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9

2010.10.25

“인삼 덕분에 한국서 왕성한 활동”

외국인이 본 ‘나와 인삼’

  • 입력2010-10-26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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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적한국 미수다’ 핀란드 출신 따루

    “인삼 덕분에 한국서 왕성한 활동”
    “홍삼 엑기스를 따뜻한 물에 조금 타서 아침마다 먹어요. 감기 예방과 면역 강화에 좋죠. 얼마 전 홍삼 엑기스를 선물로 받았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워낙 비싸잖아요.”

    KBS 1TV ‘쾌적한국 미수다’에 출연하는 따루 살미넨(33·핀란드) 씨의 인삼 사랑은 웬만한 한국인을 능가한다. 인삼 뿌리를 직접 끓여서 인삼차를 만들어 먹을 정도. 삼계탕과 홍삼 엑기스는 기본이다. 말린 인삼, 인삼주, 산삼막걸리 등 그가 접한 인삼 음식도 셀 수 없다. 인삼보다 홍삼을 더 즐긴다는 그는 인삼을 처음 먹을 때 약간 쓴맛이 나긴 했지만 건강에 좋은 맛이었다고 한다.

    “한국에 오기 전 인삼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먹어본 적은 없었어요. 핀란드에서는 인삼이 한약제 이미지가 강해요.”

    인삼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그에겐 인삼과 관계된 사연이 있다. 7년 전 유방암에 걸린 어머니가 치료 과정에서 인삼 효과를 적잖이 봤던 것.



    “어머니에게 인삼, 홍삼 엑기스와 정제를 드렸는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방사선 치료를 받았는데도 머리카락이 많이 안 빠지셨어요. 아무래도 인삼 덕분인 것 같아요.”

    지금은 완치된 어머니는 여전히 홍삼 정제를 복용하고 있단다. 외삼촌과 외숙모도 인삼을 좋아해 핀란드에 갈 때마다 인삼차를 선물로 챙긴다. 한 번은 진짜 인삼 뿌리를 가져가 10시간 동안 끓여 차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쯤 되면 그의 인삼에 대한 애정은 ‘마니아’ 수준이다. 12년 전 교환 학생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요즘 막걸리바 ‘따루 주막’ 개점 준비에 한창이다. 조만간 따루 주막에서 인삼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핀란드에서는 인삼이 의약품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이 안 되더라고요. 한 번은 아는 사장님이 홍삼 엑기스, 정제를 한 박스 보내셨는데 핀란드 세관에 걸려서 다 뺏기고 말았어요.(웃음)”

    몽골 출신 경기도의원 이라

    “인삼 덕분에 한국서 왕성한 활동”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 비례대표로 선출된 몽골 출신의 이라(33) 의원. 국내 1호 다문화정치인인 그는 인삼차를 즐겨 마신다.

    “몽골에서는 말만 들었지, 인삼 제품을 사거나 먹어본 적은 없어요. 건강에 좋다는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인삼을 접했다. 삼계탕을 처음 대했을 당시, 건강에 좋다는 생각에 전혀 거부감 없이 먹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지 햇수로 7년째. 이라 의원은 이제 인삼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의정 활동뿐 아니라, 아내와 어머니로서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인삼 음식에 눈길이 자주 간다고.

    “인삼 요리를 하는 수준은 아니에요. 그래도 건강, 특히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당연히 눈길이 가지 않겠어요?”

    그는 최근 몽골에서도 인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삼이 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그래서 이라 의원은 기회가 될 때마다 몽골의 부모님께 인삼 제품을 보내곤 한다.

    “무척 좋아하세요. 여러 인삼 제품을 많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인삼차만 드셔도 힘이 쏟는다고 하네요.”

    그는 한국의 고려인삼이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삼에 대한 몽골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선 고려인삼보다 중국삼이 판치고 있어 아쉽다고 한다.

    “고려인삼이 외국삼보다 품질이나 효능 면에서 월등하잖아요. 그러니까 고려인삼이 좀 더 널리 알려져 세계인의 건강에 도움이 됐으면 해요.”

    박길명 자유기고가 myung@donga.com

    호주 출신 개그맨 샘 해밍턴

    “인삼 덕분에 한국서 왕성한 활동”
    “인삼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때 흙맛이 나서 어떻게 먹나 했어요. 하지만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먹고 있죠. 먹고 나면 정말 기운이 나요.”

    외국인 개그맨 1호 샘 해밍턴(33) 씨를 서울 명동의 한 삼계탕 집에서 만났다. 그가 삼계탕을 먹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삼. 몸에 좋은 인삼 때문에 양반다리로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을 먹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쓴맛도 꾹 참았다. 그는 1998년 고려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뒤 한국 사람이 좋아 2002년부터 한국에 눌러앉았다. 그리고 KBS 개그콘서트 ‘월드뉴스’ 코너 등에 출연해 인기스타가 됐으며, 지금은 영어라디오 TBS eFM의 인기 프로그램 ‘드라이브 타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삼계탕을 먹으면서 처음 인삼을 맛봤다. 그 당시에는 삼계탕 그릇에서 인삼을 빼내 식탁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인삼이 장식인 줄 알았어요. 하루는 한국인 친구와 삼계탕을 먹는데 이런 저를 보더니 뭘 모른다고 타박하더군요. 그러곤 그 친구가 홀라당 다 먹었어요.”

    해밍턴 씨는 인삼에 대해 모를 때는 닭고기 때문에 삼계탕을 먹었다면, 이제는 인삼을 먹기 위해 삼계탕 집을 찾는다. 인삼이 몸에 좋은 식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정력에 좋다는 것을 아니까 챙겨 먹는다”며 웃었다.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격렬한 미식축구를 즐기는 그에게 보양식 인삼은 특효약이나 다름없다.

    “외국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인삼세트를 사는 이유도 몸에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한 번은 인삼세트를 선물로 받아 감동했어요.”

    그는 한 재일교포가 북한으로 떠나는 가족이 걱정되어 북한 관리들에게 잘 보이라고 300년 된 산삼을 찾아줬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접한 뒤 한국인의 인삼, 산삼 사랑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인삼에 얽힌 추억도 많다. 그는 한국에 온 직후 한국 친구들의 장난에 곧잘 속았다. 한국 친구들이 ‘맛있는 사탕’이라기에 덥석 입에 넣었다가 쓴맛(인삼 맛)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는 “인삼으로 사탕도 만들고 비누도 만든다는데, 그 다양한 쓰임새가 놀랍다”며 감탄했다. 그가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 닮은 인삼’.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람의 생김새와 꼭 닮은 인삼 사진들이 무척 재미있다”며 웃었다.

    “외국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 인삼을 찾는 사람이 차차 늘고 있지만, 홍보를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에서 혼자 살아가는 외국인들은 건강을 챙기기가 어렵죠. 꼭 인삼 먹고 건강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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