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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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진수] ‘이것’ 만들려고 도축장에서 버리는 짐승 피 구한 카이스트 출신 여성 과학자들

‘유기농 생리대’라고 팔면서 커버만 순면인 경우가 대부분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5-03-12 11: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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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3주에 한 번씩 시장을 놀라게 한 국산 브랜드와 이를 일군 사람을 만나보는 팟캐스트 코너 ‘브랜드의 진수’입니다.



    2월 12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이너시아 사무실에서 김효이 대표를 만났다. [이상윤]

    2월 12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이너시아 사무실에서 김효이 대표를 만났다. [이상윤]

    마트, 백화점, 드럭스토어에는 이미 수많은 생리대 브랜드와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매달 반복되는 생리통이나 생리 막바지에 나는 특유의 불쾌한 냄새는 여전히 고민거리인데요. ‘유기농 순면 생리대는 다를까?’ 하고 집어 들었다가도 막상 사용해 보면 이전에 쓰던 것과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드가 얇아서 편하면 흡수력이 약하고, 흡수력이 좋은 제품은 패드가 두꺼워서 답답하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인데 고객이 관심 있겠어?”

    주변의 만류에도 생리대 시장에 뛰어든 브랜드가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여성 과학자 세 명이 1000만원으로 창업해 2021년에 설립한 여성 헬스케어 브랜드 ‘이너시아’입니다. 이너시아는 설립 3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이너시아 지하철 옥외 광고에 고객들이 직접 손 글씨로 남긴 후기. 생리 기간의 고민을 해결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너시아]

    지난해 이너시아 지하철 옥외 광고에 고객들이 직접 손 글씨로 남긴 후기. 생리 기간의 고민을 해결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너시아]

    학창 시절 생리통이 심해 응급실에서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통증이 멈추지 않을 정도였다는 이너시아의 김효이(27) 대표. 실제 고민을 담아서 생리대를 직접 연구 개발했는데요. 피가 샐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 기분 나쁜 냄새, 불편한 착용감 등 생리 중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기존의 생리대 연구는 주로 식염수나 물을 가지고 이뤄지다 보니 정확한 흡수력을 측정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너시아의 연구진은 생리대를 개발할 때 도축장에서 버리는 짐승의 피를 예약해 두고 받아와서 실험했습니다. 

    개발과 연구를 할 때 위탁 시험기관에 장비를 빌려야 해서 한번 실험하는 데 500만원씩 들었는데요. 당시 모두 대학원생이어서 초기 투자를 받기 전까지는 십시일반 모아서 실험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지금의 이너시아 생리대입니다.

    “유기농 생리대라고 광고해도 커버만 순면이고, 날개나 흡수체에는 순면을 안 쓰는 경우가 있어요.”

    김 대표는 “생리대 포장 상자 뒷면을 보면 순면 부직포, 흡수체(라보셀) 등 성분이 어렵지 않게 적혀 있다”라면서 자사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구매 전에 성분을 꼭 확인해 보기를 권했습니다. 이너시아의 생리대는 커버, 날개, 흡수체 모두 유기농 순면을 사용합니다.

    이너시아가 생리대 흡수체로 쓴 라보셀은 병원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지혈 소재에서 착안한 것으로, 라보셀의 원료인 셀룰로스는 반창고 등 혈액 흡수가 필요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바이오 소재입니다.

    기존에 ‘순면’ 생리대만 써왔던 기자가 실제로 사용을 해봤는데요. 맨눈으로는 타사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착용감이 매우 부드러웠고, 얇고 말랑말랑해서 어떻게 착용해도 불편함이 적었습니다.

    이너시아 생리대 대형 패드를 실제 펼쳤을 때의 모습. [이너시아]

    이너시아 생리대 대형 패드를 실제 펼쳤을 때의 모습. [이너시아]

    이너시아의 생리대는 기존 생리대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르길래 3050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요? 김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유튜브 <투벤저스 주간동아>와 팟빵, 스포티파이 <브랜드의 진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구성·진행 이진수 기자 / 촬영 이상윤 홍태식 / 편집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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