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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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성공, 알고 보면 목숨 건 모험과 고생으로 일군 성취

‘신드바드의 모험’ 속 상인 신드바드가 부자 된 ‘과정’을 직시해야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5-12-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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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안나이트 속 ‘신드바드의 모험’ 편에서 상인 신드바드는 짐꾼 신드바드에게 자신이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들려준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아라비안나이트 속 ‘신드바드의 모험’ 편에서 상인 신드바드는 짐꾼 신드바드에게 자신이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들려준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중동 지역 주요 도시인 이라크 바그다드에는 사람들의 짐을 날라주면서 하루하루 먹고사는 신드바드라는 짐꾼이 있었다. 어느 날 신드바드가 부유한 상인의 집 앞을 지나게 됐는데, 그 집에서는 악기 소리와 새소리가 들리고 산해진미의 향기가 나며 수많은 하인이 일하고 있었다. 신드바드는 하늘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 “어떤 자는 피로에 지치고 어떤 자는 편안히 살며, 끊임없이 일해도 고생과 가난에 시달리는 자가 있는가 하면 풍족하고 편안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 세상이다.”

    7번 모험 끝에 큰 부 이룬 상인 신드바드

    그러곤 이런 시를 읊었다. “밤을 낮 삼아 일하건만 나의 몫은 그 얼마더냐. 서늘한 그늘에서 잠자는 것뿐, 날이면 날마다 고생하고 슬픔으로 지새우는 기구한 신세. 다른 많은 사람은 복을 받아 가난한 생활을 면했구나. 운명의 신은 그네들에게 나와 같이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으니 모두 즐거운 위로를 받고 기쁨의 나날을 구가하면서 마음대로 먹고 실컷 마시며 명예를 누리고 영화에 파묻혀 살아가는구나. 나 역시 근본은 고귀하거늘 그들과 비교하니 한심해라.”

    신드바드의 시를 듣고 집 안에서 하인이 나와 “주인이 만나보고 싶어 한다”며 그를 초대한다. 운명의 장난일까. 집주인 이름도 신드바드였다. 집주인 신드바드는 “나도 신물 나도록 비참한 꼴을 겪은 끝에 간신히 이런 신분이 됐다오. 고생이란 고생은 안 해본 것이 없소”라며 자기가 어떻게 이런 좋은 집을 가진 부자가 됐는지 말해주겠다고 한다.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의 시작이다.

    1000일 동안 ‘아라비안나이트’를 낭독한 셰에라자드는 536일부터 566일까지 31일에 걸쳐 신드바드가 경험한 7번의 항해(모험) 얘기를 풀어놓는다. 각 항해에서 신드바드는 조난이나 사고를 당해 죽을 뻔한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았고, 큰돈을 벌어 고향 바그다드로 돌아온다. 사실 신드바드는 첫 번째 항해에서 이미 많은 돈을 벌어 평생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항해를 떠났고 항해가 성공할 때마다 더 큰 부자가 돼 마지막에는 대부호가 된다.

    신드바드의 모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난다. 상인 신드바드가 자기 얘기를 끝내자 짐꾼 신드바드가 “당신에게 잘못된 말을 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짐꾼 신드바드는 상인 신드바드의 부가 단순히 운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건 모험과 고생으로 일군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신드바드의 모험을 읽으며 놀랐다. 신드바드는 전형적인 부자와 빈자의 차이, 매일 열심히 일하지만 잘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매일 먹고 마시지만 부자인 사람을 얘기하고 있었다. ‘아라비안나이트’는 8~14세기 아라비아 지역에 내려오는 설화를 모두 모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도 빈자와 부자의 차이는 중요한 이슈였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신드바드의 모험이 ‘아라비안나이트’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만 한 짐꾼 신드바드

    흥미로운 대목은 신드바드의 모험에서 부자가 부자인 것은 그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는 점이다. 자기가 가진 많은 것을 걸고 모험의 길을 걸어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 매일 성실하게 열심히 일한다고 부자가 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다면 짐꾼 신드바드가 잘살아야 한다. 하지만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잘살게 된 사람은 계속해서 더 많은 부를 얻고자 모험의 길을 떠났던 상인 신드바드다. 상인 신드바드는 처음에는 어렵게 살다가 부를 얻기 위한 항해들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부자가 된다. 어느 정도 부자가 된 다음에 또다시 모험을 시도했고, 일련의 모험들이 성공하면서 점점 더 큰 부자가 된다. 

    막스 베버는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사업가의 계속되는 투자’라고 봤다. 사업으로 성공하면 부자가 된다. 이때 자본주의 사업가는 부자가 됐다고 해서 그 자리에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투자하고 사업을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거대 자본가로 성장한다. 이 논리가 신드바드의 모험에도 있었다. 

    부자는 반복적인 모험을 거쳐 부자가 된 것이지만, 보통 사람은 그 과정을 알지 못하고 부자로 살고 있는 지금 모습만 본다. 그래서 짐꾼 신드바드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난하게 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별로 하는 일 없이 잘사는 부자를 부정적으로 본다. 이런 갈등 소재가 1000년 전 아라비아 지역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빈부 갈등은 현대 자본주의와 함께 시작된 게 아닌가 보다. 사람 사는 지역에서는 알게 모르게 항상 이런 종류의 갈등이 존재해온 것 같다.

    아무튼 신드바드의 모험에서 두 신드바드는 서로 친구가 되며 훈훈한 마무리를 맞는다. 짐꾼 신드바드는 상인 신드바드가 부자로 사는 게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결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전까지는 상인 신드바드가 잘사는 게 그저 운명의 힘이라고만 생각했다. 운 좋게 태어난 상인 신드바드는 잘살고, 운이 나쁜 자신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상인 신드바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재산을 모았는지 자세히 알고 나자 그의 부와 재산을 인정하게 된다.

    부자와 빈자에 대해 여러 해석이나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부를 정태적 시각으로 보는 것과 동태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 현 상태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것은 정태적 시각이다. 반대로 동태적 시각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시 말해 현 상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의 과정에 초점을 둔다. 정태적 시각으로 보면 상인 신드바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먹기만 하는 한량 같은 부자다. 하지만 동태적 시각으로 보면 젊어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는 고생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겨우 잘살게 된 사람이다. 정태적으로 바라볼 때 상인 신드바드는 짐꾼 신드바드에게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동태적으로 보자 상인 신드바드는 존경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주변 부자의 ‘지금 모습’만 보지 말자

    상인 신드바드라는 가상의 인물뿐 아니라, 현실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성공해서 잘사는 사업가를 보면 평생 잘 먹고 잘사는 속 편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을까. 사업으로 성공하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아무런 바탕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사업을 일으키기란 더더욱 어렵다. 지금은 직원 몇백 명을 둔 중견기업 사장이지만 몇십 년 전만 해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1인 사장이었다. 혼자 전화 받고 청소하고 전표 정리를 하다가 지금은 그런 일을 부하직원들에게 맡길 수 있는 사장이 된 것이다. 지금 모습만 보면 나이 든 꼰대 사장 같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모습을 알고 나면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와 재산은 정태적 시각이 아니라, 동태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 사실 사회 다른 측면도 동태적 시각으로 보는 게 맞다. 지금 여유롭게 지내는 대학교수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그 사람 삶의 전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교수 이전에 대학원생, 조교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쳤다. 매일 타자 치고 복사하고 PPT 만들고 잔심부름을 하면서 지냈다. 박사 논문이 통과될지, 안 될지 가슴 졸이며 지낸 몇 년의 시간이 있다. 지금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사람도 한때는 취업준비생이던 시절이 있고, 신입사원으로 긴장하면서 보낸 기간이 있다. 이런 고난의 과정 없이 일생을 계속해서 잘나갔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재벌가 자제들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또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나라에 속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잘사는 사람이라 해도 모두 힘들고 배고픈 시절을 경험한 이들이다. 그들의 과거 모습을 보지 않고 정태적 시각으로만 그들은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는 짐꾼 신드바드가 현 모습으로만 상인 신드바드를 평가한 것과 같다. 그런 시각에는 한계가 있다. 정태적 시각으로 보는 세상과 동태적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다르다. 짐꾼 신드바드가 상인 신드바드를 동태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 자기 인생도 달라질 수 있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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