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해금강 못지않고 지중해 부럽지 않은 풍경일세

남해 거제 외도

  • 글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입력2010-07-27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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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그러나 막상 거제도에 가보면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 섬과 뭍 사이의 좁은 물목인 견내량에는 한강 다리만큼 큰 신거제대교가 놓여 있고, 다리를 건너면 장승포항까지 왕복 4차선 국도가 시원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같은 국도 주변에는 세계적 규모의 조선소와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 있다. 섬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와 단절감 따위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풍경과 정취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북동부 해안에 국한된다. 그 지역을 제외한 거제도는 여전히 깨끗한 바다와 수려한 자연, 따뜻한 인심이 살아 있는 섬이다.

    거제도에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가 적지 않다. 그중 남부면 갈곶리의 해금강은 거제도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대표해온 절경이다. 한때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해금강을 구경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1995년 구조라해수욕장 남쪽의 작은 섬에 외도 보타니아가 처음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도 거제도 동부해안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은 모두 해금강을 경유한다.

    해금강 못지않고 지중해 부럽지 않은 풍경일세

    1. 외도의 여름 풍경. 수국 만발한 화단 저편에 비너스가든이 보인다. 2. 항만식당의 해물뚝배기. 3. 바다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착장 주변 풍경. 4.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외도의 상록수림길.

    이국적 정취 물씬 풍기는 그림 같은 해상농원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무인도인 해금강은 원래 전체적인 생김새가 칡뿌리를 닮았대서 ‘갈도’라 불렸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는 수백 년 동안 모진 비바람과 해풍을 견뎌온 노송이 우뚝하고, 섬 머리께에는 희귀 난초를 비롯해 700여 종의 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대양에서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절벽 곳곳에 십자동굴, 부엌굴 등의 해식동굴과 용트림바위, 촛대바위, 신랑신부바위 같은 기묘한 형상을 빚어놓아 북녘 땅의 해금강에 못지않은 절경을 이룬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해금강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1971년에는 강릉 소금강계곡의 뒤를 이어 명승 제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 해금강을 제치고 거제도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외도 보타니아(070-7715-3330, www.oedobotania.com)는 거제도에 딸린 600여 개 섬 중 하나인 외도(外島·밖섬)에 자리한 해상관광농원이다. 거제 구조라항에서 남동쪽으로 4.5km, 한려해상공원 해금강에서 북서쪽으로 5km쯤 떨어져 있다. 사방이 가파른 바위 벼랑으로 둘러쳐져 있고, 가장 높은 곳이 해발 80m에 이르는 외도의 총면적은 16만5289㎡(5만 평)쯤 된다. 원래 이 섬에 8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외도 보타니아 설립자인 고(故) 이창호, 최호숙 씨 부부에게 땅을 팔고 모두 뭍으로 떠났다.



    외도해상농원은 발길 닿는 곳마다 선인장동산, 화훼단지, 비너스가든, 천국의 계단, 코카스가든, 놀이조각공원 등의 테마정원으로 정성스레 꾸며져 있다. 종려나무, 귀면각, 부채선인장, 부겐빌레아, 금목서, 금황환 등 740여 종의 희귀한 수목과 화초로 가득한 정원에는 지중해풍의 건물이 곳곳마다 들어서 있어 이국의 어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해금강 못지않고 지중해 부럽지 않은 풍경일세

    5. 비너스가든의 조각상. 6. 지중해풍 건물로 지어진 외도 보타니아의 매표소와 화장실.

    선착장에 도착한 배에서 내리면 맨 먼저 빨간 기와지붕의 매표소가 눈길을 끈다. 매표소 문을 통과하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관람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백나무 우거진 숲길도 있고, 야자나무와 선인장이 늘어선 길도 지난다. 이윽고 비탈진 길이 끝나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축소해놓았다는 비너스가든에 들어선다. 다양한 포즈와 표정의 비너스 조각품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비너스가든이 끝날 즈음에는 TV 미니시리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는 예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남쪽 벽과 천장 중앙을 훤히 틔워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거실 안까지 밀려오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수국이 만발한 꽃길과 한낮에도 어둑한 대숲길을 지나면 섬의 최고봉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다시 비탈길을 내려서면 야외조각공원이다. 제기차기, 기마전 등 민속놀이를 표현한 한국전통놀이 조각품들이 친근감을 준다. 곧게 뻗은 천국의 계단을 내려와 코카스가든을 지나면 외도 탐방코스도 막바지에 이른다. 기념품 가게를 지나서 만나는 바다전망대에서는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상쾌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선착장 주변 바다에는 똑같은 형태의 유람선들이 한가롭게 떠 있다. 지중해의 어느 관광지 같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다.

    여/행/정/보

    ●숙박

    외도는 구경하는 섬이다. 유람선에서 내려 1시간 30분 동안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돌아봐야 한다. 숙박이나 체류는 불가능하다. 하룻밤 묵으려면 거제도 동부해안에 늘어선 호텔이나 펜션을 이용해야 한다. 그중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자리한 몽돌비치호텔(055-635-8883)과 거제하와이콘도비치호텔(055-635-7114)은 객실 창문을 열고 바다와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함목해수욕장 입구의 솔레미오펜션(055-633-4243)도 바다 전망이 탁월하다.

    ●맛집

    외도의 스낵바에서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우동 같은 간편식을 사먹을 수 있다. 외도 유람선이 출발하는 장승포의 항만식당(055-682-4369)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해산물을 듬뿍 넣어 맛있게 요리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거제시청 부근의 백만석식당(055-637-6660)은 냉동 숙성시킨 멍게를 넣은 멍게비빔밥과 담백하고 깔끔하게 끓여낸 우럭지리가 맛있다. 고현의 삼대함흥냉면(055-637-3955)과 황토마당(보리밥, 055-637-5953), 장승포의 해원식당(해물찜, 055-681-5021)과 천화원(중화요리, 055-681-2408)은 거제도 토박이들의 추천 맛집이다.

    교/통/정/보

    ●거제↔외도/ 외도관광을 위한 유람선은 거제도의 장승포(055-681-6565), 와현(055-681-2211), 구조라(055-681-1188), 학동몽돌해수욕장(055-636-7755), 도장포(055-632-8787), 해금강(055-633-1352)의 6개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어디에서 출발해도 관광코스와 시간, 요금은 거의 같다. 대체로 해금강을 먼저 둘러본 뒤 외도 선착장에 닿는다. 외도 관광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총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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