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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경제력 장전 공격 준비 완료?

1년 국방비 500억 달러 세계 두 번째 … 굴신의 처세로 파워 축적 ‘작지만 강한 군대’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
2004-01-08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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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경제력 장전 공격 준비 완료?

막강 경제력 장전 공격 준비 완료?

일본이 미국과 공동개발한 F-2전투기와 대(對) 테러 작전에 나선 육상자위대 요원(아래).출처·일본의 방위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도발했다가 패전했기 때문에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도 군사력을 키우는 데 불리했다. 그런 일본이 운 좋게 패전 5년 후 자위대를 갖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고 감추는 굴신(屈身)의 처세로 파워를 축적해, 마침내 세계 2위 군사조직을 갖춘 국가로 성장했다. 한국군과 비교해가며 자위대 힘의 모든 것을 살펴보기로 한다.

지금의 일본 헌법은 맥아더 원수가 전범(戰犯)국가 일본을 상대로 군정을 펼치던 1946년 만들어졌다. 이 헌법 9조에는 ‘일본은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이른바 전쟁 포기와 군비·교전권 부인 조항). 그런데 1950년 한반도에서 6·25전쟁이 일어나자 맥아더 사령부는 주일미 육군을 모두 한국으로 보냈다.

헌법 9조 ‘국제분쟁 무력 행사 포기’ 사실상 사문화

이로써 소련의 공격으로부터 일본을 방어할 수단이 사라지자 맥아더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자위대’라는 군사조직을 만들게 했다. 자기 손으로 만든 헌법에 ‘일본은 영원히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집어넣었음에도 스스로 이를 어긴 맥아더의 모순. 이것이 일본 재무장의 길을 열어준 실마리였다.

이때부터 일본의 위정자들은 “헌법에서 말하는 무력은 공격용 무력이다. 따라서 일본을 방위하기 위해 수비용 무력을 갖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라며, 자위대는 오로지 방어를 위해 존재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개념을 창조하였다. 일본은 섬나라다. 따라서 적국의 군대가 상륙해 공격을 개시한 후 방어에 나서면 그 피해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바다에서부터 일본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어느 바다에서부터 일본을 지킬 것인가’가 논쟁거리가 되었다.



여기서 나온 것이 1000해리(1852km) 전수방위 개념이다. 일본 열도에서부터 1000해리 안의 바다에서 누군가가 일본 열도나 일본 배를 공격하면, 일본은 자위대를 동원해 이를 박멸한다는 방위전략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1000해리가 대단히 긴 거리라는 점이다. 한국군은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1000해리까지 투사할 수단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일본은 1960년대에 1000해리까지 투사할 수 있는 무력을 갖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970년대 세계 2위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일본은 자국 방어의 필요성을 보다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전쟁으로부터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방위계획을 만들어갔다. 1977년 후쿠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위정자들이 ‘유사(有事)’라는 단어를 사용해 전시(戰時)에 대비하는 보다 구체적인 방위전략을 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시 대신 ‘유사’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아시아 각국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헌법 9조를 어겼다는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유사시에 대비하려는 일본 지도자의 노력은 22년이 지난 1999년 주변사태법안과 자위대법 개정안이 일본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비로소 현실화되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전수방위와 더불어 전방위전략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시작은 어려워도 한번 시작한 일은 탄력을 받아 비교적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다. 유사라는 단어가 보편화되자 일본은 곧 전시에 대비한 무력공격사태대처법과 자위대의 활용 범위를 보다 확대한 자위대법 개정안,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의 전시대비를 보다 강화하는 안전보장회의설치법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3개 유사법제’로 통칭된 이 법안은 2003년 6월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이렇게 외적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는 법과 제도를 구축함과 동시에 일본은 자위대를 해외로 투사하는 방안을 마련해갔다. 명분은 세계 평화였다. 일본 지도자들은 이를 위해 ‘평화 유지를 위한 무력 파견은 무력의 사용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위헌 시비를 줄이기 위해 유엔을 이용했다. 즉 유엔이 주도하는 평화유지군(PKF)의 일원으로 자위대를 파병한다는 ‘국제평화협력법’을 만들어 합법적인 자위대 파병의 길을 개척한 것이다.

자위대는 1992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93년 모잠비크, 94년 자이레, 96년 골란고원, 99년 동티모르에 유엔 평화유지군의 모자를 쓰고 파병됐다. 그러나 해외 파병에 관한 한 한국군은 한 수 위였다. 한국은 일본식 표현으로 ‘보통국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력(군대)을 보유하고, 교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외국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자유롭게 파병할 수 있다. 1966년 한국군은 베트남 파병을 시작으로 때로는 다국적군으로, 때로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해외 파병을 계속해왔다. 일본 소식통들에 따르면 1990년대 말까지 자위대는 이런 한국군을 매우 부러워했다고 한다.

일본은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며 파병하기 위해 파병 대신 ‘파견’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한·일 간의 격차는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로 인해 확연히 좁아졌다. 그해 11월 일본 국회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만들어 이지스 호위함 등을 인도양에 보내, 아프간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지원하는데, 이것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아닌 다국적군 작전에 자위대가 참여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전쟁구역에 들어가긴 했지만 자위대는 전투가 벌어지는 육지가 아닌 안전한 바다에서만 활동해야 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이다. 미군이 주도한 다국적군이 조기에 승리를 거둬 치안유지 작전에 돌입하자 일본 지도자들은 ‘육상자위대의 공병부대를 보내 이라크 재건을 돕는 것은 무력행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만들어 육상자위대 파견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2003년 7월 일본 국회는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이라는 한시법을 만들었다.

‘평화 유지를 위한 무력 파견은 무력이 아니다’

공병부대가 가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병인 보병이 따라가야 한다. 자위대는 보병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전투력을 희석하기 위해 ‘보통과’로 부르고 있다. 올 3월 일본은 550여명의 공병부대원을 보내는데 이때 보통과 요원들은 대전차 무기를 갖고 나가 이들을 호위할 예정이다.

이제 일본 조야에서는 이라크만을 상대로 하는 특별조치법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 공병대를 파견할 수 있는 일반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다면 머지않아 ‘부흥지원’뿐만 아니라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보통과 등 전투부대를 파견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또 “상대의 공격에 대응한 교전은 자위(自衛)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금지한 교전권 금지조항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골치 아픈 헌법 9조를 없애기 위한 개헌 작업을 성사시키고 마침내 자위대를 일본군으로 개편하는 법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이 일본 지도층들이 노리는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일본 위정자들이 법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자위대 육성의 길을 텄다면, 자위대의 지도자들은 위정자들이 열어준 그 길을 소리 없이 질주해왔다. 자위대의 ‘주먹’을 키우는 이러한 질주는 탄탄한 경제력과 과학기술 덕분에 그 규모가 방대해졌다.

막강 경제력 장전 공격 준비 완료?


섬나라인 일본을 위협하려는 세력은 바다를 건너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1차적으로 일본을 방어하는 임무는 해상자위대가 맡게 되므로 자위대는 해상자위대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를 위해 해상자위대는 2중의 방어망으로 일본을 방어한다는 대전략을 구축했다. 즉, 1000해리쯤 떨어진 먼 바다로 진입한 적은 ‘자위함대’를 보내 격파하고, 자위함대를 뚫고 들어온 소수의 적은 요코스카 지방대(地方隊)를 비롯한 5개 ‘지방대’로 막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자위함대와 지방대가 모두 뚫리면 외적이 일본 열도에 상륙하게 되는데, 이때 비로소 육상자위대가 나서서 싸우게 된다. 항공자위대는 해상자위대와 육상자위대를 지원하는 보조전력이다. 보조전력이긴 하지만 항공자위대 또한 육상자위대보다 먼저 일본 열도로 접근하는 적과 싸우므로 해상자위대 다음으로 중요하다. 반도국가인 한국은 외적이 육지를 따라 침입한다고 보고 육군을 주력으로 해·공군은 보조전력으로 삼았는데, 일본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1000해리 바다에서 외적(외국 해군)과 싸우는 자위함대는 전투함으로 구성된 ‘호위함대’와, 호위함대에 탑재하는 헬기와 호위함대를 지원하는 초계기 등으로 무장한 ‘항공집단’, 그리고 호위함대와 별도로 독자적 작전을 수행하는 ‘잠수함대’로 구성돼 있다. 이중에서도 항공집단의 항공기와 결합한 호위함대가 핵심 전투력이 되는데, 호위함대는 각각 8척의 전투함으로 편성된 4개의 호위대군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한 미 7함대가 매우 대단한 것 같아도 평시 7함대가 거느리는 전투함은 항공모함 1척에 순양함 2척, 구축함 4척, 호위함 2척 등 모두 9척이 전부다. 물론 미국의 전투함은 같은 급의 다른 나라 함정보다 덩치가 크다고 하지만, 척 수로만 따지면 해상자위대의 1개 호위대군은 7함대의 평시 규모에 필적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해군은 여러 척의 항모를 갖고 있었으나 패전 후 항모는 공격무기에 해당돼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9조를 삭제하는 개헌이 이뤄진다면 4척의 항모를 만들어 4개의 호위대군에 배치함으로써 미 해군에 필적하는 함대 세력을 갖게 될 것이다. 4개의 호위대군에는 모두 지휘함인 ‘기함’이 있는데, 올해 해상자위대는 2개 호위대군의 기함이 될 1만3500t급의 전투함을 진수한다. 보통 전투함은 순양함-구축함-호위함 순으로 크기가 작아지지만, 해상자위대는 주변국의 경계를 피하기 위해 모든 전투함을 호위함으로 부르고 있다. 신형 기함은 헬기탑재호위함으로 명명됐지만 미국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 순양함(9500여t)보다 덩치가 크다.

해상자위대가 주 전력 육상·항공자위대는 보조 전력

전통적으로 호위대군은 전투함(호위함) 8척에 헬기 8대로 편성된 8함8기(八艦八機) 체제였으나 이 기함이 들어오면 8함9기 체제로 바뀐다. 해상에서 헬기의 힘은 막강한데, 이 기함은 훨씬 더 큰 헬기를 탑재하므로 호위대군의 전력은 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호위대군 안에 한국과 미국에서는 ‘이지스구축함’으로 부르나, 일본에서는 이지스호위함으로 부르는 이지스함정(7500t급)이 한 척씩 포함돼 있다. 이지스함은 적 항공기와 적 전투함, 적 잠수함은 물론이고 적 지상군까지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종합 전투함이다.

현재 이지스함정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61척)과 일본(4척), 스페인(4척)뿐인데 스페인의 이지스함은 일본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현재 노르웨이가 스페인 것과 비슷한 작은 이지스함 5척을 건조하고 있고, 한국 해군은 2009년쯤 일본 것과 비슷한 이지스함정 한 척을 진수할 예정이다.

해상자위대는 16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갖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잠수함의 수명을 16년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 등 대부분 국가는 잠수함의 수명을 30년으로 보고 있으나 해상자위대는 16년을 고집하며, 16년이 되면 어김없이 잠수함을 퇴역시켜 창고에 집어넣는다. 그러다 유사시가 되면 퇴역시킨 잠수함을 꺼내 다시 작전에 투입하므로 일본의 잠수함 전력은 ‘곱하기 2’를 해야 한다.

요코스카 등 다섯 군데 항구를 모항으로 한 지방대는 대잠작전을 위주로 한다. 자위함대가 1000해리 바깥에 쳐놓은 방어망을 뚫고 일본 열도로 접근하는 적은 사실상 잠수함밖에 없으므로 5개 지방대는 대잠전 능력을 갖춘 함정을 집중 보유한 것이다. 한국 해군은 동·서·남해에 각 1개씩 3개의 함대를 갖고 있으나, 이 함대의 전력은 해상자위대의 지방대보다 떨어진다. 1000해리 바깥에서 싸울 자위함대는 아예 없고, 일본의 지방대보다 못한 함대를 3개 갖고 있는 것이 한국 해군의 현실인 것이다.

해상자위대의 작전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항공자위대다. 따라서 항공자위대는 해상자위대의 전투함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하는 적기나, 일본 열도를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는 적기를 요격하는 것을 주임무로 한다. 적기를 요격한다는 것은 적기와 공중전을 벌이는 공대공(空對空) 작전을 펼치는 것이므로 항공자위대는 공대공 전투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공대공 전투기는 지상에 있는 목표물을 공격하는 공대지(空對地) 전투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지상에 있는 목표물은 고정돼 있으나 적기는 끊임없이 기동하며 공격하므로 적기를 요격하는 공대공 전투기는 공대지 전투기보다 훨씬 더 우수한 기동력과 무장을 갖춘다. 이러한 공대공 전투기의 대명사가 F-15인데, 항공자위대는 1981년부터 F-15를 일본 내에서 면허생산하는 방식으로 도입해 지금은 미국 공군 다음으로 많은 203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 공군은 23년 늦은 올해부터 40기의 F-15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F-16과 비슷한 성능을 가진 F-2 전투기를 미국과 공동개발해 2000년부터 실전 배치해 오고 있다. 모두 130대가 생산될 F-2기는 미국과 공동개발했다고 하나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일본은 주변국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F-2는 핵심 전력이 아니라 F-15를 지원하는 하는 전력’이라는 뜻으로 ‘지원전투기’라고 이름지었다. 그러나 F-2는 최근 중국이 독자 개발한 섬(殲)-10 전투기보다 성능이 좋고, 한국 공군이 보유한 KF-16과 비슷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은 이제야 가장 등급이 낮은 F-5 전투기 수준인 T-50 훈련기를 미국과 공동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F-5와 F-16은 대략 20년 정도 기술 차이가 있으므로 한국의 전투기 제작술은 일본보다 20년 정도 처져 있는 것이다. 일본은 전투기와 훈련기는 물론이고 C-1 수송기도 자체 개발해냈다.

최첨단 무기 실전배치 주변국에 심각한 위협

그리고 F-15와 F-2의 전투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13기의 E-2C 조기경보기와 4기의 E-767 조기경보기를 미국에서 도입하였다. 이중에서도 E-767은 미국 공군도 보유하지 못한 최고의 조기경보기다. 한국 공군은 조기경보기를 미국에서 도입하기 위해 EX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육상자위대 쪽으로 눈을 돌리면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의 전력에 놀란 한국군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북한을 상대하는 한국 육군은 ‘현무’를 비롯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육상자위대는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가 일본 열도 바깥에서 위협세력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장거리 공격용 지대지 미사일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적국이 쏘는 장거리 미사일은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마하 10 이상)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의 방어망을 뚫고 일본 열도에 떨어질 수가 있다. 육상자위대는 우선은 북한의 노동 1호 미사일이, 장차는 중국의 동풍(東風) 미사일이 유사시 일본 열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일본 내에서 면허생산해 실전배치하였다.

지대지 미사일은 지상에 고정돼 있는 목표물을 맞히는 것이다. 그러나 패트리어트는 마하 1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히는 것이라 지대지 미사일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 이러한 패트리어트를 면허생산함으로써 일본의 방위산업체들은 정교한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 축적 덕분에 1990년 일본은 움직이는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90식 대함 미사일을 독자 개발했는데 한국은 지난해에야 비로소 이와 유사한 대함 미사일을 독자 개발해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육상자위대가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은 러시아와 가까운 홋카이도(北海道) 지역 방어다. 홋카이도 동북쪽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는 일본 영토였으나 전쟁이 끝나면서 소련이 강제로 점령해버린 시코탄(色丹) 등 4개 섬이 있다. 일본은 러시아에게 이 섬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따라서 홋카이도에서는 러시아와의 분쟁이 일어날 수 있어 육상자위대는 이곳에 4개 사단을 거느린 북부방면대를 배치해놓고 있다. 11개 사단, 3개 여단으로 구성된 육상자위대가 이곳에 4개 사단을 배치했다는 것은 러시아를 가상적국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북부방면대 소속 부대는 육상자위대 중에서 최정예로 꼽히는데, 올 3월 이라크에 가는 부대는 홋카이도에 주둔한 2사단에서 빼낼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이 사용하는 1년 국방비는 500억 달러인 데 반해 한국은 130억 달러, 중국은 350억 달러 수준이다.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 덕분에 GDP(국내총생산)의 1%만 국방비에 투자하는데도, 40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쓰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병력으로 보면 자위대는 25만명으로 227만의 중국군, 110만의 북한군, 69만의 한국군보다 훨씬 적다. 병력은 적은데도 쓰는 돈이 많다는 것은 첨단무기 위주로 구성된 군대라는 뜻이다. ‘작지만 아주 강한 군대’가 자위대인 셈이다.

이 작고 강한 군대가 세계로 뻗어나가려 한다. 그뒤에는 세계 2위의 경제력이 버텨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영국 이상으로 미국에 보조를 맞추려고 한다. 미국이 싸우는 전쟁에는 ‘무조건’ 협력하며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무언의 양해를 얻어 헌법 9조를 삭제하려는 심모원려일 것이다.

일본의 집요한 군사력 팽창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곁에 있는 한국은 누구를 친구로 삼고 누구를 경계해야 할 것인가. 4강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분단상황인 한국으로서는 미래의 생존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418호 (p60~63)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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