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원시 자연미 오롯이 간직 싱그럽고 대견한 ‘동해의 보석’

동해 울릉도 독도

  • 글·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입력2010-07-27 15: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원시 자연미 오롯이 간직 싱그럽고 대견한 ‘동해의 보석’

    송곳산 아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해 질 녘 풍경.

    울릉도는 생명력 넘치는 섬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 원시림이 있는가 하면, 생수보다 맛 좋고 시원한 천연 암반수가 곳곳에 흐른다. 섬 전체를 에워싼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쪽빛, 비췻빛, 에메랄드빛이다.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은 역동적이다. 울릉도는 언제나 젊고 기운차며, 그곳의 자연은 늘 싱그럽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여행하기 힘든 곳이다. 뱃길이 기상 악화로 인해 수시로 끊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릉도 여정은 가변적이다. 변수가 많아서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이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단 울릉도에 닿으면 여행의 중심코스는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가는 육로 일주다. 육로 일주의 출발지는 도동항. 울릉도의 관문이기도 한 도동항에는 군청, 경찰서 같은 관공서와 호텔, 음식점, 특산품 판매장 등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다. 도동항을 출발해 사동리와 가두봉등대를 돌아서면 통구미마을이 지척이다. 가두봉과 통구미 사이의 도로변 암벽을 찬찬히 살펴보면, 짙은 꽃향기를 흘리며 화사하게 핀 연분홍 섬백리향이 눈에 띈다. 전형적인 어촌인 통구미마을에서는 거대한 거북 모양의 기암괴석, 날카로운 암벽의 향나무 자생지를 볼 수 있다.

    ‘여기가 정녕 우리나라 바다인가’

    통구미를 뒤로하고 신호등이 설치된 몇 개의 터널을 지나면 남양리에 도착한다. 현재 울릉군 서면 소재지인 남양리와 옛날 울릉도의 행정중심지였던 태하리는 같은 서면에 속하면서도 한동안 왕래하기가 쉽지 않았다. 몹시 좁고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태하령 고갯길을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면 구암마을과 학포마을 사이에 새로운 일주도로 구간이 완공된 뒤로 ‘공포의 태하령 고갯길’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구암 삼거리에서 태하 방면으로 조금만 가면 2개의 나선형 고가다리가 태극 모양을 그리는 수층교가 나온다. 곧이어 수층터널과 삼막터널을 통과하면, 학포마을(작은황토구미)과 만물상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오는 산 중턱에 올라선다. 첩첩한 산줄기와 아득한 해안절벽 사이에 절묘하게 들어앉은 학포마을 풍경이 퍽 이채롭다. 다시 길을 나서 태하터널을 지나면 태하리가 지척이다.

    원시 자연미 오롯이 간직 싱그럽고 대견한 ‘동해의 보석’

    1. 성인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인봉 원시림지대. 2. 북면 추산 앞바다의 공암 옆으로 지나는 유람선. 3. 가두봉과 통구미 사이의 해안도로변 암벽에 핀 섬백리향 꽃. 4. 북면 해안에 우뚝 솟은 삼선암과 에메랄드빛 바다. 5. 울릉도의 별미인 보배식당의 홍합밥.

    옛 우산국의 도읍지였다는 태하리는 이제 한적하기 그지없는 갯마을이다. 그러나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을 간직한 해신당이 있고, 근처의 대풍감 절벽 위에는 태하등대가 있어 일부러 한번 찾아가볼 만하다. 특히 태하등대는 가는 길에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고, 등대 옆에 전망대가 세워져 울릉도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태하리에서 현포령을 넘어서면 울릉군 북면 땅이다. 속리산의 말티재처럼 구불구불한 현포령 고갯길에서는 현포항 일대의 그림 같은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북면의 해안풍광은 울릉도에서 가장 웅장하고도 다채롭다. 수천 개의 돌기둥을 묶어놓은 듯한 공암,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한 송곳산, 세 선녀의 전설을 간직한 삼선암, 2개의 해식동굴이 뚫려 있는 관음도 등 울릉도를 대표하는 해안절경이 모두 이곳에 있다. 더욱이 죽암마을 근처의 바닷물은 환상적인 에메랄드빛이다. ‘여기가 정녕 우리나라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물빛이 오묘하고도 아름답다.

    울릉도 해안도로는 완벽한 일주도로가 아니다. 북면 섬목과 울릉읍 내수전 사이에는 찻길이 나 있지 않다. 차를 타고 일주에 나선 관광객들은 도리 없이 갔던 길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하지만 두 발로 걸으면 완벽한 울릉도 일주가 가능하다. 북면 석포마을과 울릉읍 내수전마을 사이에 아주 근사한 옛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지금도 사람들이 간간이 왕래하는 덕택에 비교적 넓고 뚜렷하다. 특별히 위험하거나 몹시 비탈진 구간도 없다. 산 옆구리에 비단을 두른 듯이 자연스럽고 평탄하다. 길 왼쪽에는 바다가 펼쳐진다. 숲길을 걷다가 언뜻언뜻 보게 되는 바다가 신기하고도 반갑다. 그 바다에는 죽도가 뗏목처럼 떠 있다. 시야가 쾌청한 날이면 독도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원시적 자연미를 간직한 이 길을 1시간 반쯤 걸으면, 저동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내수전전망대 아래에 도착한다.

    울릉도 여행의 백미는 성인봉 등산이다. 성인봉은 울릉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봉 산자락이 바다와 맞닿은 곳에 마을과 일주도로가 있고, 마을과 일주도로 옆의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어김없이 성인봉 정상에 다다른다. 이처럼 성인봉은 울릉도를 낳은 어머니요, 울릉도에 솟은 모든 산봉우리의 지존(至尊)이다. 그러니 울릉도까지 간 마당에 성인봉을 올라보지 않을 수 없다. 성인봉 정상을 밟아보지 않은 울릉도 여행은 반의 반쪽 여행에 불과하다.

    원시 자연미 오롯이 간직 싱그럽고 대견한 ‘동해의 보석’

    6. 독도의 동도 정상에서 해수면까지 깊게 팬 분화구. 7. 서도에서 바라본 동도. 울릉군청의 독도관리소 직원이 여객선 쪽으로 다가가는 광경이다. 8. 동도의 몽돌해변에서 바라본 서도 전경.

    성인봉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진짜 원시림’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육지에 ‘마지막 원시림’ ‘처녀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천연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름드리나무가 울창한 숲에 상투적으로 붙이는 수사일 뿐이다. 실제로 태곳적부터 한 번도 훼손되지 않고 천연의 상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숲은 오직 성인봉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뿐이다. 그 숲의 원시적 자연미에 미쳐서 성인봉을 제 집 드나들 듯 오르내리는 육지 사람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유람선을 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아본다. 험준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가운데에는 아예 육로로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오는 해상 유람선 일주 코스의 운항거리는 약 41km인데, 소요시간은 1시간40분~2시간20분이다.

    오랫동안 금단(禁斷)의 섬이었던 독도는 2005년 3월 24일 이후 일반인 관광이 허용됐지만, 울릉도에서 뱃길로 87.4km 떨어진 독도 땅을 밟아보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바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데다, 울릉도와 독도 간 항로는 늘 파도가 높은 편이라 여객선이 출항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배가 독도에 근접했더라도 독도선착장 주변 높은 파도와 너울 때문에 접안하지 못하고 되돌아오기 일쑤다. 독도 땅을 밟아보려면 그야말로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독도선착장에서의 체류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독도는 천하절경이다. 유리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도 아름답고, 파란 바다 위에 각양각색으로 솟아오른 기암괴석도 장관이다. 절묘한 형상의 장군바위, 숯돌바위, 삼형제굴, 탕건봉 등이 서 있는 바다는 해양조각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동도 계단길이 시작되는 지점 앞쪽에는 아담한 몽돌해변이 있다.

    선착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독도는 천하절경

    어느덧 허락된 30분이 지나고, 다시 선착장을 빠져나온 배는 독도와 약 100m 거리를 유지하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 전체를 한 바퀴 선회한다. 가까운 바다에서 바라보는 독도는 기운차고 늠름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절벽과 그 아래를 쉼 없이 때리는 파도의 위용이 대단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이 만들어놓은 기암절경도 줄을 잇는다. 얼굴바위, 독립문바위, 천장굴 등이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지자 곧이어 한반도 모양을 쏙 닮은 풀밭이 눈에 들어온다. 동도와 서도의 곳곳에 둥지를 튼 수만 마리의 갈매기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광경에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탄성을 내지른다.

    원시 자연미 오롯이 간직 싱그럽고 대견한 ‘동해의 보석’

    9. 독도선착장 부근의 갯바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물개. 10. 독도관광 여객선에서 바라본 독도 원경.

    여/행/정/보

    ●숙박

    사동의 대아리조트(054-791-8800), 저동의 황제모텔(054-791-8900), 도동의 세운모텔(054-791-2171) 등이 추천할 만하다. 석포마을이 속한 북면 쪽에서는 송곳산 아래의 추산일가(054-791-7788), 나리분지의 산마을식당민박(054-791-4643), 추산수력발전소 옆의 울릉아일랜드펜션(054-791-8888) 등이 괜찮다.

    ●맛집

    울릉도에서는 ‘울릉5미’(울릉 약소, 홍합밥, 산채비빔밥, 오징어, 호박엿)를 맛봐야 한다. 자연산 따개비를 넣은 따개비밥과 따개비칼국수도 울릉도가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별미다. 도동의 99식당(따개비밥·약초해장국, 054-791-2287),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 향우촌(울릉 약소, 054-791-8383), 산마을식당(산채비빔밥, 054-791-4643), 천부의 신애분식(따개비칼국수, 054-791-0095) 등이 손꼽힌다.

    교/통/정/보

    ●포항·동해(묵호)↔울릉도/ 대아고속해운(www.daea.com)의 쾌속선이 포항(054-242-5111)과 동해 묵호(033-531-5891)에서 각 하루 1회 왕복 운항한다. 하지만 여객선의 운항시간과 횟수는 기상, 계절, 요일 등의 변수에 따라 자주 바뀌므로 미리 확인한 뒤 예매하는 게 좋다. 대아여행사(02-514-6766)에 문의하면 서울과 묵호항을 매일 왕복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섬 내 교통

    울릉도 내에는 정기노선버스(우산버스/054-791-8000)와 관광버스(울릉도개발관광여행사/054-791-6866), 울릉택시(054-791-2315) 소속의 지프형 택시와 개인택시(054-791-2612)가 운행한다.

    독/도/입/도/신/청

    독도관광 여객선을 운항하는 대아고속해운(054-791-0801)이나 독도관광해운(054-791-8111)을 통해 접수하면 편리하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054-790-6645~6646, 팩스 054-790-6649)에 문의하면 된다.

    독/도/행/배/편

    대아고속해운의 쾌속선이 매일 1회(오후 2시) 도동항에서 출발한다. 이 배는 독도선착장에 접안하지 않고 섬 주변만 두 차례 선회한 뒤에 되돌아온다. 소요시간은 3시간 내외. 독도관광해운의 삼봉호도 1일 2회(오전 7시40분, 오후 2시30분) 도동항에서 출항한다. 이 배의 정원은 210명이지만 독도 상륙은 선착순 70명만 가능하다. 총 소요시간은 5시간 내외. ※ 독도관광 여객선은 날씨, 요일, 계절, 비·성수기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수시로 출항 여부와 출항 시간이 달라지므로 이용 전에 전화로 확인해야 낭패 보는 일이 없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