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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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꿈틀대는 강남 부동산

서울시, 삼성·대치·청담·잠실 해제… 향후 가격 상승폭 커질 듯

  • 안명숙 부동산마케팅·솔루션제작소 ㈜오지랖 대표

    입력2025-02-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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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뉴스1]

    지난해 말 이후 복잡한 국내 정세로 혼조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 반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2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2% 상승하며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송파구(0.13%)가 가장 두드러진 상승을 보였다.

    이 같은 상승의 의미 있는 근거로 꼽힌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초 공식석상에서 직접 ‘전면 완화 검토’ 의견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월 12일 서울시가 실제로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아파트들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하면서 향후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제 시 갭투자 가능해져 집값↑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국토교통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시도지사)이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우려가 있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토지이용목적을 명시해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당해 토지 가격의 30% 이하 벌금에 처한다. 체결한 토지거래계약도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부동산 거래 전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당사자끼리만 거래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등기 신청 시 허가증을 첨부해야 한다. 거래계약을 맺고 나서도 일정 기간은 허가받은 목적대로만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는 실제 사용 목적에 한해 허가되기에 주거용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2년간 매매나 임대는 금지된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는 임대차계약을 승계하거나 매입 후 바로 전세를 놓는 갭투자 등이 불가하다. 만약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하지 않으면 3개월 이내 이행명령이 부여된다. 명령 불이행 시 취득가의 10% 범위에서 의무이행 때까지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계약도 취소된다.

    현재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구, 송파구 등 인기 높은 대단지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에 광범위하게 지정돼 있다. 해당 지역 아파트 거래는 물론, 매매가 및 전세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매매 거래 시 매입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안은 채 구매할 수 있는 갭투자가 가능해져 매물과 매입자 모두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으로 대치동과 잠실동은 매도 물건 감소 및 신고가 소식이 전해졌다.

    2월 첫째 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초 30억 원에서 33억2000만 원으로 매매 호가가 약 3억2000만 원 상승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05㎡는 최근 50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표 아파트 단지 잠실 엘스와 리센츠 84㎡는 매매 호가가 5000만 원가량 상승했고, 잠실주공 5단지 76㎡는 31억700만 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기나 대상 지역이 발표되지 않은 시기임에도 이미 해제를 전제로 매매 가계약이 체결된 점에서 미뤄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지정 여부 따라 5억 이상 차이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는 최종적으로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지역별·단지별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거래에 제한을 뒀던 규제이기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강남구 아파트 중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된 삼성동과 포함되지 않은 도곡동의 동일 면적 매물 가격 추이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강남구 삼성힐스테이트 1차(총 1144채·2009년 준공) 84㎡와 도곡렉슬(총 3002채·2006년 준공) 84㎡ 매매가의 경우 삼성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비슷한 수준을 형성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020년 5월 삼성힐스테이트 1차 84㎡ 실거래가는 23억5000만 원, 도곡렉슬 84㎡는 23억1000만 원이었다. 그러다 삼성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20년 6월 23일을 기점으로 두 단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도곡렉슬 84㎡는 지난해 11월 33억9000만 원에, 같은 해 12월 32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반면 삼성힐스테이트 1차 84㎡는 지난해 말 28억7000만 원에 거래 신고됐다.

    송파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한 잠실동 트리지움(총 3696채·2007년 준공) 84㎡는 지난해 11월 25억5500만 원에, 트리지움과 인접했지만 토지거래허가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신천동 파크리오(6864채·2008년 준공) 84㎡는 25억7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이 사례들을 볼 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에 제약이 컸던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은 거래가 늘면서 호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번 해제 대상 구역에서 빠진 강남의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 지역(압구정동, 여의도, 목동)은 당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제외에 따른 실망 매물이 나오며 일시적으로 상승 추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번 발표에서 “압구정동, 여의도, 목동 등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14곳(1.36㎢)의 경우 재건축 추진 기대에 따른 투기 과열 우려가 있어 지정을 현행과 같이 유지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투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해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울시도 자칫 혼란한 정세 속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발(發) 서울 집값 상승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단계적 완화로 노선을 선회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해제 조치로 강남권에서 아파트 가격 서열이 변동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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