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돌·바람·파도 삼형제 ‘다도해 진주’를 만들었다

서해 신안 홍도

  • 글·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입력2010-07-27 15:2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돌·바람·파도 삼형제 ‘다도해 진주’를 만들었다

    홍도1구 선착장 근처의 남문바위.

    ‘다도해의 진주’ 홍도로의 여름 여행은 아주 낭만적이다. 운 좋게 날씨가 쾌청하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마다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우뚝 솟은 해벽(海壁)의 질감이 멀리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는 원추리 꽃의 때깔은 어디서나 새뜻하다.

    홍도는 목포항에서 115km가량 떨어져 있다. 목포항을 출발한 쾌속선이 도초도, 비금도와 흑산도를 거쳐 홍도에 도착하려면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때마침 바다가 잔잔하고 시야까지 깨끗하다면 여객선에서 내리자마자 유람선에 몸을 실어야 한다. 홍도 여행의 묘미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해상 유람선 일주다. 날씨만 괜찮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절경을 샅샅이 감상할 수 있다.

    점점이 떠 있는 아름다운 섬, 핏빛 낙조에 섬뜩함마저 들어

    돌·바람·파도 삼형제 ‘다도해 진주’를 만들었다

    1. 깎아지른 암벽 위에 갖가지 상록수가 울창한 홍도의 해안 절경. 2. 여객선을 타고 내리는 관광객으로 만원인 홍도1구 선착장.

    2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홍도는 전체 면적이 6.87km2, 해안선 길이가 20.8k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돌과 바람과 파도가 합작해서 빚은 절경이 33경이나 된다. 바위가 많은 남해도 금산의 33경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관광객을 가득 실은 유람선이 선착장을 떠나자마자 만물상, 부부탑, 독립문바위, 슬픈여, 도승바위, 남문바위, 원숭이바위, 주전자바위 등이 연달아 나타난다. 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에 눈길과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2시간 30분쯤의 유람시간이 쏜살처럼 흘러간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바위를 쳐다보느라 고개가 뻣뻣해질 즈음이면 수평으로 편안히 바라보이는 석화굴, 실금리굴, 홍어굴 같은 해식동굴이 간간이 나타난다. 유람선 선장과 안내원이 동화처럼 풀어내는 수많은 바위에 얽힌 전설을 재미나게 듣다가 탑섬, 군함바위 등에 내려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남문바위나 독립문바위 부근에서 배가 잠시 정차하면 기념 촬영을 할 수도 있다.

    홍도에는 공식 해수욕장이 한 군데밖에 없다. 홍도1구의 서쪽 해변인 빠돌해수욕장이 그곳이다. ‘빠돌’은 자갈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자갈이라기보다는 흔히 ‘호박돌’이라 부르는 돌만큼 큼직큼직한 돌이라 걷기에는 좀 불편하다. 그래도 워낙 물이 깨끗하고 풍경이 아름다워서 여름철에는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서객이 제법 많이 몰린다.



    홍도에는 걸어 다닐 만한 길이 별로 없다. 특히 홍도1구에서는 비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쏘다니거나 홍도분교~내연발전소 간 500m 구간과 홍도분교~깃대봉의 가파른 산길을 한번 걷고 나면 더 갈 데가 없다. 깃대봉을 넘어 2구까지 이어지는 산길이 있지만, 천연보호구역인 홍도의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때문에 1구에서 2구에 가려면 천생 배를 탈 수밖에 없다.

    돌·바람·파도 삼형제 ‘다도해 진주’를 만들었다

    3. 홍도 유람선 일주코스에서 만나는 해상횟집. 4. 홍도1구 빠돌해수욕장의 둥글둥글한 갯돌과 투명한 바다.

    홍도의 북서쪽 끝에 있는 2구 마을은 다소 번잡한 1구 마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피서철 외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 얼마 안 되는 여관의 객실이 가득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덕에 마을의 정취는 늘 한가롭고 마을 사람들도 인정이 넘친다. 홍도2구의 선착장과 방파제는 입질 좋은 바다낚시터이기도 하다. 장대로 대충 만든 얼치기 낚싯대만 드리워도 손바닥만 한 우럭이나 노래미가 곧잘 걸려든다. 높은섬, 띠섬, 독립문바위 등이 점점이 떠 있는 앞바다의 풍광 또한 기막히게 아름답다.

    2구 마을에서 홍도등대(061-246-3888)까지는 두 갈래의 조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하나는 마을 위쪽의 산허리를 돌아가는 산길이고, 다른 하나는 바닷가와 밭둑을 타고 가는 해안 산책로다. 어느 길을 택해도 20분쯤 느긋하게 걸으면 닿는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2월에 처음 불을 밝힌 홍도등대는 불빛이 20초마다 3번씩 점멸하는데, 약 45km 떨어진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서도 그 빛이 보인다. 등탑의 높이는 10m밖에 되지 않지만, 워낙 높은 곳에 자리해 바다 전망이 매우 상쾌하다. 특히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그지없이 장엄하고 화려하다. 낙조 드리운 하늘과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바다는 온통 선연한 핏빛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해서 섬뜩함마저 드는 광경이다.

    돌·바람·파도 삼형제 ‘다도해 진주’를 만들었다

    5. 동틀 무렵의 홍도1구 선착장에서 바라본 아침노을.

    여/행/정/보

    ●숙박

    홍도1구에는 서해모텔(061-246-3764), 홍도장(061-246-2500), 광성장(061-246-2094), 방주모텔(061-246-3758), 비치모텔(061-246-3743), 선유모텔(011-237-3708), 하나로모텔(061-246-2197), 하나모텔(061-246-3736) 등 모텔이 밀집해 있다. 지영민박(061-246-2914), 소망횟집민박(061-246-3753) 등 민박집도 많다. 숙박료는 대체로 3만(비수기)~5만 원(여름철 성수기).

    홍도2구에는 무궁화장(061-246-3765), 신흥장(061-246-3767), 선진장(061-246-3951) 등 여관이 있다. 그중 선진장은 시설이 괜찮고 객실마다 에어컨이 갖추어져 있다.

    ●맛집

    홍도1구에는 해인산장(061-246-2600), 홍도횟집(061-246-4113), 남문횟집(061-246-2005), 다도해횟집(061-246-1144), 금성횟집(061-246-3800), 광주횟집(061-246-3340), 청해회나라(061-246-4848) 등 식당이 많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이 딸려 나오는 백반 1인분에 5000원가량 받는다. 이 밖에 활어회, 생선구이, 매운탕, 전복죽 같은 메뉴도 가능하다. 여객선이 닿는 선착장에도 즉석 노점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홍도2구에는 연중 영업하는 전문음식점이 따로 없으나, 여관마다 식당을 겸해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교/통/정/보

    ●목포↔홍도/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동양훼리(061-243-2111)와 남해고속(061-244-9915)의 쾌속선이 하루 3~4회 운항. 여름철 성수기에는 2~3회 증편된다. ※여객선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출항 횟수와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한 뒤 예약하는 게 좋다.

    ●홍도1↔구홍도2구/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도선이 홍도1구 선착장으로 나온다.

    ●일주유람선

    홍도유선협업조합(061-246-2244)의 유람선이 대체로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내외, 요금은 어른 1인당 1만9000원.



    댓글 0
    닫기