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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를 주목하게 하는 세계관 서사

[미묘의 케이팝 내비] 하드록 신곡 ‘RING ma Bell’로 표현한 별난 즐거움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빌리를 주목하게 하는 세계관 서사

신곡 ‘RING ma Bell(what a wonderful world)’을 선보인 걸그룹 Billlie(빌리). [사진 제공 · 미스틱스토리]

신곡 ‘RING ma Bell(what a wonderful world)’을 선보인 걸그룹 Billlie(빌리). [사진 제공 · 미스틱스토리]

7인조 걸그룹 Billlie(빌리)는 여러모로 별종이라면 별종이다. 이름 철자에 ‘L’이 3개인 것부터 그렇다. 신곡 ‘RING ma Bell(what a wonderful world)’이 하드록을 표방한 건 최근 케이팝의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12분가량의 단편영화를 차례로 공개하고 그 OST 앨범까지 발매하는 건? ‘세계관’에 이렇게까지 드러나도록 열을 쏟는 일은 흔치 않다.

지난해 11월 데뷔곡 ‘RING×RING’은 긴박감 속에 급격한 기복을 많이 담았는데, 팬들에게 남긴 인상의 깊이만큼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용감한 시도들이 돋보였지만 팝송으로 즐기기에는 다소 과한 감이 있었다. 주목을 받은 건 올해 초 ‘GingaMingaYo(the strange world)’부터였는데, 과잉한 별종의 에너지가 경쾌한 곡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일견 흔한 동작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해 ‘복잡도’를 끌어올린 안무 등으로 곡은 정신없는 자극을 쉴 틈 없이 던지며 대단한 몰입감을 보여줬다.

‘RING ma Bell’은 코드 중심의 곡이기는 하나, 베이스와 기타가 굵직한 움직임으로 이글거리는 역동성을 지닌다. 멜로디와 편곡은 긴장과 폭발을 정석적으로 구성해내고, 멤버들 또한 폭발력, 날카로움, 터프함 등으로 정리된 보컬 팔레트 위에서 자신의 매력이 두드러지기 좋도록 파트를 분담한다. 곡은 시종일관 대담하고 거만하며, 질주해야 할 때 시원하게 질주한다. 정통파 하드록의 매력을 케이팝적으로 잘 마감한 셈이다. 그랬기에 장식적 효용을 확실히 넘어서 전면으로 치고 나와버리는 후반 기타 솔로마저 “아니, 이것까지 하신다고요?” 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노래를 독립시키는 세계관

배경지식 없이 이 곡을 접한다면 게임적인 콘셉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사 속 ‘보너스 스테이지’ ‘리셋’ ‘치트키’ 같은 표현에 ‘언제든 구해주러 가겠다’는 메시지와 모험의 희구가 뒤섞인 호전적이고 자신만만한 내용이 그렇다. 그런데 사실 이들의 세계관은 이것과 다소 거리가 있다.

빌리의 세계관은 미스터리하고 비극적인 사건과 이를 둘러싼 모험을 담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서스펜스 호러 판타지물을 참고하고 있다.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인물이나 소품에서 하이틴 기호가 두드러지는 점도 그렇다. 앞에서 말했듯 이를 별도의 영상물과 OST를 통해 전개함으로써 활동 곡은 독립된 팝송으로서 감상할 만한 내용을 담을 자유를 획득한다. ‘GingaMingaYo’ 역시 독특한 주관으로 ‘나답게’ 살아가겠다고 말하는, 케이팝에 익숙한 주제로 읽히기 충분했다. 세계관 서사가 중요하기는 하되, 그것에 의존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흥미로운 전략이다. 역설적으로 곡의 독립성을 위해 반대항인 세계관의 비중을 한껏 키워놓았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하면 아티스트에 딸린 세계관이라기보다 세계관 콘텐츠와 아티스트가 대등하게 병행되는 형태에 접근하게 된다. 오리지널 픽션과 그 OST가 있고, 전속 아티스트가 픽션에 ‘영감을 받은’ 곡을 꾸준히 발표하는 형태 말이다.

그 결과라 해도 좋을까. 빌리에게는 작업 규모에 비해 세계관의 유효성이 그렇게까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특이한 행보에 호기심을 일으키는 역할은 톡톡히 하지만, 지금까지 빌리를 성장시킨 것은 결국 노래와 무대 퍼포먼스였다. 이들의 정성 들인 세계관 서사가 음반과 본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낼지는, 앞으로 빌리를 전망하는 데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주간동아 1357호 (p69~69)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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