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2

2021.10.29

세계 투자액 35조 ESG, 韓 ETF 성적은 코스피보다 나빴다

[김성일의 롤링머니] 코스피200 대비 낮거나 엇비슷한 수익률… 유행 편승 투자 신중해야

  • 김성일 데이터노우즈 이사

    입력2021-11-0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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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투자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메타버스’와 ‘ESG’가 아닐까 한다. 10월 13일 메타버스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4종(TIGER Fn메타버스, KODEX K-메타버스 액티브, KBSTAR iSelect메타버스, HANARO Fn K-메타버스MZ)이 상장했다. 이들 종목은 하루 만에 7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리면서 개인 ETF 순매수 순위 상위에 올랐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계와 비슷한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가리키는 용어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언급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가리킨다. 그러다 2003년 린든 랩(Linden Lab)이 출시한 3차원 가상현실 기반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인기를 끌면서 메타버스가 널리 알려졌다.

    자료 | 구글 트렌드

    자료 | 구글 트렌드

    메타버스 ETF 상장, 개인투자자 몰려

    최근 메타버스는 5G(5세대) 상용화로 통신환경이 개선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사회환경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기업은 가상공간에서 회의하고, 아티스트는 가상공간에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국내에서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선도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ETF만 봐도 4종 모두 게임 및 미디어 콘텐츠 관련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프1’처럼 구글 트렌드로 ‘metaverse’를 조회해보면 전 세계적으로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관심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다양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온라인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증강현실 같은 서비스와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다. 2003년 발표된 ‘세컨드 라이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발전이 없다는 비판도 있고, 가상화폐와 아바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싸이월드’와 차이점이 없다고도 한다.



    반면 최근 메타버스 사례로 언급되는 ‘제페토’나 ‘로블록스’ 등은 진일보한 면모를 지닌다는 주장도 있다. 3차원 공간에 구현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참여 가능하며, 참여자 간 소통이나 소셜 활동이 가능한 데다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자체에 대한 의견은 향후 지속적으로 지켜보면 될 일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테마에 투자했을 때 내가 돈을 벌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기술 발전과 투자 수익이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투자의 미래 성과를 예측할 수 없으니 다른 테마인 ESG 사례를 한 번 살펴보겠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벌 수 있느냐’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ESG라는 단어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10월 발간한 ‘투자와연금’ 4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2003년 전 세계 12개 자산운용사로 구성된 AMWG (Asset Management Working Group)에서는 ESG 관점을 결합한 투자방식과 투자성과 관계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ESG는 장기 투자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열기가 뜨겁습니다. 국민연금은 2019년 11월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으며, 전 세계 주요 연기금 및 국부펀드들이 투자 시 ESG 요인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의 ESG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 세계 ESG 관련 투자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GSIA)’에 따르면 전 세계 ESG 관련 투자자산 규모는 2016년 22조8390억 달러에서 2020년 35조3010억 달러로 54.5% 증가했습니다.


    자료 | 구글 트렌드

    자료 | 구글 트렌드

    ‘그래프2’는 구글 트렌드가 조사한 것으로, 지난 5년간 ‘ESG’라는 단어에 대한 관심도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꾸준히 관심이 있었으나 한국에서는 2019년 하반기부터 관심도가 증가했다.

    또 다른 화두 ESG, 기대만큼 성과 높지 않아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은 말이다. 기업을 경영할 때 친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개선 요소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투자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들이 투자 대상 기업을 정할 때 ESG를 주요 잣대로 삼고 있으며 투자자의 관심을 끈다는 기사도 늘고 있다(‘조선일보’, 2021. 5. 14, ‘날개단 ESG 주식, 올해 코스피 9% 뛸 때 20% 날았다’).

    한국거래소 발표를 인용한 앞선 보도는 “올 들어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ESG 관련 지수가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 등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거버넌스 리더스 100(KRX Governance Leaders 100) 지수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20.4% 상승했는데, 코스피 상승률(9.6%)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글로벌 지수 사업자 MSCI의 ESG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ESG 지수 상품들은 높은 성과를 거뒀을까. 상장 연도의 성과는 제외하고, 각 지수의 연수익률에서 코스피200 연수익률을 뺀 값인 초과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표1’과 ‘표2’처럼 한국거래소가 2011년 출시한 ‘KRX Eco 리더 100’ ‘KRX ESG 리더 150’ ‘KRX 거버넌스 리더 100’의 누적 성과는 코스피200보다 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머지 3개 ESG 지수는 코스피200보다 0.3~1.0%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표3’과 ‘표4’는 현재 운영 중인 ESG 관련 ETF들의 성과를 조사한 것이다. 각각 연단위로 지수 ETF인 KODEX 200 대비 초과성과를 분석한 결과 3개의 ESG ETF가 -5~-1% 낮은 성과를 보였고 1개는 지수와 유사한 성과를 냈다.

    과거 성과만으로 미래 성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언론에 많이 나온다거나, 경영 화두라거나,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섣불리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것은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 유행에 편승하는 투자는 위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김성일은… 홍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국책은행에서 IT(정보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은행원이 아닌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한 끝에 자산배분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MBA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가 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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