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치(young rich·젊은 부자)가 고급 주택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들은 기존 베이비붐 부유층에 비해 다양한 자산 증식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부자가 된 후에도 디지털 공간에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며 고급 주택시장에 새로운 트렌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과거 전통 부촌으로는 서울 평창동이나 성북동 고급 주택가가 꼽혔다. 높은 담장과 넓은 차고, 잔디 깔린 마당, 가사도우미가 머무는 쪽방 등이 1980년대 이전 고급 주택의 특징이었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이 예전 부잣집의 전형적 모습이다. 주거 형태에서 아파트 비중이 늘면서 부잣집 양상도 바뀌었다. 2000년대 이후 서울 서초동, 도곡동, 청담동, 논현동 등 1종 주거지역에 고급 빌라가 선을 보였다. 가령 삼성가 자녀들이 살던 것으로 유명한 서초동 트라움하우스가 2000년대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0년대 이후 논현동 아크로힐스,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등 고급 빌라 브랜드가 정착했다.
최근 고급 주택시장이 다시 한 번 진화하고 있다. 키워드는 ‘아파트’다. 아파트 단지가 곧 마을이라는 개념에 따라 편의시설을 강화한 커뮤니티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오늘날 나인원한남이나 한남더힐, 에테르노청담 등은 고급 주택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고급 주택시장 변화의 이면에는 영리치 부상이 있다. 한국 영리치의 부동산 선호 스타일은 기존 부유층과는 다르다. 이들은 주거 편리성에 중점을 둔 고급 공동주택을 선호한다. 이 같은 선호는 도심 고급 공동주택과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주거 공간, 서비스형 주거(branded residences) 수요를 키우고 있다.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래미안원베일리 같은 고급 공동주택 가격이 오르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젊은 부유층이 부동산의 경제가치뿐 아니라, 편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영리치는 주택 구매 시 중시하는 요소로 ‘투자가치’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적합성’을 꼽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리치는 디지털 노마드다. 디지털 공간에서 빠르게 유통되는 정보에 민감하고 즉각 대응한다. 재테크와 자산 포트폴리오 배분에서도 ‘스피드’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영리치는 과거 부유층에 비해 환금성 높은 부동산을 선호한다. 전통 부촌의 대명사인 한남동·성북동 고급 단독주택이나 강남권 고급 빌라는 ‘맞춤형 부동산’ 성격이 강하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환금성이 아파트보다 떨어진다. 영리치가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다. 영리치의 라이프스타일도 부동산 취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들은 생활 편의와 주거지 안전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에도 민감하다. 전통 부유층처럼 가사 도우미나 주택 관리인을 채용하기보다 디지털 시스템에 의한 관리를 선호한다. 또한 이들은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연령대이기에 주거 시설의 커뮤니티 기능도 중시한다.
우선 정보폭포 현상은 인간이 독립적 판단보다 타인의 결정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고급 주택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은 정보폭포 현상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나인원한남 273㎡(이하 전용면적)가 250억 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소식은 개인 간 거래로 이뤄져 뒤늦게 알려졌다. 이 같은 고가 거래가 알려지자 영리치 사이에서 해당 단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영리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미디어를 통해 유명인이나 기업가가 택한 주거지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벤치마킹한다. 성공한 사람이 선택한 주거지를 따라가려는 욕구는 부동산시장에서 정보폭포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선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트리마제 같은 초고가 아파트 거주가 사회적 성공의 증표가 되고 있다. 사회적 평판과 이미지를 고려한 행동 양태인 평판폭포 현상의 결과로 보인다. 영리치는 자신의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이런 단지에 거주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한남더힐의 경우 지난해 3월 243㎡가 175억 원에 거래됐고 올해 들어 같은 단지에서 100억 원 넘는 거래가 이미 3건이나 이뤄졌다고 한다. 부동산도 곧 평판이 되는 시대다.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고급 주택시장에선 비슷한 지위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일수록 해당 단지 가치가 상승한다. 가령 2019년 입주한 나인원한남은 유명 연예인과 기업가가 여럿 사는 341채 규모의 고급 단지다. 이 단지는 비슷한 수준의 부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 형성 측면에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입주민 전용 레스토랑이나 조식 서비스, 주차대행 서비스 등은 이런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작용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도 네트워크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월 이 단지 234㎡는 165억 원에 거래됐고, 3월에는 84㎡가 70억 원에 매매돼 ‘국민 평형’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요즘 주택시장에선 일반 주택과 고급 주택의 가격이 양극화되는 모습이 관찰된다. 집단 양극화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3월 13일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464㎡가 200억6000만 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아파트라도 투자가치·주거가치를 더하는 초고가 단지와 그 외 일반 단지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양극화 현상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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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트렌드 단독주택→빌라→아파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전용면적 464㎡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지가 200억6000만 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뉴시스
최근 고급 주택시장이 다시 한 번 진화하고 있다. 키워드는 ‘아파트’다. 아파트 단지가 곧 마을이라는 개념에 따라 편의시설을 강화한 커뮤니티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오늘날 나인원한남이나 한남더힐, 에테르노청담 등은 고급 주택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고급 주택시장 변화의 이면에는 영리치 부상이 있다. 한국 영리치의 부동산 선호 스타일은 기존 부유층과는 다르다. 이들은 주거 편리성에 중점을 둔 고급 공동주택을 선호한다. 이 같은 선호는 도심 고급 공동주택과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주거 공간, 서비스형 주거(branded residences) 수요를 키우고 있다.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래미안원베일리 같은 고급 공동주택 가격이 오르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젊은 부유층이 부동산의 경제가치뿐 아니라, 편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영리치는 주택 구매 시 중시하는 요소로 ‘투자가치’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적합성’을 꼽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리치는 디지털 노마드다. 디지털 공간에서 빠르게 유통되는 정보에 민감하고 즉각 대응한다. 재테크와 자산 포트폴리오 배분에서도 ‘스피드’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영리치는 과거 부유층에 비해 환금성 높은 부동산을 선호한다. 전통 부촌의 대명사인 한남동·성북동 고급 단독주택이나 강남권 고급 빌라는 ‘맞춤형 부동산’ 성격이 강하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환금성이 아파트보다 떨어진다. 영리치가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다. 영리치의 라이프스타일도 부동산 취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들은 생활 편의와 주거지 안전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에도 민감하다. 전통 부유층처럼 가사 도우미나 주택 관리인을 채용하기보다 디지털 시스템에 의한 관리를 선호한다. 또한 이들은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연령대이기에 주거 시설의 커뮤니티 기능도 중시한다.
고급 아파트 신고가 경신 4가지 배경
영리치의 부동산 선호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은 또래 부유층 사이에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로 유명한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페이머스’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와 영화감독 등 예술가들이 명성을 쌓은 배경으로 △정보폭포 현상 △평판폭포 현상 △네트워크 효과 △집단 양극화를 꼽았다. 이 같은 4가지 요소가 영리치의 부동산 투자에서도 드러난다는 게 필자 견해다.우선 정보폭포 현상은 인간이 독립적 판단보다 타인의 결정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고급 주택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은 정보폭포 현상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나인원한남 273㎡(이하 전용면적)가 250억 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소식은 개인 간 거래로 이뤄져 뒤늦게 알려졌다. 이 같은 고가 거래가 알려지자 영리치 사이에서 해당 단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영리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미디어를 통해 유명인이나 기업가가 택한 주거지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벤치마킹한다. 성공한 사람이 선택한 주거지를 따라가려는 욕구는 부동산시장에서 정보폭포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선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트리마제 같은 초고가 아파트 거주가 사회적 성공의 증표가 되고 있다. 사회적 평판과 이미지를 고려한 행동 양태인 평판폭포 현상의 결과로 보인다. 영리치는 자신의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이런 단지에 거주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한남더힐의 경우 지난해 3월 243㎡가 175억 원에 거래됐고 올해 들어 같은 단지에서 100억 원 넘는 거래가 이미 3건이나 이뤄졌다고 한다. 부동산도 곧 평판이 되는 시대다.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고급 주택시장에선 비슷한 지위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일수록 해당 단지 가치가 상승한다. 가령 2019년 입주한 나인원한남은 유명 연예인과 기업가가 여럿 사는 341채 규모의 고급 단지다. 이 단지는 비슷한 수준의 부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 형성 측면에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입주민 전용 레스토랑이나 조식 서비스, 주차대행 서비스 등은 이런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작용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도 네트워크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월 이 단지 234㎡는 165억 원에 거래됐고, 3월에는 84㎡가 70억 원에 매매돼 ‘국민 평형’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요즘 주택시장에선 일반 주택과 고급 주택의 가격이 양극화되는 모습이 관찰된다. 집단 양극화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3월 13일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464㎡가 200억6000만 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아파트라도 투자가치·주거가치를 더하는 초고가 단지와 그 외 일반 단지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양극화 현상이 커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