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이족보행 로봇 휴보(오른쪽)와 창업자인 오준호 KAIST 명예교수. [동아DB]](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0/79/36/678079360af6d2738250.jpg)
2004년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이족보행 로봇 휴보(오른쪽)와 창업자인 오준호 KAIST 명예교수. [동아DB]
지난해 말 삼성전자 자회사 편입이 발표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국내 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상한가로 치고 올라갔다. 1월 2일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한 뒤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5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 14만1200원으로 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5거래일 연속 오르며 올해 1월 7일 24만2000원을 기록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그래프 참조). 1월 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5881억 원으로, 그동안 로봇 기업 가운데 시총 1위 자리를 지켜온 두산로보틱스(4조1809억 원)도 제쳤다.

테슬라, 엔비디아도 뛰어든 로봇 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31일 최대주주인 오준호 KAIST 명예교수 등이 삼성전자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가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1%를 인수하면서 함께 체결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의 일부를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 지분율은 기존 14.7%에서 35%로 확대되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주식양수도 절차가 마무리되는 2월 17일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번 콜옵션 이후 잔여수량은 458만1865주로, 전량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전자 지분율은 58.6%까지 높아진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04년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KAIST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창업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주력 제품군은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 사람의 팔처럼 생겨 반복 작업이나 생산 설비에 도입할 수 있는 협동로봇, 로봇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천체·위성 등 우주 물체를 관측하는 데 활용하는 초정밀지향마운트 시스템 등이다. 지난해에는 대테러 전용 다족보행 로봇을 육군에 납품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필두로 한 로봇 산업의 성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 산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관심을 둔 사업이다. 이 회장은 2021년 로봇과 AI 등 신산업에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32억 달러(약 48조4400억 원)에서 2030년 1600억 달러(약 233조4500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미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로봇을 올해 화두로 삼고 있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비전을 공개한 후 AI 학습을 적용해 지난해 보행 속도와 동작을 대폭 개선한 ‘옵티머스 젠2’를 공개했다. 지난해 로봇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그루트를 발표한 엔비디아도 올해 상반기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컴퓨터 ‘젯슨 토르’를 출시한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와 관련해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 확대와 동시에 한종희 부회장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설립했다”며 “삼성전자의 AI·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하드웨어 기술을 접목해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종희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적극 키울 것”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로서 글로벌 로봇 사업과 개발 리더십 강화를 위해 두 회사의 시너지협의체도 운영한다. 시너지협의체는 미래 로봇 기술 개발부터 로봇 사업전략 수립, 수요 발굴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을 제조·물류 업무 자동화에 활용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모색할 계획이다.
다만 로봇시장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아직 수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1년 2월 상장 이후 매출은 90억 원, 136억 원, 153억 원, 176억 원으로 연속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22년을 제외하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시너지협의체가 출범하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계열사로 향하는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시장) 매출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며 “확대된 글로벌 영업 인프라망을 활용해 연내 수출 성사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적극 키울 것임을 예고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서 그렇게 빠르다고 볼 수는 없고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선도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고 말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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