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만큼 케이팝 지형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담론의 빈틈 또한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 현장인 셈이다. 이와 같은 ‘명곡 n선’류의 목록은 시상 등을 위한 순위나 성적표는 아니다. 차라리 해당 분야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일종의 선곡표로서, 그리고 향후 더 나은 목록이 작성되는 출발점으로서 가치가 더 클지도 모른다. 이 목록이 제기했거나 응답하지 못한 문제들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K-pop 명곡 100’을 계기로 일어나길 기대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